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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CRAFT] 날개에 달린 윙렛의 모양이 제각각인 까닭은?

  • Editor. 유호상
  • 입력 2019.11.0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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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날개 끝에 달린 윙렛(winglet)은 연료비를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름도 모양도 제각각이고, 심지어 윙렛이 없는 비행기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에어버스 A380에는 위아래로 윙렛이 달린 윙팁펜스가 달렸다
에어버스 A380에는 위아래로 윙렛이 달린 윙팁펜스가 달렸다

한때 보잉 747의 최신 버전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같은 747이라도 20여 년을 ‘우려먹은’ 이전 버전과 따끈따끈한 신기종인 747-400은 외관상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날개 끝이 살짝 ‘접혀 올라간’ 윙렛이었다. 그래서 윙렛은 새 비행기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런데 더 최신 버전의 747-8이 등장했을 때, 이번에는 윙렛이 사라져 버렸다. 언제는 신기종이라 윙렛을 달았다더니 다음 신기종에서는 다시 빼 버린 이유가 뭐란 말인가? 알고 보니 평평한 다른 형태의 윙렛으로 변형됐다고!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작은 비행기인 A310에 달린 윙팁펜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
작은 비행기인 A310에 달린 윙팁펜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

윙렛은 사전적 의미로 작은 날개를 뜻한다. 비행기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면 날개 끝에 작은 날개 모양의 구조물이 달려 있는데 이게 윙렛이다. 역할은 날개 끝에 발생하는 와류, 즉 공기의 소용돌이를 줄이는 것이다. 와류는 날개를 타고 흐르던 공기가 날개 끝에서 불안정해지면 발생하는 것으로, 앞으로 가려는 비행기를 잡아당기는 ‘항력’의 원인이 된다. 당연히 조종사들은 더 ‘밟아야(?)’ 하고, 연료비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때 윙렛은 와류로 인한 이 항력을 줄여 기름값을 아끼게 해준다. 덕분에 연료 탑재량도 적어져 비행기 중량에 따라 매겨지는 공항 착륙료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공기역학적 성능도 개선되어 이륙 후 좀 더 가파른 각도로 상승이 가능해 붐비는 공항 상공을 빨리 벗어나 순항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또한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우아한(?) 라인을 자랑하는 최신 A350의 샤클렛
부드러운 곡선으로 우아한(?) 라인을 자랑하는 최신 A350의 샤클렛

●보편화되는 윙렛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최신 기술에 관해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윙렛의 개념은 오래전에 등장했다. 1897년 영국의 공학자 프레더릭 W. 란체스터가 날개 끝에 수직으로 패널을 세우면 와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특허로 출원했다. 하지만 아무도 사업적 마인드가 없었는지, 활용하지 못하다가 1970년대에 와서야 미 항공우주국(NASA)의 리차드 위드컴이 윙렛을 고안하면서부터 주목을 받게 됐다. 대형 여객기의 경우 1985년 앞서 언급한 보잉 747-400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윙렛이 없는 747보다 항속거리가 3.5% 정도 더 늘어났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보잉은 2002년 단거리 여객기인 737NG에 처음으로 블렌디드 윙렛(Blended Winglet)을 적용했다. 각진 윙렛 대신 곡선으로 이어 붙인 것이 큰 특징인데, 날개와 윙렛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는 뜻에서 명칭도 블렌디드다. 


한편 에어버스는 날개 끝에 화살 모양으로 된 작은 윙팁 펜스(Wing-tip fence)를 1985년 A310-300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어서 더욱 큰 윙렛을 A330, A340, A380에도 달았다. 에어버스의 최신 윙렛은 샤크렛(Sharklet)이다. 이름 마냥 상어지느러미를 연상케 하는 샤크렛은 높이가 약 2.4m에 달한다. 이름도 모양도 좀 괴팍한 스플리트 시미터 윙렛(Split scimitar winglet)이란 것도 있다. 날개 끝이 위아래로 갈라진 모양의 윙렛이다. 요즘엔 윙렛이 없으면 좀 묵은 모델인가 싶을 정도다.

 
그나저나 그렇게 좋다면 신형 비행기에는 전부 같은 형태의 윙렛을 달아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양도 다 제 각각이다. 심지어 보잉의 대표적 기종 중 하나인 777에는 윙렛이 아예 없다..이건 소위 클린시트(clean-sheet) 날개다. 왜일까?

윙렛이 없는 B777의 클린시트 날개
윙렛이 없는 B777의 클린시트 날개
수직이 아닌 뒤쪽으로 휘어진 레이키드 윙렛이 달린 최신 B787
수직이 아닌 뒤쪽으로 휘어진 레이키드 윙렛이 달린 최신 B787

●체질이 다른 비행기 

이 비행기에 윙렛이 없는 이유는 날개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777과 같이 날개가 긴 비행기에 윙렛을 붙이면 진동이 과도하게 생길 수 있다. 날개도 더 길어져 공항 이용에도 제한이 생긴다. 그래서 후속 버전에는 갈퀴 모양의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이 적용됐다. 레이키드 윙팁은 주날개 끝부분이 위로 접히지 않은 대신 뒤로 꺾여서 와류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수직 방향 윙렛보다 주날개 전체 면적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날개 크기가 커지면 양력이 좋아져 이착륙시 활주거리도 줄일 수 있다. 레이키드 윙팁의 효과가 증명되자 다른 기종에도 이를 적용하게 된다. 777의 최신 버전인 777X의 경우 날개가 너무 길어서 공항에서는 윙팁 부분을 접었다가 비행 때 펴는 힌지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이나 비행기나 똑같다. 내가 먹고 효과를 본 보약이라도 체질이 제각각인 다른 사람들에게 꼭 같은 효험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윙렛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절대 작지 않은 구조물이 날개에 얹히는 만큼 무거워지고, 날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작공정과 정비가 한결 복잡해지는 것은 덤이고, 뭐니 뭐니 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다. 윙렛 가격도 만만치 않아 좋다고 막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737의 경우 최적화된 윙렛의 장착 비용이 아파트 한 채 값(약 5억원)이고, 더 큰 기종은 무려 빌딩 한 채 값(약 22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물론 제작사는 향상되는 연비 덕분에 2년 이내에 초기비용을 뽑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연비 1~2% 정도의 향상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운용비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보유 중인 737-800 기종에 블렌디드 윙렛을 장착해 2011년에 약 16억 원의 절감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항공기 제작사나 항공사들은 이 윙렛을 여기저기 홍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정작 승객 입장에서는 뭐가 좋은 거지? 윙렛이 달렸다고 다리의 쥐가 풀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사진 유호상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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