상단영역

본문영역

오늘은 뭐 먹지? 마포 미식로드

공덕·용강·도화동 편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19.07.01 10:40
  • 수정 2019.07.23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십년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부터 젊고 세련된 식당까지. 마포 맛 지도를 펴는 순간, 그 행복하고도 짧은 고민이 새삼 깊어진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평일 낮 12시경, 서울 마포역 주변. 소문난 밥집엔 이미 줄이 늘어서고 ‘오늘은 뭐 먹지?’ 허기 반, 설렘 반으로 기웃거리는 직장인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그 고질적인 고민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됐다. 때는 조선시대, 지금 마포, 공덕역 인근에 마포나루가 자리했던 시절부터. 배가 드나든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었다는 의미고, 고로 마포나루 주변은 식당이 성업할 최적의 환경이었다. 돼지갈비, 족발, 전 골목 등 유독 이 주변으로 먹자골목이 발달한 건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깝다. 대를 이어 한자리를 지킨 노포들 사이 사이로 젊고 감각적인 식당들이 하나둘 가세하면서 마포는 갈수록 맛있어지고 있다.

●이것은 진정 집밥
굴다리식당

40여 년 전, 경원선 마포 굴다리 밑에서 시작한 ‘굴다리식당’은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 저렴한 가격에 배를 불리던 식당이었다. 소박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지극히 일상적인 밑반찬을 곁들인 그 밥상이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주문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김치찌개는 그때그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끓이고 끓여서 푹 끓여낸 맛이다. 또 하나 대표메뉴인 제육볶음은 삼겹살을 얇게 썰어 사용하는 일반적인 제육볶음과는 달리 비계가 적은 목살과 다리 살을 두툼하게 숭덩숭덩 썰어 양념한 게 특징이다. 단독 메뉴로도 판매하는 계란말이 한 토막과 감자조림, 오이무침, 어묵볶음 등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반찬을 함께 내준다. 본관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별관이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새창로 8-1(본관)
영업시간: 매일 09:00~22:00(명절 휴무)
가격: 김치찌개 8,000원, 제육볶음 1만1,000원, 계란말이 1만원
전화: 02 712 0066

●퇴근 후 아지트
마포진짜원조최대포

1956년 최씨 주인장이 대포상(드럼통) 몇 개를 놓고 시작한 돼지갈비 집은 1960년대 들어 단골들에게 불리던 ‘최대포’를 상호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3대째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대포집 중에서도 마포진짜원조최대포가 ‘원조’로 인정받는 이유는 돼지고기 음식의 역사를 써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소가 아닌 돼지갈비를 양념해 연탄불에 구워 팔기 시작한 첫 번째 집이자 일본의 시오야끼(しおやき)를 우리말로 ‘소금구이’라 처음 지칭한 집으로 알려져 있다. 달짝지근한 돼지갈비나 담백한 소금구이로 시작해 바싹한 돼지껍데기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 평일 저녁 퇴근 후 술 한 잔으로 회포를 푸는 직장인들로 늘 붐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112-4
영업시간: 매일 11:30~23:30
가격: 돼지갈비(250g) 1만4,000원, 소금구이(200g) 1만5,000원, 껍데기(1장) 9,000원
전화: 02 719 9292

●가성비 갑 특선
이요이요스시

<수요미식회>에 가성비 좋은 스시집으로 소개되며 더욱 유명세를 탄 이요이요스시는 100% 예약제다. 런치와 디너로 나뉘는 오마카세(셰프 특선의 개념으로, 메뉴 구성을 셰프에게 일임한다)에 들어가는 해산물을 매일 아침 공수해 온다. 샐러드와 죽을 시작으로 전복, 광어, 참치, 장어, 성게알 등 다양한 가짓수의 스시가 나온 후 온면, 수제 아이스크림 디저트로 마무리되는 코스는 약 1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음식의 신선도와 맛도 그렇지만 친절도가 돋보이는 집이다. 알레르기가 있진 않은지 미리 확인하고, 코스가 나올 때마다 셰프가 음식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일본의 작은 선술집이 연상되는 아늑한 분위기의 공덕점이 1호점, 마포에 2, 3호점을 두고 있다. 지점별로 메뉴 세부구성과 가격 차이가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167(공덕 1호점)
영업시간: 월~토요일 12:00~21:30(브레이크 타임 14:30~18:00), 일요일 휴무
가격: 런치 스시 4만원, 디너 사시미 & 디너코스 6만원
전화: 02 306 0372

●깊고 노련한 레시피
마포옥

‘함량과 육질을 속이지 말라’는 60년 전통의 영업지침이 설렁탕 한 그릇에 그대로 담겼다. 1만4,000원이라는 가볍지 않은 가격이 결코 아깝지 않을 만큼 한우 양지의 육질이 실하다. 국물은 흔히 떠올리는 설렁탕의 뽀얀 색보다는 갈비탕에 가까울 정도로 맑지만 감칠맛이 상당하다. 한우차돌을 넣어 고아 낸 차돌탕 역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1인 1주문을 원칙으로 하며, 밥은 별도로 말하지 않으면 탕에 담겨 나오고 파김치는 별도로 주문하면 내어 준다. 근속 3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직원들도 마포옥의 강점 중 하나. 1949년부터 이어져 온 노포의 내공을 노련한 서비스로 증명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 312  
영업시간: 매일 07:00~22:00
가격: 양지설렁탕 1만4,000원, 차돌탕 2만4,000원, 차돌수육 4만5,000원  
전화: 02 716 6661

●보쌈에 와인
락희옥

낮술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한식주점. 인기 메뉴인 보쌈과 김치말이국수 이외에도 육전, 성게알, 거북손 등 육류와 해산물을 넘나드는 폭넓은 안주 메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와인 콜키지가 무료라는 점이 가장 특장점이다. 자체적으로는 맥주와 와인, 위스키, 전통주 등 다양한 주류를 보유하고 있고 ‘황금비율로 말아드린다’는 ‘쏘맥’도 잔술로 판매한다. 여유롭게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기 좋으며 모던한 인테리어, 정갈한 플레이팅으로 적당히 격식 있는 자리도 괜찮을 만한 분위기다. 마포점을 본점으로 광화문과 을지로에 지점을 두고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백범로 170
영업시간: 매일 11:00~23:00
가격: 보쌈 3만5,000원, 김치말이국수 8,000원, 쏘맥 잔술(200ml) 5,000원
전화: 02 719 9797

●뚝심 있는 수타면
신성각

탕, 탕, 탕. 문에 들어서면 손으로 힘껏 면을 뽑아내고 있는 백발의 주방장과 그의 아내가 4개 남짓 테이블에서 손님을 맞는다. 효창공원 뒤쪽, 1981년부터 30년이 넘도록 계속된 장면이다. 독특하게도 오픈시간이 11시37분이고 마감 시간은 보통 4시 정도지만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메뉴는 단 4개, 자장면, 간짜장, 만두, 탕수육. 바로 뽑아 삶아 굵기가 들쑥날쑥한 면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잘게 다지듯 썰어 넣은 자장면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듯 삼삼하다. 톡톡한 돼지고기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맑은 소스를 끼얹은 ‘부먹’ 탕수육 또한 별다른 치장 없이 건강한 맛이다. 웨이팅이 있는 경우가 많고, 현금만 받는다. 

주소: 서울 마포구 임정로 55-1
영업시간: 월~토요일 11:30~16:00(재료 소진시 마감), 일요일 및 명절 휴무
가격: 자장면 5,000원, 간짜장 6,000원, 탕수육 1만5,000원, 만두 4,000원
전화: 02 716 1210

 

*마포 미식로드에 등장하는 식당은 미슐랭 가이드 서울, 블루리본 서베이, 트립 어드바이저 등의 평가를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트래비> 7월호를 시작으로 10월호까지, 4개월에 걸쳐 마포 구석구석을 맛보고 기록하겠습니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마포구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