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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그린 쉼표 한 방울, 케른텐주

알프스에서 살아 볼래 Austria Alps - Karnten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19.08.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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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슈타트 호수를 내려다보며 걷는 느린 트레킹 코스
밀슈타트 호수를 내려다보며 걷는 느린 트레킹 코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케른텐주로 넘어오면 사뭇 공기가 달라진다. 일조시간이 가장 긴 따뜻한 남녘이자 식수의 수질을 갖춘 호수만 해도 200여 개나 된다. 풍부한 물만큼이나 사람들의 인정이 넘치기로 유명한 곳이다. 라틴어 이름인 카린티아(Carinthia)라고 불리기도 한다. 


●맑고 빛나는 것들의 향연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을 남하하면 케른텐주에 도착한 것이다. 밀슈타트 호수(Millstatter See)를 바라보며 달팽이처럼 느린 트레킹을 해 보기로 했다. 미르노크산 들판을 천천히 걷는 슬로우 트레일 미르노크 (Slow Trail Mirnock) 코스는 2.6km에 불과하지만 1시간 이상 여유를 갖고 걸으면 좋은 길이다. 출발점인 발코니 오브 스타(Balcony of Stars)는 밤이 되면 하늘의 별이 호숫가에 비치는 풍광을 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거리며 춤추는 야생화의 환영을 받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종착점인 산장에 도착했을 때, 파라솔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을 보고 비로소 깨달았다. 이런 곳에서는 걷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좋은 것이라고. 특별히 밀슈타트 호수 위로 석양이 부서지는 시간에는 더욱더! 

오스트리아 최대의 호수인 뵈르트 호수의 한가로운 오후
오스트리아 최대의 호수인 뵈르트 호수의 한가로운 오후

오스트리아 최대의 호수인 뵈르트 호수(Worther See) 주변에는 규모답게 여러 개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케른텐주의 주도인 ‘클라겐푸르트’도 뵈르트 호수의 동쪽에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유람선을 탄 지점은 호수의 서쪽 벨덴 지구, 클라겐푸르트와 반대 지점이었다. 규모가 큰 유람선은 호수 주변의 마을들을 연결하는 교통편이기도 하다. 배가 각 지구의 선착장에 닿을 때마다 자전거를 실은 사람들, 단체 여행객들, 하이커들이 들고 났다. 시원한 라들러(Radler) 한 병이 비워질 때쯤 마리아 뵈르트 지구에 도착했다. 


피라미덴코겔 타워(Pyramidenkogel Tower)는 100m 높이로 솟아오른 목조 전망 탑이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호숫가를 조망하기 위해 1950년에 처음 전망대를 세웠을 때만 해도 높이 22m의 소박한 타워였지만, 2013년 개보수를 통해 세계 최고 높이의 목재 전망대로 변신했다. 덕분에 뵈르트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운 호수인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내려가는 방법은 3가지인데, 평범한 엘리베이터, 놀이동산 뺨치는 슬라이딩, 아찔한 집라인 ‘플라이 100’이다. 20초만 참으면 된다는 말에 슬라이딩을 선택했지만, 출발선에 눕기까지 5분은 족히 망설인 것 같다. 무난하게 진행하던 코스가 이상하게 꼬이면서 막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에 터~엉, 바닥에 몸이 뿌려졌다. 팔꿈치에는 영광의 상처가 남았다. 


▶Place

본능에 충실한 삶 

케른텐에서 가장 유명한 성은 중세 성채의 교본이라 불리는 ‘호흐오스터비츠 성’이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성은 란트스크론 성(Landskron Castle)일 것이다. 성 아래 아펜베르그(Affenberg Landskron) 동물원에는 오사카 근교에서 데려온 164마리의 일본 짧은꼬리원숭이들이 살고 있다. 귀여운 원숭이들이 먹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영리해지는지, 그들 안의 서열은 얼마나 엄격한지, 시원한 숲을 거닐며 배울 수 있다.

란트스크론 성으로 올라가니 이미 많은 사람이 아들러 아레나(Adler Arena)의 관람석을 채우고 있었다. 가공할 햇볕이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게 만든 것은 저 멀리 공중에서 점으로 선회하다 땅으로 내리꽂히듯 날아오는 독수리, 매, 올빼미 등의 맹금류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토끼 한 마리쯤은 너끈하게 잡아챌 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지난 새들은 훨훨 날아가 버리면 그만일 텐데, 고맙게도 쇼 타임이 되면 멀리서도 알아보고 날아온다. 가끔은 하루씩 늦게 돌아올 때도 있다지만. 

Affenberg Landskron(원숭이)  www.affenberg.com  
Adler Arena(맹금류)  www.adlerarena.com

파커호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파커호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내 마음에 고인 호수 하나 


과격한 슬라이딩보다는 유유자적한 카누가 아무래도 적성에 더 맞았다. 파커호수로 돌아와 2인 1조로 배에 올랐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자 다양한 모양의 배들이 호수를 누비고 있었다. 가이드는 호수 가운데 섬까지 가 보자 했지만, 누구도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대로 폴짝 물속에 뛰어들면 좋겠는데, 카메라가 발목을 잡았다. 수영복으로 무장하고 돌아와 호수에 뛰어들었다. 피까지 맑아지는 느낌. 맑고 투명한 호수에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산과 호수의 풍경을 저녁 내내 즐기며 식사를 했던 카르너호프 리조트의 테라스 식당
산과 호수의 풍경을 저녁 내내 즐기며 식사를 했던 카르너호프 리조트의 테라스 식당

불볕더위는 열대야로 이어졌다. 이런 더위에 대처할 이유가 없었던 호텔엔 에어컨이 없었다. 불평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에어컨이 필요치 않았던 호숫가 리조트 카르너호프(Hotel Karnerhof)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바로 앞에 파커호수라는 천연 에어컨이 있으니 말이다! 시원한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고, 해 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하고, 밤에는 흘러가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호젓한 리조트다. 대를 이어 호텔을 경영하며 4성급 리조트의 품격을 유지해 온 멜처(Melcher) 가문의 자부심은 호텔 오너가 직접 나와 즉석에서 샐러드를 만들어 주는 비밀스러운 이벤트에도 녹아 있었다. 오스트리아 특산품인 호박씨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조금씩 넣은 그의 샐러드를 맛보고 나자, 마트에 달려가 호박씨 오일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 모은 소금, 오일, 와인 등이 어느새 가방의 빈자리를 다 채워 버렸다.   


시작할 때는 길다고 생각했던 일주일의 오스트리아 알프스 여행도 가방 속 추억으로 꾸려졌다.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누군가의 한 달 살이는 아마도 지금 진행 중일 것이다. 알프스 산맥 중 어딘가, 여행으로 스쳤던 그 자리에 배낭을 메고 다시 서는 날을 그려 본다.  

카르너호프
주소: Karnerhofweg 10, 9580 Drobollach am Faakersee, Austria
홈페이지: www.karnerhof.com 
전화: +43 4254 2188

 

●travel  info

▶오스트리아 여름 + 마법의 카드 

이토록 아름다운 여름날인데! 이해가 잘 되진 않지만(겨울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오스트리아에서 여름은 여행 비수기다. 그래서 5월부터 10월까지(기간은 지역별로 상이함) 혜택이 차고 넘치는 서머 카드를 운영하고 있다. 많게는 100여 개에 이르는 무료 혹은 할인 혜택을 경험하고 나면 ‘이건 횡재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각 지역에서 지정된 파트너 호텔에 투숙할 경우 카드를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리스트를 확인할 것. 투숙하지 않을 때에는 카드를 사면 된다. 적어도 2배 이상의 이득이 돌아오니까. 

인스부르크 카드  www.innsbruck.info
외츠탈 프리미엄 카드  www.oetztal.com 
잘츠부르크 카드  www.salzburg.info 
첼암제-카프룬 서머 카드  www.zellamsee-kaprun.com  
케른텐 카드   www.kaerntencard.at 

▶터키항공 + 확 좋아진 공항 & 라운지 

몇 년 사이 터키항공은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항공사가 됐다.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해서 유럽 각지로 흩어지는 한국인들의 풍경이 익숙해질 만큼. 그래서 터키항공은 지난 4월 복잡했던 아타튀르크국제공항을 떠나 이스탄불 신공항으로 허브를 이전했다. 이제는 오히려 한가롭다고 느낄 만큼 넉넉한 공간은 환승 대기 시간의 질을 확실히 높여 주었다. 

터키항공은 현재 인천-이스탄불 구간을 주 11회 운항 중이며 이스탄불에서는 오스트리아로 3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이스탄불-비엔나 구간이 주 28회로 가장 운항 횟수가 많고, 이스탄불-잘츠부르크 구간은 주 10회, 이스탄불-그라츠도 주 4회 운항 중이다. 인천에서 밤 비행편을 타면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새벽이라서 어느 도시로든 오전 중에 연결편을 타고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 몇 시간의 대기 시간을 몇 십분처럼 단축시켜 주는 것이 신공항의 새로운 라운지다. 765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넓고 제공되는 음식을 통해 터키의 문화도 맛볼 수 있다.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와이파이 서비스를 즐기거나 가볍게 샤워를 하고 칵테일을 즐기거나 경건하게 기도를 하거나 스크린 골프를 즐기거나, 3D 체험을 하거나 등등. 더 즐기고 싶지만, 앗, 벌써 탑승 시간이다! 


▶잘츠부르크 공항 + 알뜰한 하루  

참 쏠쏠한 시간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5분 거리에 100여 개의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이 있다. 특히 잘츠부르크점에서 구입하면 좋은 품목 중 하나는 그문드너(Gmundner)의 식기들. 1492년부터 시작해 오스트리아 국민 식기라고 불릴 만큼 선호되는 브랜드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찻잔 등이 특히 귀엽다. 

주소: McArthurGlen Designer Outlet Salzburg Kasernenstraße 1, 5073 Himmelreich, Austria
전화: +43 662 25440

레드불 창업자의 창고 
행거-7(Hangar-7)

공항과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엄이 잘츠부르크 공항 인근에 있다. 유명한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의 CEO 디트리히 마테쉬츠씨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경비행기와 자동차들을 관람할 수 있는 개인 격납고 겸 박물관이다. 박물관 2층에는 미슐랭 2스타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이카루스’가 있어서 지역의 미식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본사를 잘츠부르커란트의 푸슐암제(Fuschl am See)에 두고 있는 레드불은 스포츠팀 후원 등 지역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주소: Wilhelm-Spazier-Straße 7a, 5020 Salzburg, Austria 
홈페이지: www.hangar-7.com
전화: +43 662 21970 

잘츠부크르 공항의 레스토랑 
제데르만(Restaurant-Cafe Jedermann)

잘츠부르크 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잘츠부르크 시내를 보며 로컬 재료로 준비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잘츠부르크 공항 내 식당이다. 시내에서 숙박하지 않고 바로 알프스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공항 식당에서 바로 식사를 마치고 로커에 짐을 보관한 뒤 시내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일정을 짜면 편리하다. 짐 보관료는 하루에 8€다. 

홈페이지: www.salzburg-airport.com  
전화: +43 662 852751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병준 
취재협조 오스트리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austria.info/kr 터키항공 turkishairline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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