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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몰랐던 태평양]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고래의 꿈을 찾아 ‘통가’

  • Editor. 박재아
  • 입력 2019.09.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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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들은 통가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마지막에 여는 천국의 문. 다이버뿐만 아니라 집채 같은 혹등고래가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으러 일 년에 두 번씩 찾는 곳이다. 당신에게도 빈다. 치열하고 팍팍한 인생에서 한 번쯤은 고래의 꿈을 찾아 떠나는 용기를 얻길.

 

●‘움직이는 섬’ 통가의 혹등고래


바비킴의 노래 <고래의 꿈> 때문에 통가로 떠났다는 한 40대 후반 남자분의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통가에 고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나 역시 고래 때문에 이곳을 알게 됐다. 2017년 7월23일 중앙일보에 건물만한 크기의 통가 혹등고래 사진이 실렸는데, 바로 장남원 선생님의 사진이다.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23년간 취재 현장을 지키다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 후 무려 42년 동안이나 인적이 드문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신비하고 장엄한 지구의 신비를 뭍으로 꺼내 올리는 작업을 하신분이다. 통가에서 찍은 고래사진으로 지난 6월14일부터 7월12일까지《움직이는 섬》이란 제목의 개인전도 열렸다. 


고래는 지능이 매우 높은 동물로, 특히 범고래는 인간을 제외하면 보노보, 까마귀, 코끼리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이다. 모성애도 대단하다. 매년 7~8월이 되면 수심이 낮고 수온이 따뜻한 통가로 혹등고래들이 몰려든다. 혹등고래는 이곳에서 새끼를 낳고 석 달 정도 먹이고 교육시켜 어느 정도 키워 남극으로 내려간다. 작은 섬들이 곳곳에 많아 범고래와 뱀상어 등으로부터 새끼 고래를 숨기기도 좋다. 이곳에서 어미 고래는 약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기 지방을 태워 새끼에게 젖을 물린다. 수면 위로 솟구치기, 꼬리로 수면 치기 등 1:1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새끼 고래가 웬만큼 자라면 어미는 이때부터 작은 물고기나 크릴새우 등으로 배를 채우며 남극으로 되돌아갈 채비를 한다. 태평양과 대서양에 분포하는 혹등고래는 몸길이 11~16m에 몸무게가 30~40톤이나 되는 거구다. 갓 태어난 새끼도 몸길이가 4.5~5미터나 된다. 


혹등고래를 볼 수 있는 시기는 7월부터 9월 말까지인데, 9월말~10월 초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시기이자 하이라이트로 꼽는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한 새끼와 어미가 환상적인 춤을 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춤을 추는 듯하다. 장엄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 그리고 노래 소리가 그 드넓은 바다를 가득 채운다. 

●복불복 


혹등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7월 중순 혹은 9월 중순이다. 그러나 먹이를 던지거나 유인하는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 가도 혹등고래를 100% 본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고래 보기(Whale Watching)’ 보다는 ‘통가 해양 사파리’라 부른다. 운이 좋으면 혹등고래 가족의 무리를 보기도 하고, 허탕을 치는 날도 있다. 그래서 ‘볼 때까지’ 다이빙을 하는 상품을 출시한 현지 여행사들도 있다.  


고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혹등고래의 분만장소인 헝가 매직(Hunga Magic)에서 새끼고래가 처음으로 세상을 만나던 그날을 떠올려 본다. 바바우 제도 일대를 도는 다이빙 크루즈를 오르내리며 해저동굴과 아치, 검정 산호 나무 그리고 지구의 중심으로 떨어지는 해저절벽도 만나게 된다. 특히 카파(Kapa)는 최고의 ‘월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힌다. 거대한 무리의 브림, 대형 참치를 유인하는 베이트피시, 바라쿠다, 리프상어, 다양한 누디브랜치도 만날 수 있다. 하파이 제도에서는 가시거리가 40미터까지 나온다. 수온이 따뜻해 통가에서는 연중 다이빙이 가능하다. 가장 좋은 시기는 5월부터 11월까지며, 이 기간 동안 북쪽 지역의 수온은 평균 27도, 남쪽은 23도 정도로 유지된다. 11월로 들어가면 28도까지 올랐다가 겨울이 되면 21도 정도로 떨어진다.


통가 사람들에게 고래는 돈벌이가 아니다. 신이고, 친구고, 손님이다. 다가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인원과 입수 규정도 상당히 까다롭다. 한 배에 보통 7명, 최대 10명까지 허용한다. 4명 이상 동시에 입수할 수 없다. 하루에 21척만 투어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부에 허가를 받은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통가 혹등고래 다이빙 업체는 통가정부관광청(www.tongaholiday.com)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영화 <300>의 주인공들처럼


2016년 리우 올림픽 개막식 때 스위스 깃발처럼 생긴 붉은 기를 들고 구리빛 상체를 드러내며 위풍당당히 입장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통가 선수 피타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7, 이하 피타)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통가의 사상 첫 태권도 올림픽 대표인 피타는 개회식이 자칫 단조로워지려던 순간, 단숨에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도전을 선언했다. 통가 사상 최초로 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했던 피타는 눈이 내리지 않는 남태평양의 첫 번째 올림픽 남자 스키 선수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여 또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피타는 리우올림픽 이후 고국 통가에서도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통가관광청 공식 가이드북 표지모델이고, 가장 잘나가는 인물만 모델로 쓴다는 (통가 내수용) 코카콜라 광고도 찍었다. ‘금의환향’을 했으니 당연히 전 국민의 엄청난 환대를 받았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근엄하고 체통을 중요시하는 민족성 때문인지 고국에서 그의 인기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통가에서는 그저 유명한 ‘훈남’일 뿐, 사실 통가에는 피타만큼 잘 생기고 몸 좋은 사람이 널렸다. 통가는 역사 상 단 한 번도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한 때 남태평양의 모든 섬들을 ‘접수’했을 만큼 용맹을 떨쳤던 나라다. 페르시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300>을 보는 내내 통가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체격 좋고 용맹한 전사들처럼 다부진 몸에 두려움을 모르는 통가의 남성들은 겉모습만 비교해 본다면 남태평양 최고의 우성인자를 타고났음이 분명하다.  

 

●남태평양의 유일한 왕국


통가는 17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이 너무 많아, 개별 나라보다는 ‘군도’, 혹은 ‘그룹’으로 분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섬은 통가타푸(Tongatapu), 헤아파이(He'apai), 바바우(Vava'u), 니우아스(Niuas) 네 개로, 수도인 누쿠알로파(Nuku’alofa)는 통가타푸 섬에 있다. 비록 수도지만 강화도(302㎢) 보다도 작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작고 작은 나라가 한 때 남태평양 전역을 재패하고, 피타 같은 평범한 한 개인이 세계무대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떨치는 걸 보면 통가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뭘 해도 확실하게 한다. 통가는 한 마디로 대범하고 선이 굵은 나라다. 

 

통가는 남태평양에서 유일하게 왕이 통치하는 나라다. 그래서 통가제도라는 지리적 특성보다는 통가왕국(Kingdom of Tonga)이라 부른다. 통가에는 칠레의 모아이 석상과 함께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는 거석이 있다. ‘ㄷ’자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린 것처럼 생긴 모양인데, 가로, 세로 5.8미터, 두께는 1.4미터, 기둥 돌은 30톤, 두 기둥이 지지하고 있는 돌의 무게는 무려 40톤이나 된다. 이 거석의 이름은 트릴리톤(Trilithon)으로 통가 최초의 정착민이라고 추측되는 라피타(Latita)족이 1200년 경 통가의 옛 수도인 무아에. 당시의 왕이었던 투이타투이 왕의 아들들의 형제들 사이의 우애와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세웠다고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이 돌을 어떻게 옮겼고, 들어 올렸을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통가의 상징과도 같은 이런 큰 바위나 작은 섬들은 타계한 대추장이나 왕이 묻힌 무덤이다. 남태평양 장례문화의 전체적인 특징이기도 한데, 어제까지도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를 집 앞마당에 묻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잔치도 벌인다. 죽음도 삶의 연장선에 있다고 믿는다. 

 

통가의 무덤 스케일은 이웃나라가 집 앞마당이나 마을 중앙에 무덤을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언덕 전체를, 섬 하나를 통째로, 정부청사보다 더 큰 규모로 무덤을 만든다. 지금도 시내 중심에는 흰색 벽과 벽돌색 지붕을 얹은 근사한 건물의 왕궁과 이어진 대규모의 왕의 무덤(Royal Tomb)이 수도 한 복판, 가장 좋은 목에 위치해 있다. 


통가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을 때, 통가의 왕이 홍콩에서 타계했다는 뉴스가 꽤 비중 있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조지 투포우 5세는 2006년 왕위에 올라 2012년 홍콩의 한 병원에서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65년 간 봉건사회였던 통가에 민주주의 및 휴대폰, 인터넷을 처음으로 들여온 혁신적인 인물이었다. 여행을 무척 좋아했던 조지 왕은 평생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문명을 접했고 주저 없이 모국에 소개했다. 여행으로 국고를 낭비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통가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여행을 다니느라 바빠 그랬는지,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기 때문에 왕위는 그의 동생이 물려받았다. 전 국민이 지푸라기로 만든 치마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애도하는 모습이 아직도 인상에 깊이 남아있다. 통가에 가게 되면 그의 무덤을 꼭 찾아봐야겠다.

▶통가 여행 TIP


환전
통가의 화폐는 파안가(Pa'anga, TOP $)이며 1파안가는 약 522원이다. 미국, 호주달러를 통가타푸(Tongatapu) 공항에서 환전하면 된다. 누쿠알로파나(Nuku'alofa)나 네이아푸(Neiafu), 에우아('Eua), 하아파이(Ha'apai)의 은행에서도 환전이 가능하다. 


교통수단
통가의 섬들 간 이동은 비행기나 페리로 한다. 항공권은 온라인(http://realtonga.to/)으로 예약한다. 통가타푸(Tongatapu)에서 바바우(Vava’u)까지는 60분, 통가타푸에서 하아파이(Ha’apai)까지는 약 50분 정도 걸린다. 페리도 온라인(http://fisa.to/index.php/schedule)으로 예약하면 된다. 

택시는 기본요금 T$3부터 시작해서 1킬로미터당 T$1.5씩 추가되는데 미터기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택시를 타기 전에 목적지의 요금을 물어본 다음 타도록 한다. 일요일에는 일반택시가 운행하지 않지만 숙소에 이야기하면 콜 택시를 불러준다. 


여행시기
6월부터 12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다. 낮에는 따뜻한 편이나, 겨울인 7-8월 저녁무렵에는 쌀쌀할 수 있으니 가벼운 자켓을 준비하면 좋다. 몸이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는게 좋다. 전통 마을에 들어갈 때는 하체를 감싸는 천인 라바라바(Lavalava)를 걸친다.  남자 치마 정장은 투페누(Tupenu)라고 부른다. 별도로 비자를 받을 필요는 없고, 여행목적으로 입국하면 입국 시 31일간 여행 비자를 찍어준다.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글=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Ms. Daisy ParkRepresentative, SPTO Korea
SPTOKorea@gmail.com
사진=쿡아일랜드관광청(cookislands.travel) 남태평양관광기구(southpacificisland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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