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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질 무렵, 다낭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19.08.01 10:26
  • 수정 2019.08.0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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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꽃, 단풍의 가을, 시린 겨울의 눈송이 그리고 뜨거운 여름은 바다라서. 그 계절이 제철인 베트남이므로 등줄기를 할퀴는 더위와, 덕분에 더 진득해진 쌀국수의 국물은 이미 예상했던 맛. 이맘때쯤 어느 베트남의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다낭일 텐데, 달뜬 저녁 불꽃은 의외였다. 피어났다 흩어졌다, 민들레처럼.

민들레 홀씨 같은 불꽃, 다낭을 밝힌다
민들레 홀씨 같은 불꽃, 다낭을 밝힌다

불 튀는 밤, 
다낭 국제불꽃축제

쩐 흥 다오(Tran Hung Dao)는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는 베트남의 영웅이다. 소수 병력으로 13세기 당시 있었던 몽골의 침략을 막아냈다.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다낭엔 그의 이름을 빌린 길목이 있다. 그곳이 바로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는 ‘다낭 국제불꽃축제(DIFF, Danang International Firework Festival)’의 관람명소다. 그리 넓지 않은 길목에 꽉 들어찬 여행자들의 무게는 쩐 흥 다오에게 버거워 보였다. 사방이 사람이고, 물러날 수도 없다. 

바다, 다낭의 색
바다, 다낭의 색

올해 다낭 국제불꽃축제는 베트남, 중국, 러시아, 브라질, 영국, 벨기에, 핀란드, 이탈리아 등 8개의 팀이 참가해 ‘강물의 이야기(Stories by the Rivers)’를 주제로 경합을 펼쳤다. 결국 한강(Song Han)에 마지막 불꽃을 피워낼 팀은 핀란드와 영국. 7월6일 열린 결승전에서 화끈하게 불붙었다. 축제 기간 동안은 약 8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이 마련된다. 좌석은 30만동에서 최대 200만동까지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관람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있으니, 퇴근길이 떠오른다. 늦은 저녁, 붐비는 서울 광화문역의 생기로운 발걸음, 한시라도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 떠는 부산스러움. 웬걸, 바로 그거다. 

폭죽이 어두운 하늘을 가른다. 말라 있던 입을 ‘쩍’ 벌리며 뱉은 찰나의 탄성, 하늘만큼 검었던 이들의 동공에 불꽃 핀 다낭을 칠한다. 이윽고 들려오는 옆 좌석 아이의 감탄, 그 탄성을 듣곤 한숨을 푹 쉬었으니 ‘내게 남은 순수함은 사라졌구나’ 싶어서 샘을 부렸다. ‘저게 다 얼마야?’ 참았어야 했는데, 뱉어 버렸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해 보면 폭죽의 가격은 물론 크기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대체로 비싸다. 서울 불꽃축제의 경우 폭죽가격과 한강 바지선 임대료만 25억을 지불했단다. 500m를 솟구쳐 400m 크기의 불꽃을 만드는 대형 폭죽 같은 경우는 한 발 가격이 자그마치 3,500만원에 달한다.

지금 내 눈앞에서 황홀하게 전사하는 불꽃을 그저 아름다운 불꽃으로 보기 위해선 때가 묻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저 아이의 순수함을 닮아야 하는데. 힐끔, 아이를 따라 짧은 목을 길게 뺐다. 불꽃에 닿아 보고자 하늘에 손도 뻗었다. 그리곤 홀로 자조를 느꼈으니 아이는 불꽃을 보며 피어나는 꽃 같다는데, 내겐 흩어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느껴진다.

활짝 피었다가, 흩어졌다. 아름다운 것은 마찬가지니 그저 웃음 지을 수밖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7월의 다낭, 핀란드와 영국의 불꽃 튀는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영국의 불꽃은 화려했고, 핀란드의 불꽃은 조화로웠다. 결과는 역시 조화로운 것이 아름다웠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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