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몰랐던 태평양] 미국이 작정하고 보호하는 보물창고 ‘미국령 사모아’
[몰라서 몰랐던 태평양] 미국이 작정하고 보호하는 보물창고 ‘미국령 사모아’
  • 박재아
  • 승인 2019.10.07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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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령 사모아는 남태평양 한복판에 다섯 개의 화산섬과 두 개의 산호초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식량과 에너지 등 소중한 해양자원이 담긴 보물창고다.

●자발적 분단국가


사모아는 우리나라와 함께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가다. 역사상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분단을 선택했기에 통일을 하려는 의지도, 기약도 없다. 


서사모아는 1918년까지는 영국과 독일 제국이 함께 지배했으나,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뉴질랜드의 지배를 받았다. 19세기 후반 사모아 제도를 두고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독일과 미국이 1899년 베를린 조약 서명을 통해 사모아 제도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 미국이 공식적으로 사모아 동부 제도를 갖게 됐다. 이후 1900년 4월 17일, 사모아 동부 섬들의 최고 추장과 미국은 사모아 제도를 미국에 양도하기로 최종 서명하면서 사모아는 미국령이 됐다. 서쪽의 사모아만 1962년 1월 1일부로 서사모아 독립국(Independent State of Western Samoa)이라는 명칭으로 독립했지만, 동쪽의 사모아(American Samoa)는 미국의 지금도 미편입 영토(unincorporated territory)로 남아 있다. 


서사모아는 1997년 7월4일 나라 이름에 ‘서’(Western)자를 떼고, 사모아 독립국(Independent State of Samoa)으로 바꾸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세상에 진짜 사모아는 우리뿐’이라는 선언을 하며 ‘호적정리’를 한 셈. 자존심이 상한 미국령 사모아는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했고(당연히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겠지만) 국호를 바꾼 후에도 공식적으로 사모아는 여전히 ‘서사모아’라 불린다. 인터넷 도메인과 ISO 국제표준 등에서 사모아 독립국은 ‘Western Samoa’를 줄인 ‘WS’ 기호를 부여받고 있다. 


●관광객을 반기지 않는 미국령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는 투투일라(Tutuila), 아누우(Anu’u), 오푸(Ofu), 올로세가(Olosega) 그리고 타우(Ta’u) 등 5개의 화산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모아와는 달리 미-사모아는 하와이, 쿡 제도처럼 높은 산이 많은 편이다. 가장 높은 산은 3,170피트의 라타(Lata) 산으로 타우 섬에 위치하며, 미국령 사모아의 가장 중심이 되는 투투일라 섬의 가장 높은 산은 2,142피트 높이인 마타파오(Matafao)산이다. 


국토 대부분이 가파른 화산섬으로 수심이 깊어 항만이 잘 발달했다. 투투일라섬에 있는 팡오 팡오(Fago Fago) 항구는 남태평양에서 가장 깊은 항구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의 알라바(Alava)산과 마타파오산, 레인메이커(Rainmaker)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국령이라 괌, 사이판 같은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지만, 도시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잘 가꿔진’ 밀림이 갑자기 등장한다. 국토의 90%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열대 우림과 독특한 동식물로 덮여있는 반면 도로 상태는 어울리지 않게 좋아 개발되지 않고 노는 땅이 너무 많은 것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고, 하와이와도 멀지 않아 의지만 있다면 괌, 사이판 못지않은 관광지로 개발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어 보였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별로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남태평양 섬나라 중 중국이 손댈 수 없는 몇 안 되는 곳인 데다, 미국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원주민과 한국인도 많아 접근성만 좋으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봐도 좋을 텐데 말이다. 


●가성비 따위는 잠시 잊고


혹시나 (독립령) 사모아에 가볼 생각이 있다면, 하루 정도를 내어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마음으로 가보면 좋을 듯하다. 도로가 단순하고 치안이 좋아 여행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사모아에 비해 물가가 월등히 비싸다 보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여행경비도 고민이 될 것 같다. 추천할 만한 숙소도 3곳 정도뿐이고, 모두 시내 호텔임에도 1박에 15만 원이 넘는다. 차량 대여, 가이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모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심도 조금 박한 편이다. 뭐든 내 일처럼 도와주려는 사모아 사람들에 비해 가격부터 먼저 딱 까놓고 이야기하는 편이라 상업적이라는 인상도 들 수 있다. 미사모아에 친지가 있거나 특별한 연고가 있지 않는 한, 여행 명소를 검색해 봐도 국립공원, 낚시 외에는 딱히 당기는 볼거리, 할 거리가 없을 듯도 하다. 그럼에도 가 볼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대자연의 수호자는 결국 돈인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서 태평양의 비중은 매우 미미했다. 그나마 2005년 대한항공이 피지에 직항을 띄운 후 조금 빛을 본 정도였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서 몇 명이나 태평양을 찾는지 세어보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동남아만해도 더 가깝고 싸고 좋은 여행지가 넘쳐난다. 남미와 견주어도 가성비에서 뒤처진다. 게다가 모든 태평양의 문화를 편리하게 한 자리에서 뷔페처럼 경험할 수 있는 하와이는 ‘블랙홀’이다. 


그러나 당장 찾는 이가 없고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렸을 적만 해도 동남아시아는 전쟁의 참상과 가난으로 쩌든 후진국일 뿐 여행을 갈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게다가 태평양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식량과 에너지 등의 해양자원이 담긴 보물창고다. 누군가는 앞으로도 그 노력을 지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들과 공생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물건과 사람, 기술과 투자가 오고 가다 보면 제2의 동남아시아처럼 우리나라와 끈끈한 관계로 발전할는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태평양은 아직까지 ‘공공재'다. 공공재란 정부 재정으로 공급되어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래서 태평양을 알리고 교류와 교역을 촉진하는 사업을 정부가 나서서 도맡기 시작했고,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연재를 시작한 계기와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호에서는 그동안 다루지 못한 나라들과, 태평양을 한눈에 넣을 수 있는 나름의 방법, 그리고 앞으로 태평양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무리할까 한다. 

 

●가이드북에는 없는 추천 명소

미국령 사모아에도 물론 유명한 명소가 많다. 하지만 여행책자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명소들을 소개한다. 

2달러 해변 
말 그대로 2달러를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맥주를 안 마시면 눈치를 주긴 하니 맥주 한 병은 꼭 사서 돌아다니도록 하자. 공장 안을 보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해서 아쉽게도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동원의 로고가 있는 스타키스트 참치공장은 근처라도 한 번 둘러볼 만하다. 한국인이 주인인 대형마트가 가장 재밌는 ‘놀이터’였다. 한국보다 한국음식이 더 많은 듯하고 심지어 더 저렴하기까지 했다. 서울에서는 소주가 1800원 대지만, 이곳에서는 1400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렴한 고기 값이다. 

아메리칸 사모아 국립공원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큰 산호들을 비롯해 대규모의 산호 암초, 심해 암초, 열수 생물군집 등 고고학 연구 가치를 지닌 희귀한 해양 자원들이 보존되어 있다. 1993년, 사모아 추장들은 향후 50년간 미국령 사모아를 이루는 다섯 개의 섬 중 가장 생물학적 다양성과 보존가치가 높은 열대우림과 환상적인 해변 및 산호초가 있는 세 개의 섬 일부 지역을 미연방 국립공원 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이 장기임대(Lease)해 관리하도록 하는데 동의하면서 국립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공원의 총면적은 무려 42㎢로, 그중 32㎢는 지상, 10㎢는 바다에 해당한다. 공원은 해안지대(Coast), 낮은 지대(Lowland), 산간지대(Montane), 산등성 지대(Ridge), 상층 구름 지대(Cloud) 다섯 열대우림 구역으로 뚜렷이 구분되고 그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수백 종의 열대 식물들의 소중한 터전이 되었다. 

JPH Jean P. Haydon 박물관
미국령 사모아 역사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박물관으로 해양 생물, 사모아 고유의 전통을 담은 카바, 전통 수공예품 등 재밌는 전시물품들이 의외로 많아 둘러볼만하다. 1917년 미국 해군 공병장 터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한동안 우체국으로 사용되었다. 너무나 의외지만, 이 박물관에서 ‘달 탐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달 탐사에 동행했던 국기와 함께 달에서 가져온 3개의 돌이 전시되어 있다. 아폴로호는 달 탐사 시 3개의 깃발을 가지고 갔는데, 그중 하나의 깃발이 미국령 사모아의 국기였던 것. 아폴로 호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미국령 사모아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너무나 특별한 여인숙, 사디 톰슨 인 
Sadie Thompson Inn

윌리엄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은 1916년 12월 16일부터 1917년 1월 30 일까지 추운 겨울을 피해 해안가에 위치한 이 허름한 여인숙에 머물렀다. 추후 단편소설 <비>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 곳이다. 소설 속에 묘사된 이 여인숙은 ‘골판지 양철 지붕이 달린 팽창식 숙박 시설’이며, 주인공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고집스러운 발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곰팡이’로 고생했다는 묘사가 있다. 지금도 미국령 사모아에는 이 여인숙이 가장 유명하고, 거의 유일하다 싶을 만큼 존재감이 강한 곳이다. 물론 곰팡이와 발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수를 잘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글=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Ms. Daisy ParkRepresentative, SPTO Korea
SPTOKorea@gmail.com
사진= 미국령 사모아 관광청
www.americansamoa.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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