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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호텔에서의 밥 한끼

  • Editor. 유경동
  • 입력 2019.08.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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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nbsp;대표<br>
유경동 대표

호텔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2016년 이후 호스텔업을 제외하고 서울시에 등록한 신규관광호텔은 2019년 상반기까지 총 126개이고 그 중 반수에 가까운 59개 호텔이 100개 이하의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는 소형호텔이다. 말이 좋아 소형호텔이지 토지 매입부터 호텔 건축 전반에 걸쳐 들어가는 비용은 수십 억 원에서 백 억 원 대의 비용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규모가 작은 호텔일수록 기획과 설계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호텔 내 식음료 업장 운영 여부이다. 인건비 구조 변화에 따른 부담감과 담보할 수 없는 수익성, 레스토랑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 등을 소형호텔이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만들어진 신생 체인 호텔 중에는 과감히 호텔 내 식음료 업장을 포기하고 객실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다. 그나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루프탑이나 ‘Drinking Bar’는 설치해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허용치 않는 호텔도 유행처럼 늘었다. 


대부분의 신규 호텔들은 개관에 앞서 호텔 공간에서 최소한의 식사 제공 역할을 해줄 외부사업체를 찾느라 분주하다. 남보다 형편없지 않은 정도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업자와 계약하고 골치 아픈 조직 관리와 시설투자의 고민을 떠넘기는 것이 최선의 경영기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거기에 조금의 임대료까지 챙길 수 있다면 호텔의 훌륭한 운영 준비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도 ‘무릇 호텔이란 작더라고 고객들을 위한 시그니처 레스토랑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면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이상론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충분히 현실의 고충을 이해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고객에게 자신 있게 제공할 밥 한 끼 못 만들어내는 호텔은 좋은 호텔로서의 자격을 가질 수 없다. 고객은 호텔에서 즐긴 밥 한 끼의 느낌으로 호텔의 수준을 가늠하게 되고 그 밥 한 끼의 수준이 호텔이 고객을 대응하는 정성의 정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서비스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호텔을 중심으로 어려움에 처한 식음료 업장의 다양한 해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도는 스타 셰프 영입이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음식 관련 TV프로그램들은 어느새 인지도가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 셰프를 탄생시켰고,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스타 셰프들은 오너 셰프가 되어 로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인지도는 물론 사업적 영역을 넓혔다.  더플라자호텔의 경우 기존의 3개 업장을 폐쇄하고 과감히 미쉐린1스타인 신창옥 셰프와 이준 셰프 등 4명의 스타 셰프에게 임대형식으로 공간을 내어줬다. 반얀트리클럽앤스파는 미쉐린2스타인 밍글스 강민구 셰프를, 아코르앰버서더호텔은 윤화영 셰프를 영입했다. 기존의 조직에서 과감히 외부의 스타 셰프에게 손을 내밀며 변화를 꾀한 것이다. 호텔 내부적인 후유증이 걱정되지만 호텔의 브랜드 명성에 걸맞은 인기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듯하다.


호텔이라는 공간이 다른 휴식 공간과 구분되는 이유는 집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 이외에 잘 지어진 밥 한 끼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정성을 보이는 일은 집을 대신할 공간으로 호텔을 선택해준 고객에게 전달할 기본적인 호텔의 책무였다. 그렇게 책무를 지키며 세월을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사랑 받는 좋은 시그니쳐 레스토랑으로 굳건해지는 사례도 많다. 고작 43개 객실을 보유한 소형호텔 핸드픽트호텔앤콜렉션스가 운영하고 있는 ‘나루’라는 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나루에서 제공하는 한식 중심의 메뉴들은 어느새 그 맛깔스러운 정갈함과 거품을 뺀 가격 등이 투숙객뿐만 아니라 호텔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입소문이 나며 인기 식당이 되었다. 돈과 수익만 따진다면 쓸데없는 짓으로만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호텔의 밥 한 끼를 호텔 옆 편의점이 대신 책임지게 한다면 그 호텔은 참 팍팍한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대형 호텔들이 유명 셰프와 손을 잡듯 소형 호텔들도 동네의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운영의 묘를 살릴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동네에서 수익을 내며 투숙객과 주변 이웃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쉽지 않은 그러나 의미 있는 도전의 시발점은 ‘호텔에서의 밥 한 끼’가 가지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음을 느끼는 것부터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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