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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몰랐던 태평양] 호주 사람들은 발리만큼 바누아투를 사랑한다

  • Editor. 박재아
  • 입력 2019.08.26 09:00
  • 수정 2019.08.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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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서 요즘 가장 핫한 섬은 바누아투다. 
자연친화적인 여행지를 좋아하는 호주사람들 사이에선 바누아투가 발리보다 더 떠오를 거라는 소문이 있다. 

멜라네시아(Melanesia)는 검은 섬들이라는 뜻으로 솔로몬,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 피지, 뉴칼레도니아가 이 지역에 속한다.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라는 지역 명칭은 1832년 뒤몽뒤르빌이라는 학자가 태평양을 지리적으로 구별하기 위해 고안한 애매한(?) 분류법이다. 멜라네시아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멜라닌이 피부나 눈 등의 조직에 존재하는 흑, 갈색 색소라는 걸 떠올리면 기억하기 쉽다. 멜라네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피부가 검고 몸집이 작고 곱슬머리다. 


●바누아투는 어떤 나라?


바누아투는 83개의 섬들이 Y자로 배열된 모양이다. 남-북을 이으면 약 1,000km나 된다. 면적은 1만2,200㎢ 정도지만 65개의 섬이 무인도라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20여 개 뿐이다. 에스피리투 산토, 멜레쿨라, 에로망고, 에파테라 등 4개의 큰 섬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한다. 공용어는 영어에 현지어가 혼합된 ‘비슬라마어’다. 섬이 많고 이동수단이 부족하다보니 부족들 간의 교류가 적어 지금도 106개의 부족언어가 있다. 


●바누아투만한 곳이 없다 


바누아투는 세계에서 부족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 중 하나다. 인구의 94% 이상이 멜라네시아인(Ni-Vanuatu)으로, 대부분 기독교(82.5%)를 믿지만 부족문화가 워낙 강하다보니 토속신앙(17.5%)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도 적지 않다. 우리가 보통 ‘원시생활’이라 부르는 모습을 여과 없이 그러나 그리 위험하지도, 험하지도, 무겁지도 않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돼지 이빨, 돗자리와, 조개, 살아있는 돼지 등을 화폐로 사용하는 부족도 있다. 부족고유의 상징을 담은 문신과 화려한 장신구, 의식주가 다채롭다. 


●진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바누아투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계기는 2006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민족 1위’로 뽑히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 순위는 세계 102위였다. 그 후 여러 나라들이 행복지수 경쟁을 하는 통에 이제는 좀 식상해졌지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세상 때가 묻지 않은 천진난만한 표정만 보면 수긍이 가지만 (정말) 세상에서 행복한 나라라고 하기엔 역사가 눈물겹다. 무려 150년이나 이 나라 저 나라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1980년에야 겨우 독립했다. 1900년대 초반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지배하면서 바누아투를 ‘뉴헤브리디스 제도’라고 불렀다. 헤브리디스 제도(Hebrides)는 스코틀랜드 서쪽 대서양에 있는 500여개의 섬을 부르는 이름인데, 섬의 배열이 바누아투와 비슷하게 생겨서 지은 모양이다. 19세기 초부터 프랑스와 영국인 선교사, 상인, 농장주, 벌목업자들이 대거 바누아투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19세기 초 바누아투의 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재 바누아투 인구는 약 28만명으로 급감했다. 노예로 팔려나가거나 말라리아 약을 구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누아투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고작 40세로, 제대로 정수된 물을 마시지 못해 수명이 낮다. 식수는 주로 빗물을 받아서 먹는데, 물통에 담아서 마시라고 유럽에서 물통을 보내준다고 한다. 


150년 동안 식민 통치를 받으며 ‘원시적이고 미개하다’고 문명인들로 착취당하고, 유괴되고, 개종되고, 강탈당한 니-바누아투인들은 오늘날 기적같이 되살아나 태평양에서 가장 친절하고 우호적인 사람들이 됐다. 


●발리를 넘보다


바누아투에서 호주까지는 고작 2~3시간이다. 마음만 먹으면 저녁 한 끼 먹으려 다녀올 수도 있는 거리다. 브리즈번에서 2.5시간, 시드니에서 3.5시간, 뉴칼레도니아에서는 고작 1시간25분 거리라 한국에서 뉴칼레도니아로 직항이 있을 때는 연계상품으로 판매된 적도 있다. 바누아투를 지척에 두고 왜 호주사람들이 왜 발리로 몰려가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는 기사를 종종 읽는다. 


우리도 틈만 나면 중국, 일본과 으르렁 거리는 것처럼 호주와 주변 태평양 국가들 사이에는 미묘한 알력이 있다. 바누아투는 ‘친 호주파’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작년에는 호주가 약 165억원을 지원하겠다며 바누아투를 챙기고 나섰고, 올해 초에는 호주의 모리슨 총리가 피지, 바누아투 등을 순방하며 ‘남태평양은 우리 구역’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국제 문제가 발생하면 바누아투는 호주의 그림자처럼 군다. 이번 달 투발루에서 열린 태평양제도포럼(PIF)에서 호주가 유일하게 기후변화 대책에 반대함으로써 ‘외톨이’가 됐을 때 유일하게 바누아투만 호주 편을 들었다. 


태평양 섬들은 대부분 천연자원 수출과 관광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태평양을 드나드는 방문자의 60-70%를 차지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입김이 세다. 바누아투의 경우 전체 GDP의 2/3을 관광산업이 차지할 정도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는 아직도 미묘한 앙숙관계로 피지가 호주에 반기를 들 때 마다 호주정부는 관광금지령(Tourism Boycott)을 내려 피지정부를 압박한다. 그래서 피지정부는 자꾸 아시아로 항로를 더 열고(Look North Policy) 중국 및 아시아와 우호관계를 쌓는 반면 바누아투는 그 둘의 관계를 잘 활용한다. 사이 안 좋은 시어머니와 큰 며느리 옆에서 시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둘째 며느리 같다.


●호주와 더 가까이


에어바누아투는 지난 6월17일, 브리즈번에 취항하고 시드니 출발편을 매일 정규편으로 늘리며 새로운 기재도 네 대나 들여왔다. 6월17일부터 주3회 멜버른에도 정규편을 띄웠다. 이 중 한 번씩 바누아투의 최고 명소인 활화산 타나(Tanna)와 에스피리투(Espiritu)를 연결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비경


★ 스쿠버 다이빙
스쿠버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꿈의 코스’로 알려진 세계 최고의 다이빙 코스가 산토섬에 있다. 희귀한 해양생물은 물론이고, 1942년 10월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체 200미터 길이의 대형 수송선 프레지던트 쿨리지(S. S. President Coolidge) 난파선을 만날 수 있다. 

★낚시
힘자랑하기 좋아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 동안 요트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게임피싱’이 가장 인기다. 에스피리투 산토섬 인근에서는 어린 아이키만한 참치가 잡히기도 한다.

 

●이건 바누아투에만 있다  

★ 야수르 화산  Yasur Volcano
탄나(Tanna)섬 남동쪽에 위치한 야수르 화산은 높이 361m로 세계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활화산(活火山)이다. ‘야수르’는 불의 신이라는 뜻으로 밤에는 시뻘겋게 달궈진 화산재가 머리위로 날아다니는 리얼한 화산체험을 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더 무시무시한 화산도 많다. 야수르는 꽤 얌전한 화산으로 화산투어 전문 업체들은 ‘초보코스’라고 부른다. 

★ 번지점프 Bungees Jump
번지점프는 바누아투에서 시작됐다. 펜트코스트(Pentcost)섬의 분랍(Bunlap)이라는 마을에서는 매년 4~6월 사이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높이 20~25m의 망루 위에서 칡넝쿨로 발목을 감고 청년들이 뛰어내리는 의식을 치른다. 다음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행사다. 현지어로는 ‘골’(N’gol)이라 부른다. 안전장치 없이 흙바닥으로 뛰어내리는 걸보면 너무 아찔해 끝까지 볼 수가 없다.  

★ 해저 우체국 Underwater Post Office
2003년 5월에 만들어진 해저 우체국이 바누아투의 수도 포트빌라 인근의 하이드웨이섬 앞바다에 있다. 우체국을 이용하려면 방수 처리된 우편엽서를 미리 준비한 후 3m나 잠수해 들어가야 한다. 다이버인 우체국 직원이 엽서에 방수 스탬프를 찍어준다. 수중 우체국은 산호 군락과 해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물고기떼에 둘러싸여 있다. 우체국 업무는 덤일 뿐, 신비로운 수중세계를 만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다. 단, 우체국 영업시간은 하루에 한 두 시간뿐이다. 


●바누아투를 제대로 만날 기회 

★톡톡 TokTok

바누아투 관광교역전이 8월23일 부터 31일까지 바누아투의 수도 포트 빌라(Port Vila)에서 열린다. 바누아투 관광청에서 주최하며 여행업관계자(B2B)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관광교역전으로 2002년에 시작됐다. 바누아투 관광업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일정 후에는 바투아투의 주요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어 바누아투 상품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놓쳐서는 안 되는 행사다. 작년에는 150명(58개 현지 업체, 55개 상품판매자)가 참가했다. 

올해는 바누아투 관광청의 새로운 브랜딩인 “Answer the Call of Vanuatu”의 출범식이 교역전 중에 열려 더욱 뜻 깊고 볼거리가 풍성하다. 교역전 후에는 활화산이 이글거리는 타나 섬, 에스피리투산토 섬과 에파테 섬을 방문하는 팸투어가 열릴 예정이다.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글=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Daisy Park
SPTOKorea@gmail.com
사진=쿡아일랜드관광청 (cookislands.travel)
남태평양관광기구 (southpacificisland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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