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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AS] 인도를 닮은 사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9.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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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투어 김광성 대표
소풍투어 김광성 대표

인도를 닮은 사람

그는 내게 인도다. 신비롭고 특별하다. 어떤 것을 질문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야 하고 궁금증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인도는 처음이었고, 내겐 너무 낯선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저 할 수 있던 말은 ‘왜요?’ 정도의 질문뿐. 그는 내가 묻지 않아도 인도를 소개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주관적일 수 있는 정보를 항상 짚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 어떤 편견 없이 인도를 희미하게나마 그릴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친절함의 공이다. 누군가에게 새로움을 소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그는 내게 인도 같은 사람이다. 낯설었지만, 포근했다.

강화송 기자 

아르노(Arnaud Van Gelder) 가이드
아르노(Arnaud Van Gelder) 가이드

금주 동지의 꿈을 응원하며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같은 40대였고 산을 좋아했고 결정적으로 금주에 도전 중이었다. 공통분모가 많으니 금방 친해졌다. 산이 좋아 산이 없는 자신의 고국 네덜란드를 떠나 알프스 산맥이 우뚝한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그는, 산을 매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일터는 잘츠부르크 최고봉인 키츠슈타인호른의 스키장. 이곳에서 외국인인 그는 가이드 일을 하면서 집세며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꿈이 있어 즐겁단다. 정식 스키 강사가 되는 거다. 그래서 술도 끊었단다. 꿈이 있어 행복했기에 그의 안내와 설명이 더 친절했고 세심했나보다. 아르노, 한국에도 멋진 산이 많으니 우리 약속했던 대로 한국에서 꼭 만납시다!

김선주 기자 

온타리오주 바바라(Barbara) 가이드
온타리오주 바바라(Barbara) 가이드

바바라는 잔소리쟁이

그녀의 눈에 난 좀 칠칠맞았나 보다. 옷 좀 껴입는 게 어때, 아침 챙겨 먹어라, 미끄러운 돌 조심해라 등등 이모뻘 정도 되는 가이드 바바라는 그렇게 일주일 내내 애정 어린 잔소리를 했다. 그러다 일정 마지막 날, 모두가 잠든 버스 안에서 슬쩍 다가와 인자한 표정으로 속삭이는 것이다. “킴! 언제, 어떻게 네 기사를 볼 수 있을까? 실은 남편이 여행기자라 마음이 쓰였어.” 빗속에서 가슴팍에 카메라를 껴안고 산을 오르던 내가 그렇게나 안쓰러웠다나. 그녀도 내가 조금은 편해졌는지, 직업상 자주 보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도 슬쩍 풀어놓았다. 캐나다 기사가 조금이나마 사적으로 쓰였다면 그것은 바바라의 탓이다. 정감 있게 읽힌다면 바바라의 덕이다.

김예지 기자 

김요한 가이드 
김요한 가이드 

시인처럼, 작곡가처럼 

3일 내내 비가 내렸다. 물에 젖은 솜뭉치마냥 몸은 축 쳐졌고 마음마저 어둑해질 법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왔는데 빗소리만 들렸다. 그래도 그를 만나 다행이었다. 그는 가끔 시를 읊었고 노래를 불렀다. 이따금 연극 주인공처럼 연기도 했다. 푸시킨이 되었다가 차이코프스키로 변하고 표트르대제의 근엄한 표정을 따라했다. 문화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이야기하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그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한다면 비가 내려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시린 겨울에도 아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하게 될 게 뻔하다.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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