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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의 CCBB] 인솔자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 Editor. 장영복
  • 입력 2019.09.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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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 여행사 대표
신발끈 여행사 대표
장영복

전세계에서 오직 한국과 일본에서만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 있다. 한국에서는 인솔자 또는 투어컨덕터, 줄여서 TC라고 부르는 직업이다. 일본에서는 텐조인 또는 투어컨덕터라고 부른다. 타 국가에서는 현지를 안내하는 투어가이드는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만, 현지까지 인솔하는 사람에게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업군은 없다. 서양에서 투어컨덕터는 투어가이드와 같은 개념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인솔자라고 부르며 투어가이드와는 다른 직업으로 분류한다. 역사는 1982년에 만들어진 ‘국외여행안내원 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외여행안내원 제도는 1987년에 폐지된 후 1993년에 재도입 됐고, 2011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한국여행업협회가 위탁 받아 인솔자 자격증을 발급 및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여행 ‘가이드’가 아닌 ‘인솔자’에게까지 자격증이 필요한가이다. 관광진흥법 제13조는 ‘여행업자가 내국인의 국외여행을 실시할 경우 여행자의 안전 및 편의시설을 위하여 그 여행을 인솔하는 자를 둘 때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자격요건에 맞는 자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외여행 인솔자는 자격증을 소지해야하며, 이를 어길 시 여행사는 10일간 영업정지를 당한다. 


인솔자 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격요건을 필요로 한다. 1) 여행사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15시간의 소양 교육을 받는 경우, 2) 인바운드 관광통역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또는 3) 대학에서 관광학 관련 전공으로 관련 수업을 이수한 경우다. 사실상 누구라도 여행사에서 6개월만 일한다면 인솔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에 오래 거주한 사람, 해당 지역을 공부한 석·박사, 가이드북저자, 사진작가, 트레킹 전문가와 같이 그 지역에 해박한 전문가라도 앞서 말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인솔자로 활동할 수 없는 것이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패키지 상품의 경우, 인솔자는 현지까지 항공 인솔만 하면 된다. 반면, 현지 외국인 가이드가 이끄는 상품에서는 인솔자가 크루즈 선내방송을 시시각각 이해하거나, 트레킹가이드의 사고예방 브리핑을 고객에게 정확하게 통역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뛰어난 언어능력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활동하는 가이드 중 현지 국적 보유 등 적절한 자격 요건을 갖춘 한국인 가이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자격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아 고발 조치를 당하기도 하고, 여행 중 위험한 상황을 초래해 여행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다, 산 등에 관련된 액티비티 가이드는 현지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며 자격증을 부여한다. 유럽이나 남미의 트레킹가이드는 해당 국가가 운영하는 산악학교에서 수년간의 수업과 산악 경험을 한 뒤 국가마운틴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러한 자격을 갖춘 적법한 한국인 마운틴가이드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여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현지의 적법한 외국인 가이드가 이끄는 프로그램이 권장돼야한다.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가 이끄는 프로그램보다는 현지의 외국인 가이드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솔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솔자의 자격을 6개월 이상의 여행사 근무경력이나 관광학 전공자, 관광통역사 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해 진입장벽을 만들다보니 적절한 인재들을 인솔자로 배치하지 못해 전체적인 여행의 질이 향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당 국가의 언어나 문화에 능통하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인솔자로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해 양질의 인력풀을 갖춰야한다. 스킨스쿠버나 트레킹 문화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인솔자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고객들의 여행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인솔자의 기준은 국가자격증 소지 여부가 아니라 여행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문가인지가 돼야한다. 현재 OTA가 한국 여행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오랜 관행으로 인해 한국 여행사의 여행 상품이 발전하지 못하고, 패키지 시장마저 OTA가 장악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여행사의 여행 상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인솔자 자격증 제도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여행‘가’와 간호‘사’와는 달리 인솔자라는 명칭에는 ‘놈 자’가 들어간다. 투어리더 또는 인솔 가이드가 맞는 호칭 아닐까? 인솔자 자격증과 더불어 인솔자 명칭도 폐지돼야한다.)

 

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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