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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문 그곳 ‘멀고 먼 섬’

  • Editor. 김민수
  • 입력 2019.11.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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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를 벗어난 여객선은 촘촘한 섬 군락을 지나고 몇 안 되는 승객들은 목침을 베고 깊은 잠에 빠져든 지 오래. 두려움과 설렘이 순서 없이 찾아들 무렵 여정은 아득한 섬 하나를 내어놓았다. 거친 풍파마저 숙명이라 여기며 담담하게 견뎌 온 머나먼 섬 이야기.

가거도 섬등반도 너머로 저무는 하루
가거도 섬등반도 너머로 저무는 하루
가거 2구 항리마을의 폐가
가거 2구 항리마을의 폐가

1. 가거도
섬들의 종착역

목포에서 직선거리 136km, 뱃길로는 무려 약 230km나 떨어진 그야말로 멀고 먼 섬, 가거도, 4시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섬으로 들어서는 관문에는 파도와 해풍이 만들어 놓은 웅장한 수직절리가 긴 여정의 수고를 위로한다. 가거도는 국토의 서남단 끝에 있다. 항구를 비롯한 행정시설과 민박 식당이 밀집해 있는 1구 대리, 섬등반도의 2구 항리, 백년등대에 인접해 있는 3구 대풍리 등 3개의 마을은 각기 독특한 삶의 자취를 남겨 왔다. 중심에 해발 639m의 독실산이 버티고 선 가거도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마을간의 이동이나 탐방을 위해서는 민박 차량이나 낚시 배, 그렇지 않으면 도보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오히려 섬의 문화와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착장에서 샛개재라는 고개를 넘어 5km를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섬등반도는 가거도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100m 높이의 가파른 해안절벽이 마치 공룡의 척추에서 꼬리로 뻗어 난 듯한 모양새다. 이곳에 서면 가거도의 서남해안이 송두리째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교통편 | 목포여객선터미널 (매일 1회, 4시간)    
액티비티 | 트레킹, 낚시, 캠핑(섬등반도, 동개해수욕장)
뷰포인트 | 독실산, 섬등반도, 가거도등대

마치성곽과 같은 여서도 돌담
마치성곽과 같은 여서도 돌담

2. 여서도 
돌담을 따라 흐르는 인고의 바람

여서도 주변 해역은 파도가 거칠기로 유명하다. 직선거리로 따지자면 완도와 제주 사이 딱 중간지점,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가 맨눈으로 조망될 정도다. 주위에 무인도 하나 없는 홀로 섬은 자연이 주는 온갖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 견뎌야 했다. 과거 ‘작은 제주도’라 불렸던 여서도에는 많은 제주 해녀들이 들어왔고 바다가 거칠어지면 기약 없이 갇히기 일쑤였으니 ‘여서도에 가면 애 배야 나온다’라는 말처럼 섬에서 평생을 살게 된 경우도 허다했다. 여서도의 돌담에는 오래된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담은 육지에서 가까운 섬들의 것보다 한참이나 높아 거의 지붕과 나란할 정도며, 경사지에 쌓아진 돌담은 마치 성벽을 보는 듯하다. 섬사람들은 땅속에 박혀 있는 돌을 파내어 땅을 일구고 그 돌덩이로 담을 쌓으며 생활의 터전을 만들어 냈다. 태풍과 차가운 북풍으로부터 귀하게 얻은 집과 밭을 지키기 위해서 되도록 높은 담벼락을 쌓았다. 결국, 미로 같은 돌담길이 섬의 상징이 됐다.

교통편 | 완도항여객선터미널-여서도(매일 1회, 3시간)/ 청산도 도청항-여서도(매일 1회,  1시간)
액티비티 | 낚시, 등산
뷰포인트 | 봉화대, 여호산, 사형제바위, 무인등대, 돌담길

식당이나 펜션 하나 없는 오지섬 맹골도
식당이나 펜션 하나 없는 오지섬 맹골도

3. 맹골도 
오지 중의 오지

맹골수로는 우리나라에서 조류의 흐름이 빠르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풍랑이 거칠어지면 여객선은 맹골도 코앞에서 뱃머리를 돌리기 일쑤였다. ‘맹탕 골탕만 먹이는 섬’ 맹골도는 오지 중의 오지다. 여느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펜스나 데크 길 하나 조성되지 않았고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거리낌 없이 자라난 억새들이 구릉을 덮는다. 해식애가 발달한 섬의 북쪽 해안은 절정의 바다 경관을 만들어 냈다. 맹골도의 자연은 바람과 파도에 순종한다. 무너져 내리면 내린 대로 녹이 슬면 슨 대로 세월에 씻기면 무엇이든 자연이 된다. 먼 섬의 주민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섬을 떠나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척박한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비워진 섬에는 단절, 고독, 흔적 등의 정서가 남겨졌다. 맹골도의 밤은 죽도등대의 불빛과 함께 찾아든다. 청결한 어둠 사이로 촘촘히 쏟아지는 별빛과 동쪽 바다 끝 몽덕도 일출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교통편 | 진도팽목항(매일 1회, 3시간 30분)  
액티비티 | 낚시, 캠핑(명도 앞 해안절벽)
뷰포인트 | 깃대산, 해안절벽, 죽도, 곽도

어청도등대
어청도 등대

4. 어청도
시절의 뒤안길, 흔적의 섬

중국 산둥반도에서 닭이 울면 그 소리가 들려온다는 어청도는 군산항에서 뱃길로 72km 떨어진 서해 중부해역 가장 먼 곳에 위치한다. 과거 섬은 일제의 대륙 침략 교두보였으며 이후 서해 어업 전진기지 및 국가 1급 대피항으로 많은 선박이 드나들었다. 식당과 술집으로 북적였던 그 시절의 흔적들은 마을 곳곳에 아득히 남아 있다. 1912년 최초 점등된 어청도등대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운행하는 선박의 항로를 밝혀 왔다. 동화처럼 우뚝 솟은 등대는 최상의 경관 미를 자랑한다. 특히 해 질 무렵 노을과 어우러진 등대의 모습을 담기 위해 출사객들과 탐방객들은 섬길을 걸어 찾아들고 또 기다린다. 어청도는 외연도와 지척이다. 섬의 북쪽 능선에 오르면 외연군도의 오롯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또한 4개 코스로 나누어진 구불길은 각기 다른 테마로 어청도의 전설과 역사 그리고 자연을 이야기한다. 

교통편 | 군산연안여객선터미널-어청도(매일 1회, 3시간)
액티비티 | 낚시, 트레킹
뷰포인트 | 봉수대, 치동묘, 어청도등대, 공치산, 검산봉

 

*섬여행가 김민수의 끝없는 섬 이야기. avoltath.blog.me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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