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여름의 조각, 잘츠부르커란트
반짝이는 여름의 조각, 잘츠부르커란트
  • 천소현 기자
  • 승인 2019.08.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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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서 살아 볼래 Austria Alps-Salzburgerland
키츠슈타인 산속에 있는 360m의 동굴을 관통하면 3,000m급의 봉우리들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키츠슈타인 산속에 있는 360m의 동굴을 관통하면 3,000m급의 봉우리들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풍부한 소금 광산에서 캐어 낸 부를 등에 업은 로마 가톨릭 대주교들의 지배를 받았던 잘츠부르커란트는 천년 가까이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인 주도 잘츠부르크시 외에도 알프스 산악지형과 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호엔잘츠부르크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전경
호엔잘츠부르크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전경

●촉촉하고 달콤한 시작 


비행기가 잘츠부르크 공황 활주로에 내리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호엔잘츠부르크성(Hohensalzburg Castle)이었다. 성은 잘츠부르커란트의 주도인 잘츠부르크시에 있으므로 공항과 도심이 불과 10분 거리인 것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불렀던 마라벨 정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불렀던 마라벨 정원

서둘러 시내 관광에 나섰지만, 곧 발이 묶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불렀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dens)의 투어를 채 마치기도 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름 오스트리아의 흔한 소나기를 핑계로 자허 호텔에 뛰어들어갔다. 이 호텔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자허도르테와 오스트리아의 대표 커피인 멜랑슈를 곁들이는 시간은 행복했으나, 덕분에 일정이 촉박해졌다. 도심을 뛰듯이 가로질러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푸니쿨라에 탑승했다. 요새란 언제나 한눈에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게 마련이고, 여행자들은 그런 조망 포인트를 놓칠 수 없으니 말이다.  

간판이 명물인 게트라이데 거리
간판이 명물인 게트라이데 거리
거리에서 만난 전통복장의 여인
거리에서 만난 전통복장의 여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과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의 명물 간판들도 유산이고 전통이다.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이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대도시를 벗어나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속으로, 더 깊숙하게 한 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 사이 비가 그치고 반가운 해가 나왔다. 그 해가 폭염의 시작인 줄을 그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별장과 호텔로 둘러싸인 첼 호수는 모두를 위한 여름 천국이다
별장과 호텔로 둘러싸인 첼 호수는 모두를 위한 여름 천국이다

●지상의 여름, 천상의 겨울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두어 시간을 달려 첼암제(Zell Am See)에 도착하자, 수만 년 동안 흘러내리고 있는 알프스의 빙하수가 먼저 달려와 첼 호수(Zeller See)에 고여 있었다. 유람선이 천천히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목격한 수변 호텔과 별장들, 그 앞에 선베드를 펼치고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는 사람들, 바람을 몰고 지나가는 요트들은 여름마다 재연되는 오스트리아의 일상이었다. 막 내온 차가운 화이트와인이 더위를 조금 씻어 주었다. 


저녁에는 강변 산책에 나섰다. 자전거를 빌려 호숫가를 돌거나 수영을 하거나 보트를 빌려 강 한가운데로 나가 볼 수도 있었지만, 경치 좋은 데크를 만나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이미 자리를 잡은 이란 사람들이 흔쾌히 맥주 한 병을 나눠 주었다. 몰래 마시는 맥주보다 좋은 건 나눠 마시는 맥주. 자신에겐 줄 것이 없냐면서 백조 한 마리, 오리 한 마리가 다가와서 한참을 투덜거리다 돌아갔다. 미안해! 하지만 이건 몸에 안 좋거든. 

유람선을 타면 첼 호수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면 첼 호수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호수 마을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붐비는 관광지가 될지언정 유흥지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마을 인구의 몇십 배나 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지만, 밤은 여전히 차분하다. 그런 아늑한 공기를 때때로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는지라, 엘리자베스 공원에서 20분간 진행되는 ‘매직 레이크’ 분수쇼는 여름밤의 중요한 이벤트가 되었다. 음악에 맞춰 춤추던 물줄기들이 물 스크린을 만들면 그 위로 첼암제-카프룬 지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스쳐 지나갔다. 첼암제는 호수 휴양지로, 카프룬은 스키 휴양지로, 자웅을 겨루는 두 마을의 조합이 환상적이라 아예 첼암제-카프룬(Zell am See-Kaprun)으로 짝지어 불리고 있다. 

키츠슈타인호른산 중턱의 알파인 센터
키츠슈타인호른산 중턱의 알파인 센터

●차갑고 청명한 3,000


여름의 한복판에서 겨울을 만나기 위해 다음 날 아침 키츠슈타인호른산(Kitzsteinhorn)에 올랐다. 첼 호수 어디에서나 선명하게 보이는 이 설산은 이웃 마을 카프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바로 아래의 깁펠펠트 3000(Gipfelwelt 3000)까지 올라갈 수 있다. 레스토랑, 갤러리 등이 있는 건물의 전망대가 잘츠부르커란트의 최고봉(해발 3,029m)을 뜻하는 ‘탑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다.

스키를 타기 위해 뚫었던 동굴은 현재 국립공원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스키를 타기 위해 뚫었던 동굴은 현재 국립공원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3,000m급 봉우리로 둘러싸인 전망대도, 그 자체로 장관이다
3,000m급 봉우리로 둘러싸인 전망대도, 그 자체로 장관이다

설산, 빙하, 폭포, 호수들로 이뤄진 해발 3,000m의 파노라마 전망을 즐기는 동안 바로 옆에서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분주하게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장비를 착용하고 진짜 정상까지 올라가는 체험등반이다. 매번 그렇게 정상을 넘을 수는 없으니 사람들은 키츠슈타인 산속에 360m의 동굴을 파서 반대편 설사면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오로지 스키를 타기 위해서였다. 케이블카 설치 후 더 이상 동굴을 통과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지금은 국립공원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동굴 내부에 여러 개의 전시 코너를 설치해서, 역사와 생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끄트머리에는 또 하나의 파노라마 장관을 선사하는 전망대가 있어서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3,798m)를 조망할 수 있다. 내려와 보니 벌써 스키장 개장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 6월 말인데, 2주 후면 스키장이 다시 개장한다는 것이다. 일 년의 반이 스키 시즌이니 이곳 사람들도 일생의 절반은 스키를 타는 게 아닐까. 

빙하수가 녹아 흐르는 시그문드-툰-협곡
빙하수가 녹아 흐르는 시그문드-툰-협곡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클람제 호수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클람제 호수

인근의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수들은 카프룬을 지나 잘자흐강으로 흘러든다. 작은 천이었다가 폭포였다가 호수였다가 강이 되는 물의 여행을 시그문드-툰-협곡(Sigmund-Thun-Klamm)에서 잠시 동행했다. 1만4,000년 전에 형성된 협곡이었다. 협곡 옆으로 설치된 나무 계단을 오르며 세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에너지를 한껏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깊은 협곡이지만 트레킹 구간은 짧았다.

그 오르막의 끝에서 클람제(Klamm See) 호수와 만났다. 그 상류로 가서 낮게 흐르는 천에 발을 담가 보고 깜짝 놀랐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5초도 견디지 못하고 후퇴.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얼어붙었다.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만큼 수영을 할 수 있는 따뜻한 호수도, 이 나라에서는 소중하다. 

 

●Restaurant

첼암제의 느긋한 오후 
슈타이너버트 레스토랑(Steinerwirt Restaurant)

1493년부터 첼암제 도심에 위치한 역사 깊은 건물로 현재는 부티크 호텔 & 야외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름날 야외석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전통 복장을 한 종업원들에게 전통 음식에 대해서 문의하면 친절하게 응대해 준다. 디저트로 훌륭하게 부풀어 오른 잘츠부르크 녹켈(Salzburger Nockerl)을 주문해 보시길. 주변 설산을 본 따 만들 수플레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주소:  Dreifaltigkeitsgasse 2, 5700 Zell am See, Austria 
홈페이지: www.steinerwirt.com
전화: +43 6542 72502

산에서 맛보는 로컬주의 
레스토랑 글레쳐뮬(Restaurant Gletschermuhle)

해발 2,450m 키츠슈타인호른산 알파인센터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오스트리아 전통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밖으로 나가 멋진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전통요리인 비엔나 슈니첼(Wiener Schnitzel)을 크랜베리잼에 찍어 먹으면 오묘한 ‘단짠’의 세계가 열린다. 

주소: Kitzsteinhorn 44, 5710 Kaprun, Austria 
홈페이지: www.kitzsteinhorn.at
전화: +43 6547 8621371

●Hotel

알고 보면 실속 가득 
호텔 라티니(Hotel Latini)

첼 호수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4성급 호텔이다. 번잡한 호숫가에서 살짝 벗어나 차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산장 스타일의 객실은 소박하지만, 수영장과 사우나,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넉넉하게 갖추고 있다. 첼암제-카프룬 카드를 무료로 발급해 주는 파트너 호텔이어서 대중 교통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소: Kitzsteinhornstraße 4, 5700 Zell am See  
홈페이지: www.latini.at
전화: +43 6542 54250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병준 
취재협조 오스트리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austria.info/kr 터키항공 turkishairline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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