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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바라는 이유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19.09.03 09:15
  • 수정 2019.11.06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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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활짝 웃는다, 뒤에서
그녀가 활짝 웃는다, 뒤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대체로 그것은 커리다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대체로 그것은 커리다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
인도가, 세상의 일부인 것은
세상엔 기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인도를 바라는 이유다.

 

●No problem

“노 쁘라블럼, 마이 프렌드” 그가 고개를 좌우로 덜렁거린다.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첫째,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 둘째, 그가 든 카메라는 내 것이다. 셋째, 나는 그를 모른다(물론 그도 나를 모른다). 그러므로 ‘노 쁘라블럼’이라는 그의 단정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문제가 없다면 결론도 없다는 의미인데 그럴 리가. 내 입장은 그와 달랐다. 

빛 드는 도살장. 번뜩이면 닭머리가 떨어진다. 데굴데굴, 혼란스럽다
빛 드는 도살장. 번뜩이면 닭머리가 떨어진다. 데굴데굴, 혼란스럽다

그의 행동에는 악의가 없었다(아마도). 그는 시장에서 닭고기를 팔던, 인도인이다. 그가 나의 어깨에 있던 카메라를 불쑥 집어 든 것은 놀랍게도 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함이었다.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파리가 잔뜩 꼬인 생닭 옆, 활짝 웃었다. 2번 정도 사진을 찍더니만 또다시 고개를 좌우로 덜렁거린다. 예사롭지 않은 흔들림에 멀미가 난다. “노 쁘라블럼, 마이 프렌드. 저스트 1달러!” 번쩍 깨달음을 얻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 이곳은 인도다. 그래도 1달러의 이유 정도는 물을 수 있는 거니까. 그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낭만을 위한 값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사게 되었다. 실소가 나온다. 주변에 있던 인도인들이 따라 웃는다. 그 와중에 머리 잘린 닭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그가 찍은 사진 속 내 모습이 그랬다. 노 쁘라블럼.

보이지 않아도, 그들은 날 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보이지 않아도, 그들은 날 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도는 ‘하여가’의 세계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고개만 덜렁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마법. 이것은 아마 힌두교와 연관이 깊을 것이다. 힌두교는 상반되기도, 모순되기도 하는 믿음과 의식이 공존한다. 확실한 교의가 없기 때문에 어떤 신념, 사상을 주장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특정한 창시자도 없고, 유일의 경전도 없다. 영원한 본질이라는 것도 없다. 상황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생각이 달라지면 말도 달라진다. 이것은 저것이 될 수도, 또 저것은 이것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의 결말에는 ‘노 쁘라블럼’이라는 문장이 관통한다. 여행은 본인의 의지다. 그들을 탓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면 되고, 졸리면 자면 된다. 웃기면 웃고, 슬프면 운다. 세상은 이렇게 단순한데, 복잡한 것은 나뿐이니, 결국 문제는 없다, 노 쁘라블럼. 이곳은 인도다.

 

●2억으로 13억을 막는 방법

소가 멈춰 선다. 시끄럽던 도로는 더 시끄러워진다. 릭샤꾼 한 명이 내려 소에게 다가간다. 있는 힘껏 발로 소의 볼기를 후려친다. 꼬리로 볼기를 살살 비벼가며 소는 떠난다. 더 시끄러워졌던 도로는 다시 더 시끄러워진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름 모를 골목에는 망고 가 한창이었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 8월까지, 제철 맞은 망고는 개당 30루피(한화 약 500원) 정도. 마침 어슬렁거리던 소 한 마리가 망고 좌판 쓰레기 더미를 파헤친다. 망고 갑판을 지키던 여인은 인자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짙고 깊은 눈썹 사이, 그녀의 검붉은 빈디가 좌판 아래로 사라진다. 버려진 망고라도 줍나 싶었더니, 나무 빗자루를 손에 들었다. 소는 여전히 쓰레기통을 짓밟는다. 그녀는 있는 힘껏 소 등짝을 빗자루로 내려친다. 소는 옆집 야채 가게로 향한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파리가 그 여정을 함께한다. 

인도판 어린왕자, 소몰이꾼이다
인도판 어린왕자, 소몰이꾼이다

힌두교는 소를 ‘숭배’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확히 표현하면 힌두교는 암소를 ‘신성’시 여긴다. 자비의 신 ‘크리슈나(Krishna)’가 암소의 보호자였기 때문이다. 악마는 86번의 윤회를 거쳐야 소가 되고, 87번의 윤회를 거치면 사람이 된다. 수억의 신이 암소의 몸에 깃들어 있음은 힌두교도라면 알고 있는 사실, 정작 암소는 애먼 눈만 껌뻑일 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 길목을 막는 소를 내려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 아닌가, 성스러운 소(님)인데.

인도에서 냄새는 피할 수 없다. 나름 구수하다
인도에서 냄새는 피할 수 없다. 나름 구수하다

고대 힌두사회에서 힌두교도들은 소고기를 소비했다. 제사에 쓰일 제물로 소를 으뜸으로 꼽았다. 이것은 힌두교도가 신성시하는 ‘베다(Veda)’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다. 총 4개의 베다 중 가장 오래된 문헌인 ‘리그베다(Rigveda)’에는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 암소를 희생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과거 제사장을 도맡았던 당시 지배층, 브라만(Brahmin)은 제사의 성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제물로 더 많은 소를 확보하려 노력했다. 농경사회에 제물로 소가 소비된다는 것은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 일반계급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고조되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브라만은 소에게 신성을 부여한다. 실용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힌두 경전에서 암소는 성스러운 신들이 살고 있는 영물로 표현된다. 심지어 소똥마저도. 소똥은 인도 농촌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 연료다. 소의 오줌은 인도 고대 경전에 따르면 금을 함유하고 있을  뿐더러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의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인도 중서부 구자라트주 ‘주나가드농업대학(JAU)’ 연구진은 소 오줌에서 금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거리는 반짝이지 않는다. 

소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사람에게 헌신한다. 사람은 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섬긴다. 인도에 살고 있는 2억 마리의 소가 13억 인도인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이유다.


●붉은 얼굴의 구루

연꽃이 된다, 파드마 아사나. 앉은 채 다리를 교차한다. 척추를 곧게 늘리고 양 무릎 위에 손을 얹는다. 호흡을 마시고, 정수리로 내쉰다. 이것이 연꽃 자세다. 아침 7시,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랄박 보타닉 가든(La Bagh Botanical Garden)에 연꽃이 만개했다. 물론 아직 덜 핀 꽃도 있기 마련이다. 영차.

브라만 사제는 코를 이용해 깊고 신비로운 만트라를 읊조린다
브라만 사제는 코를 이용해 깊고 신비로운 만트라를 읊조린다

매년 6월21일은 ‘세계 요가의 날(International Yoga Day)’이다. 2014년 요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국제연합(UN)이 공식 제정했다. ‘세계 요가의 날’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미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192국에서 요가를 즐긴다. 운 좋게도 인도 벵갈루루에서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벵갈루루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IT 클러스트를 형성하고 있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인도 전체의 총 전자시장 수출량 중 33% 정도가 벵갈루루에서 이루어진다. 인도는 10년이 지나도 그대로겠지만, 벵갈루루는 예외다. 빠르고, 도시적이다. 치열한 경적과 소의 울음에 가까스로 인도에 왔음을 체감하는, 그런 곳이다. 


벵갈루루에서 무려 300년 동안 꽃을 피워온 ‘랄박 보타닉 가든’은 인도에서 가장 훌륭한 식물원으로 손꼽힌다. ‘랄박’은 붉은 정원이라는 의미다. 식물원을 처음 조성했을 당시 이곳에는 붉은 장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붉은 것은 장미뿐만이 아니다. 인도 사람들의 이마 정중앙이 그랬고, 물구나무를 선 구루(Guru, 요가 스승)의 얼굴이 유별나게 붉었다. 


요가는 그저 몸을 꼬고 뒤트는 행위로 치부할 수 없다. 특정한 자세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정신적으로는 황홀경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니까, 머리에 피가 쏠려 붉어진 구루의 물구나무는 일종의 자아실현의 과정인 셈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고,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베풀거나, 사랑할 수도 있다. 무한한 것들을 느낄 수 있지만 전부를 이뤄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그 제한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비롯되는데, 그 해답을 찾게 되면 나와 우리, 세상 그리고 자연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의 숨을 나무가 마시고 나무의 숨을 인간이 마시듯 당연하지만 특별한 것을 일깨운다. 요가가 쉽지만 어려운 이유다. 

 

●옴

구루(Guru, 요가 스승)의 말을 귀가 듣는다. “다리를 벌리세요!” 머리는 명령한다. ‘벌려라 몸아!’ 몸이 답한다. ‘퍽이나.’ 구루의 얼굴이 붉어진다. 
요가는 초심자에게 자비가 없다.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구루의 만트라(Mantra)를 복창하는 일이다. 마음(Man)과 자유(Tra)라는 의미를 지닌 만트라는 일종의 주문이다. 밍밍한 국을 앞에 두고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는 어른아이의 마음. 끓는 냄비에 라면 수프 한 봉을 털어 넣었을지라도, 결국 주문 때문에 맛있어질 것이라는 믿음. 

이른 새벽, 그는 연꽃이 되었다. 밀려오는 잠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른 새벽, 그는 연꽃이 되었다. 밀려오는 잠에 고개를 끄덕인다

요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만트라는 ‘옴(AUM)’이라는 소리다. 보통 요가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데 사실 ‘옴’보다는 ‘아우음’이 더 정확한 표기다. ‘아(A)'는 현실을 뜻한다. 그저 입을 활짝 열고 숨을 내쉬며 소리를 낸다. 맞닿은 목구멍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우(U)’는 ‘아(A)’와 ‘음(M)’을 발음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단계다. 꿈의 상태라고도 한다. 마지막 ‘음(M)’은 마음과 영혼이 꿈을 꾸지 않는 수면 상태다. 그저 두 입술을 다물고 가슴의 진동을 느끼면 된다. 압권은 이 모든 과정을 마친 뒤, 찾아오는 적막이다.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지만, 가슴이 진동한다. ‘옴’은 잔잔한 바다 위, 해무를 가르는 뱃고동과 같다. 고요한데 우렁차다. 몽롱한데 뚜렷하다.

 

●인도의 그녀

벵갈루루에서 우띠로 향하는 길목, 코임바토르에서 그녀를 만났다. ‘나마스까람!’ 뜻은 모르지만 우선 가벼운 눈인사로 답했다. ‘나마스까람’은 ‘나마스떼(안녕하세요)’와 같은 의미인데 힌디어가 아닌 타밀나두어다. 코임바토르는 인도의 남부에 위치한 타밀나두주의 도시다. 인도에는 적어도 800여 개의 언어와 2,000여 개의 방언이 존재한다. 영화   <라이언>을 보면 극 중 주인공인 5살짜리 인도 소년이 기차에서 깜빡 잠들어 버린다. 같은 인도에 내렸지만, 그곳은 낯선 인도다. 결국 그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호주로 입양을 가게 된다. 물론 공식적인 의사소통은 영어와 힌디어로 충분하다. 하지만 ‘나마스까람’ 정도는 숙지할 필요가 있다. 타밀나두주에서는 힌디어의 사용을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다.

사리를 두른, 기혼의 그녀. 재스민 향기가 그녀의 곁에 머문다
사리를 두른, 기혼의 그녀. 재스민 향기가 그녀의 곁에 머문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사리 자락을 들쳤다. 발가락이 고갤 내민다. 그녀의 두 번째 발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인도 여성의 전통 의상인 사리는 아무런 재봉을 하지 않은, 그대로의 천이다. 바느질한 옷은 옷의 영혼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부정한 옷이라고 생각한단다. 재봉이 되지 않았으니, 입는 방법도 쉽지 않다. 그녀에게 방법을 물으니 대답은 이랬다. ‘이렇게 저렇게 돌리고, 감고, 통과시켜서 넣으면 된다.’ 뭔지 모르겠지만 포인트는 가슴과 다리를 가리는 것. 인도에서 여성의 배가 자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 발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는 그녀가 기혼자임을 뜻한다. 보통 힌두 여성들은 머리의 가르마 중앙에 빨간 분을 발라 기혼임을 나타낸다. 볼리우드 영화를 살펴보면 남녀의 머리 정중앙에 빨간 분가루가 내려앉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서로가 사랑에 빠졌다는 클리셰다. 여성의 경우 외출시 숄로 얼굴을 종종 가리기 때문에 결혼 여부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그때 발가락을 내보여 기혼 사실을 알리곤 한단다. 결혼의 여부가 개인을 판단하는 데 그리 중요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단다.

하얀 발바닥. 인도 여성의 발가락 반지는 기혼을 뜻한다
하얀 발바닥. 인도 여성의 발가락 반지는 기혼을 뜻한다

그녀는 웃을 때 코를 벌름거렸다. 그때마다 반짝이던 것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인도 여성은 코에 피어싱을 한다. 인도 의학인 아유르베다(Ayuvedra)에 따르면 노즈링(Nose Ring)은 여성의 생식기와 관련이 있단다. 코에 링을 착용함으로써 출산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여성의 고향에 따라 뚫는 방향이 다르다고 한다. 물론 그녀의 피어싱은 그저 ‘치장’의 의미였다. 과거의 습관은 대체로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 편이니까.

그녀의 머리를 휘감은 꽃봉오리가 멀어진다. 재스민(Jasmine) 향기 이별이다. 그저 길을 걷다가 그녀를 만났을 뿐이다.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다.

 

시바와 소, 이샤 파운데이션의 풍경
시바와 소, 이샤 파운데이션의 풍경

이샤 파운데이션(Isha Foundation)
남인도에 위치한 코임바토르, 도심에서 40km를 차로 달리면 거대한 시바 흉상이 등장한다. 이샤 파운데이션이다. 이곳은 사드구루(Sadhguru)라는 요기(Yogi, 요가 수행자)에 의해 설립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바수데브(Jaggi Vasudev)’라는 사람이 설립했다. 사드구루는 그의 이름이 아니라, ‘진리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간단한 요가를 체험해보며 둘러보기 좋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관심의 의미다. 보통 인도에선 그랬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관심의 의미다. 보통 인도에선 그랬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호기심이 넘친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호기심이 넘친다
어른들의 눈빛에선 익살이 넘친다
어른들의 눈빛에선 익살이 넘친다

●인도에서 짜이를 마시는 일

우띠맨(우띠에 사는 남자)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닐기리의 수호자로 소개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띠맨의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우선 털모자. 우띠는 날씨가 선선하기 때문에 보온과 멋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 원색 두툼한 점퍼, 아무래도 이것 역시 마찬가지. 바스락거리는 재질의 긴 바지까지 갖췄다면 우띠맨에 어느 정도 가까워진 줄 알았더니, 우띠에서 4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단다. 까다로운 조건에 불평을 늘어놓으니, 70년을 우띠에서 살았다는 우띠맨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란다.  

차밭, 집, 안개, 나무, 산이 전부. 우띠의 전경
차밭, 집, 안개, 나무, 산이 전부. 우띠의 전경

우띠(Ooty)는 인도의 남쪽, 닐기리(Nilgiri) 산자락에 위치한다. 무려 해발 2,240m. 본래 명칭은 우다가만달람(Udhagamandalam)이지만 줄여서 우띠라고 부른다. 과거 식민지였던 고산지대가 대부분 그렇듯 우띠의 시작은 역시나 영국인들의 휴양지였다. 겨울이면 영하 6도 정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매일이 뜨끈한 인도에서 우띠는 천국이나 다름없을 터. 현재는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로 손꼽힌다. 닐기리는 푸른 산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띠를 찾아 오른 닐기리는 푸르렀다. 온 천지가 차밭이다. 인도의 3대 홍차를 읊어보면 다르질링(Darjeeling), 아삼(Assam) 그리고 닐기리(Nilgiri)가 대표적이다. 모두 인도의 지역 이름이다. 다르질링은 화이트 와인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홍차의 샴페인’이라고도 불린다. 아삼의 경우 카테킨의 함량이 높아 묵직하고 떫은맛이 특징이다. 닐기리는 실론티(Ceylon Tea, 스리랑카 홍차)와 맛이 거의 같다. 기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손 가득 들어 올린 찻잎은 생기롭다
두손 가득 들어 올린 찻잎은 생기롭다

좀 더 깊은 닐기리의 맛을 찾아 우띠에 위치한 차 공장(Tea Factory)을 방문했다. 우띠맨이 한마디 거든다. "솔직히 공장보단 차밭을 돌아다니는 편이 훨씬 더 맛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걸?" 실제로 그랬다. 사방에 널린 어느 차밭으로 향했더니, 까무잡잡한 여인들이 반긴다. 어린 찻잎만 손으로 애지중지 골라 딸 줄 알았더니만, 가차 없다. 작은 칼을 이용해 꽤 두꺼운 차나무 가지를 통째로 베어버린다. 그리곤 찻잎을 한 움큼 손에 얹어주더니 냄새를 맡고, 씹어 보란다. 상큼하고 신선하다. 닐기리는 다른 지역 홍차에 비해 맛이 옅으며 부드럽고 깔끔하다.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스티, 밀크티, 레몬티 등 폭넓게 사용된다. 수많은 방법 중 최고는 역시 우유와 향신료를 섞어 마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짜이(Chai)’다. 일반적인 홍차는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다. 짜이의 경우 오랜 시간을 펄펄 끓인다. 과거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홍차의 대부분이 영국으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유리잔에 채워진 짜이는 조심해야 한다. 생각보다 뜨겁다
유리잔에 채워진 짜이는 조심해야 한다. 생각보다 뜨겁다

그러니까 짜이는 질 좋은 홍차를 모조리 영국에 보내고 남은 하급 홍차를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인 셈인데, 대안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맛이 환상적이다. 

인도에서 짜이를 마신다는 것은 휴식을 뜻한다. 차를 따던 아낙도, 수다 떨던 우띠맨도, 지독하게 달라붙어 잔소리하던 릭샤꾼도 마찬가지다. 단 한 잔에 인도를 멈추고 걱정을 잊는다. 여행자는 떠나야 할 때를 잊는다. 달콤한 짜이를 맛본다면, 인도의 그 무엇도 스쳐 지나갈 수 없다.  


●travel info
Bengaluru & Ooty

▶AIRLINE
한국에서 벵갈루루까지의 직항편은 없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인디아 등을 이용해 델리까지 간 후,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서울에서 델리까지는 약 9시간 30분이 소요되며 델리에서 벵갈루루까지 국내선을 이용하면 약 2시간 50분이 걸린다. 우띠는 코임바토르에서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벵갈루루에서 코임바토르까지 국내선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55분이다. 에어인디아, 스파이시젯, 인디고 등 국내선의 선택권은 다양하다. 코임바토르에서 우띠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면 약 4시간 이상 소요된다.

▶ABOUT
TIME 한국보다 3시간 30분 느리다. 인도의 오전 6시는 우리나라 오전 9시30분. 
VISA 온라인으로 E-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입국이 가능한 더블비자로 최대 6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비용은 80USD와 약간의 수수료가 붙는다.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콜카타,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등 6개 공항으로 입국할 경우, 한국인에 한해 도착비자(VOA, Visa On Arrival)를 발급받을 수 있다. 비용은 2,000루피(한화 약 3만2,000원)와 약간의 수수료. indianvisaonline.gov.in/evisa/tvoa.html
CURRENCY 루피(INR)를 사용한다. 100루피는 약 1,700원(2019년 8월 기준) 정도.

▶HOTEL
싱클레어 리트리트 우띠 Sinclairs Retreat Ooty

평화롭다. 우띠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급스러운 호텔 느낌보다는 산장에 머무는 느낌이다. 호텔 앞쪽 정원이 펼쳐져 이른 아침 선선한 바람을 가르며 산책하기 좋다.
주소: 444, Gorishola Road, Thalayathimund, Ooty, Tamil Nadu 643001 India
홈페이지: sinclairshotels.com  
전화: +91 426 244 4229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인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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