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리조트에는 눈이 없었지만, 블루마운틴
스키 리조트에는 눈이 없었지만, 블루마운틴
  • 김예지 기자
  • 승인 2019.09.0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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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에 멈춘 시간, 온타리오
토론토 사람들의 근교 여행지, 블루 마운틴 리조트
토론토 사람들의 근교 여행지, 블루 마운틴 리조트

●Blue Mountains 블루 마운틴

스키 리조트에는 눈이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워지고 있었다. 호수, 정확히는 만(灣)으로. 조지아만(Georgian Bay)은 캐나다와 미국이 나란히 나눠 가진 휴런호(Lake Huron) 중에서도 캐나다 쪽에 맞닿아 있다. 둥그런 가장자리를 탄 호수 풍경만으로 휴양지가 되기에 족할 텐데, 토론토에서 차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s)에는 대형 리조트가 여럿 들어섰다.  

비온 뒤 블루 마운틴의 반영은 깊고 진하다
비온 뒤 블루 마운틴의 반영은 깊고 진하다

리조트에 도착한 순간 캐리어에 든 옷들이 무용지물이 됐음을 실감했다. 먼 캐나다라도 여름일 줄만 알았고 나이아가라까지는 당연히 고려하지도 않았으니. 호수만큼이나 ‘마운틴’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다. 미국 뉴욕에서부터 캐나다 온타리오를 거쳐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를 잇는 절벽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 지역… 등등이 블루 마운틴이 끼고 있는 나이아가라 이스카프먼트(Niagara Escarpment)의 방대한 정의다. 덕분에 블루 마운틴이 얻은 실용적인 정의는 ‘사계절 리조트 마을’. 스키 로프, 프라이빗 비치, 롤러코스터와 집라인 등 자연 속에서 즐거운 것들이 잔뜩 모였다.


두꺼운 옷을 챙겼다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눈이 있을 수는 없는 계절이었으므로. 스키가 목적도 아니었을 뿐더러 어떤 목적을 운운하려는 목적지도 아니었다. 그 후 며칠간은, 숲을 통째로 마시는 것 같은 마운틴 코스터(Lidge Runner Mountain Coaster)를 탈 때만이 유일하게 가슴 쫄깃해지는 순간인 날들이 이어졌다. 주변에 괜찮은 양조장이 있다는 소식을 입수하기 전까지.

블루 마운틴 리조트
주소: 190 Gord Canning Drive, Blue Mountains, Ontario L9Y 1C2
홈페이지: www.bluemountain.ca

조지아만을 타고 돌다 마주친 풍경
조지아만을 타고 돌다 마주친 풍경

취하지도 않고 홀렸다


그렇게 쏘아 붙일 땐 언제고 마지막이 아닐 것처럼 구는 건 또 뭐람. 달달한 여운 탓인지 쌀쌀한 기온 탓인지 테이스팅을 빙자해 연거푸 스파클링 와인을 비워 냈다. “여름에는 호수 주변 공기가 육지 주변보다 덜 데워져 선선하고, 겨울에는 호수의 온도가 육지보다 천천히 내려가요.” 조지아만이 왜 과일 재배에 유리한지에 대해서라면, 블루 마운틴에서 와인과 사이더를 모두 제조해 온 조지안 힐즈(Georgian Hills Vineyards)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리 피해를 입을 위험이 그만큼 적죠. 나이아가라 이스카프먼트는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둬 주는 역할을 해요.” 온화한 기후를 좋아하는 포도와 사과는 호수를 온돌 삼아 절벽을 병풍 삼아, 덥지도 춥지도 않게 무난히 자랄 수 있다. 

조지안 힐즈 바인야즈. 코 끝을 치던 와인 향이 지금도 선연하다
조지안 힐즈 바인야즈. 코 끝을 치던 와인 향이 지금도 선연하다

열매는커녕 꽃도 제대로 피우지 않은 작은 봉우리에 불과했지만. TK 페리 오차드 & 애플 마켓(TK Ferri Orchards & Apple Market)에는 약 5만8,000그루에 달하는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1930년대부터 내려온 가업을 물려받은 톰(Tom)은 아내 카렌(Caren)과 함께 농장과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사과의 품종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향과 즙의 정도, 산도 등에 따라 용도도 달라지고요.” 그중에서도 TK 페리 오차드의 이름을 붙인 시그니처 품종만을 선별해 애플 사이더를 만든다.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진 특별한 착즙 방식과 양조 비법이야말로 시그니처라 할 수 있죠.” 카렌의 머리칼과 비슷한 색을 띤 ‘할아버지 잭의 애플 사이더(Grandad Jack’s Apple Cider)’가 혀끝에 톡, 하고 튀어 오른다. 이하 보다 객관적인 정보로 맛 평가를 덧붙인다면 유혹. 사과꽃말이다.

프리미엄 사과를 재배하는 TK 페리 오차드 & 애플 마켓
프리미엄 사과를 재배하는 TK 페리 오차드 & 애플 마켓

조지안 힐즈 바인야즈
주소: 496350 Grey Road 2, Blue Mountains, Ontario

TK 페리 오차드 & 애플 마켓
주소: 496415 Grey Road 2, CLarksburg, Ontario


●Midland 미들랜드

시간에도 냄새가 배었다


때는 17세기. 프랑스 탐험가 사뮈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이 개척하기 전 캐나다에는 주인이 있었다. 캐나다 원주민 중 한 갈래인 휴런족(Huron Wendat, 프랑스인들은 웬다트라 불렀다)은 주로 세인트로렌스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았다. 식민지 개척 이후 캐나다로 건너온 프랑스인들은 휴런족과의 교섭을 시도했고, 적대 관계에 있던 이로쿼이족(Iroquois)의 세력을 막아 주는 조건으로 휴런족은 이들과의 공존을 택했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모피를 보루로 거래를 했다. 

어둑한 움집 안에서 들은 이야기는 오감으로 전해졌다
어둑한 움집 안에서 들은 이야기는 오감으로 전해졌다

장소는 캄캄한 움집 안. 모닥불 앞에서 들은 이야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쉽게 말해 민속촌 같은 곳이지만 “장소와 복장만 따라한 게 아닙니다. 당시의 경험을 치열하게 재현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 눈빛이 그만큼 치열했다. 1639년 처음 온타리오주에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휴런족 선교를 목적으로 세인트 마리 어몽 더 휴런(Saint-Marie among the Hurons)이라는 커뮤니티를 세웠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649년 이로쿼이족의 공격을 받은 휴런족이 떠난 후 300여 년간 방치됐던 마을은 고고학 연구 끝에 복원됐다. 완벽한 구현은 살아 있을 때 실현된다. 그 옛날 그때처럼, 돌을 두드리는 대장장이와 곡식을 심는 농부와 미사를 여는 성직자가 이곳에 살고 있다. 


‘눈, 코, 입, 귀, 피부로, 모든 감각으로 시간을 느껴 보라’던 중세인의 안내는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따를 수 있었다. 구수한 빵 냄새만으로. “휴런족의 주식은 옥수수였어요. 주로 빵을 만들어 먹었죠.” 상상했던 것보다 폭신했던 콘브레드에는 “이스트와 설탕을 좀 넣긴 했으니까요(웃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팽팽하게. 천장 틈새로 피어오르는 연기에 햇빛이 파고들었다. 장작 타는 냄새가 싫지 않을 정도로만 코를 타고 들어왔다.  

세인트 마리 어몽 더 휴런
주소: 16164, Highway 12 East, Midland, Ontario L4R 4K8
홈페이지: www.saintemarieamongthehurons.on.ca

 

▶travel info

HOTEL
웨스틴 트릴리움 하우스 The Westin Trillium House

블루 마운틴 리조트의 호텔 중 하나로 메리어트에서 운영한다. 딜럭스부터 부엌이 딸린 패밀리형까지 객실 선택권이 넓고, 무엇보다 객실 바로 앞에 펼쳐진 호수 뷰가 압권이다.  1층에 있는 레스토랑 올리버 & 보나치니 카페 그릴(Oliver & Bonacini Cafe Grill)은 블루 마운틴의 다른 리조트 투숙객도 자주 찾는다.
주소: 220 Gord Canning Drive, Blue Mountains, Ontario L9Y OV9  +1 705 443 8080

CIDERY
톤부리 빌리지 사이더리 Thornbury Village Cidery

블루 마운틴과 가까운 톤부리(Thornbury)에 있는 사이더리로 애플 사이더와 크래프트 비어를 만든다. 1800년대부터 전통을 이어 온 오랜 양조장이지만 크랜베리, 블루베리, 오렌지 등을 이용한 사이더 레시피가 매우 실험적이다. 탭에서 바로 뽑아 낸 사이더와 맥주를 기본으로 캔과 병으로도 판매한다.
주소: 90 King St East, Thornbury, Ontario
영업시간: 일~목요일 11:00~18:00, 금·토요일 11:00~20:00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keepexplor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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