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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을 즐기는 두 번째 방식

  • Editor. 김정흠
  • 입력 2019.10.01 14:12
  • 수정 2019.11.0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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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가든에서 맛볼 수 있는 월드리조트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노을을 닮았다
선셋가든에서 맛볼 수 있는 월드리조트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노을을 닮았다

사이판까지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와 버렸다.
가끔은 있는 힘껏 쉬어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
사이판을 구석구석 유람하진 않았지만 어떠랴. 이 또한 여행인 것을. 

킬릴리 비치파크에서 아빠와 딸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킬릴리 비치파크에서 아빠와 딸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리조트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 피로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객실을 배정받고 들어서자마자 바로 침대에 널브러졌다. 은은한 조명조차 눈을 괴롭혔던 그 밤, 나는 결심했다. 사이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노라고.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여름을 보냈으니까. 가을바람이 등을 다독이기 시작했던 그때야 겨우 시간을 쪼개어 여름휴가를 온 것이었으니까. 의무감에 젖지 않기로 했다. 그저 본능에 충실하기로. 그래야만 이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 아침, 야속하게도 신체 리듬은 아직 서울의 그것을 따라가고 있었다. 서울과 이곳의 시차가 딱 한 시간뿐이라는 사실마저 원망스러웠다. ‘제발 조금만 더 누워 있자.’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다. 여전히 한국의 시간을 살아가는 알람이 몇 번이고 울려댔지만, 가볍게 스마트폰을 제압해내는 내 손가락 쪽이 더 능숙했다. 이번 사이판 여행을 정의한 그 결심에 조금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침대에서 충분히 뭉그적거린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리조트에서 조식을 제공하는 시간대를 약간 넘긴 뒤였다. 만족스러웠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쳐 깔끔해진 월드리조트
최근 리모델링을 마쳐 깔끔해진 월드리조트

어젯밤 미처 확인하지 못한 테라스를 향해 ‘귀차니즘’이 묻어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커튼을 젖혔다. 빛가림 처리가 된 유리와 테라스에 반쯤 가려졌지만, 대강 어떤 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예고편이 창 너머에 펼쳐졌다. ‘귀차니즘’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사이판이 품은 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잖나. 철컹. 테라스로 나가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힘차게 돌렸다. 후끈한 공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 발아래로는 태평양이 그려낸 그림이 한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월드리조트는 사이판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를 품고 있다
월드리조트는 사이판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를 품고 있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점심을 먹는 내내 창밖으로는 바다가 일렁였다. 멀리서 보아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 같은 투명함에 마음을 빼앗긴 지는 이미 오래. 머릿속에서는 바다로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여름 내내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던 터라 돌아볼 이유는 없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나 완벽한데. 뱃사공을 유혹해 바다로 뛰어들게 만든다는 세이렌이 저 바다에 있다 해도 괜찮았다. 아, 그녀들이 나를 바다로 이끈 것일지도. 

사이판의 서쪽 하늘은 매일 저녁이 장관이었다
사이판의 서쪽 하늘은 매일 저녁이 장관이었다

여름 내내 여기저기로 출장을 다니느라 한껏 타 버린 피부를 보호해 줄 래시가드, 바닷속을 멍하니 바라보기 위한 스노클, 그리고 지금 이 기사를 쓰기 위한 약간의 양심(feat. 방수 카메라)을 챙겨 해변으로 나섰다. 모래사장을 건너 바다로 직행했다. 왼발을 내밀어 바닷물에 담갔다. 자박, 자박. 바다는 내가 좋아하는 온도로 발을 감쌌다. 맑은 하늘에 새하얀 구름, 적당한 파도까지. 무대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스노클링을 거를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바닷속 풍경에 있다
스노클링을 거를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바닷속 풍경에 있다

바다는 얕지도, 깊지도 않았다.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수심이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 덕분인지 해초밭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 빨갛고, 파란, 혹은 노란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부표를 설치하기 위해 추 따위를 던져둔 곳도 녀석들의 놀이터였다. 꼭꼭 잘도 숨어 있는 물고기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리저리 살피고 있던 찰나, 한 무리의 물고기 떼가 나를 그대로 관통해 지나간다. 순간 눈이 핑 돌아 버렸다는 걸 인정한다. 사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름 모를 물고기 떼와 함께 한참이나 바닷속을 표류했다. 정신을 차리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월드리조트 곳곳에서는 귀여운 포토존을 찾을 수 있다
월드리조트 곳곳에서는 귀여운 포토존을 찾을 수 있다

●탈출 감행

탈출을 계획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는 조금 동떨어진 계획이었지만, 그렇다고 리조트 안에만 있는 것 역시 조금은 답답하니까. 내면의 모험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리조트 문을 나와 길거리로 나섰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수준의 햇볕이 온몸을 때려댔다. 악명 높은 사이판의 햇볕을 아스팔트 위에서 맞이한 셈이다. 샤워를하고 나온 직후였음에도 땀이 턱의 능선을 타고 흘렀다. 그렇다고 다시 들어가기에는 아쉬운 법. 좌우로 길게 뻗은 도로를 살핀 뒤, 방향을 정했다. 북쪽이다. 해안선을 따라 모래사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그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사이판의 북쪽 시가지인 가라판(Garapan) 쪽으로 향하는 비치로드가 그 옆을 따라 뻗어 나갔다. 

평화롭기만 한 바다에 노란 돛을 단 요트 한 척, 이로써 작품이 완성되었다
평화롭기만 한 바다에 노란 돛을 단 요트 한 척, 이로써 작품이 완성되었다

마침 일요일이었다. 해안에서는 한가롭게 주말의 끝자락을 누리는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의자를 한껏 젖혀 기댄 채 하늘을 바라보거나,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혹은 바비큐를 즐기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따라 거닐었다. 고개를 바짝 들어야 끝이 보이는 야자수들이 해변을 따라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인지, 그리 덥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그늘 하나를 골라 주저앉았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그 사이를 가르는 노란 돛의 요트에서 한 사내가 손 인사를 건넸다. 


사이판 월드리조트
주소: Beach Rd, Susupe, Saipan 96950


●사이판 월드리조트 Saipan World Resort

사이판 월드리조트는 최근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모든 객실을 모던한 인테리어로 새롭게 단장했으며, 월드리조트의 상징인 워터파크도 더욱 깔끔하고 쾌적하게 재구성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의 캐릭터를 곳곳에 배치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변신한 월드리조트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월드리조트의 캐릭터 룸
월드리조트의 캐릭터 룸

아이들은 뽀로로에게 맡기세요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뽀로로를 테마로 한 새로운 객실이 탄생했다. 캐릭터(뽀로로) 룸은 일반 객실 대비 1.5배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며,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컬러풀한 매트를 비치해 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도 편안하게 객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아기 의자와 발판을 포함, 캐릭터 테마의 여러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캐릭터 룸에 투숙하는 이들은 1층에서 운영 중인 뽀로로파크도 하루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ㆍ뽀로로파크는 3타임으로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운영, 예약은 프런트데스크 GRO에서 신청 가능.

월드리조트 ‘플레이 풀’의 석양
월드리조트 ‘플레이 풀’의 석양
유수풀 ‘아마존 리버’
유수풀 ‘아마존 리버’

사이판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

사이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워터파크 ‘웨이브 정글’은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깔끔한 시설과 새로운 워터슬라이드를 갖추고 다시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테마, 수심 등을 기준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3개의 수영장은 기본. 인공폭포와 유수풀 등의 시설을 갖춘 ‘아마존 리버’에서는 튜브를 타고 둥둥 떠서 여유를 누릴 수 있고, ‘파도 풀’에서는 최대 2m 높이의 거대 파도가 몰려오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블랙홀, 바디슬라이드, 튜브슬라이드 등 총 4종류의 워터슬라이드 역시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린다. 수영장 바로 옆에 마련된 바에서는 칵테일 한 잔의 여유를, 그 주변으로 한가로이 거닐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해 두고 있다. 

월드리조트의 한식
월드리조트의 한식
면세점 ‘티갤러리아’
면세점 ‘티갤러리아’

향수병이 뭔가요?

사이판은 한국인 여행자를 위해 여러가지를 배려한다. 우리나라 기업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주)가 운영하는 사이판 월드리조트는 특히 더 그렇다. 프런트데스크에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곳곳에서 한국어로 된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식당 ‘명가’를 운영하며, 인터내셔널 뷔페에서도 한식 메뉴를 선보인다. 리조트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면세점 ‘티 갤러리아’에서도 한국어로 충분히 안내를 받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밖에 사이판 곳곳에서 한식당, 한국인 여행사, 렌터카 업체 등이 성업 중이다.  

정글스테이지 공연
정글스테이지 공연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신나게!

사이판 월드리조트의 완전한 모습은 10월1일 그랜드 오프닝 때부터 만나 볼 수 있다. 북카페를 기본으로 보드게임, 여러 체험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라운지 ‘오아시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투숙객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쾌적한 분위기에서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주 4회(화·목·금·일요일) 저녁, ‘정글스테이지’에서는 사이판 원주민 차모로족의 전통공연과 바비큐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글·사진 김정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사이판 월드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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