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창원을 닮아
가을은 창원을 닮아
  • 강화송 기자
  • 승인 2019.10.2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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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랜드 스카이타워, 이른 가을, 단풍이 한껏 색을 뽐낸다
로봇랜드 스카이타워, 이른 가을, 단풍이 한껏 색을 뽐낸다
창원의 대표적인 업힐코스, 안민고개. 햇살이 사람을 물들인다
창원의 대표적인 업힐코스, 안민고개. 햇살이 사람을 물들인다

여기, 몰라서 몰랐던 곳이 있다.
한없이 머물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을 닮은 창원을 여행했다.

창원의 가로수길, 쭉 뻗은 메타세콰이아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창원의 가로수길, 쭉 뻗은 메타세콰이아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창원을 묻다

낯선 도시가 여행을 물었다. 거대한 로터리를 둘러맨 창원은 도심에 관해 물었고 한껏 물든 가을 덕에 더욱 바랜 마산은 세월을 물었다. 우연히 마주친 진해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옛 추억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 도시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차라리 되묻기로 한다. 창원에게 여행을 물었다.

 
서울역을 출발해 창원역까지, 창밖으로 흔들리는 가을꽃의 실루엣을 한껏 만끽해 본다. 잠시, 사색에 잠긴다. 창원을 여행지로 인식했던 적이 있었던가. 머리를 짜내 봐야 마산 아구찜, 진해 군항제 정도가 전부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구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되어 현재의 창원시가 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뻔했다. 난생처음 창원에 도착했지만, 서울과 다를 바 없는 도회적인 분위기가 익숙하다. 길게 뻗은 창원대로를 지나 창원광장을 휘감은 거대한 로터리를 둘러본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창원광장 로터리다. 

창원 진해해양공원으로 향하는 길, 고즈넉한 항구를 만났다
창원 진해해양공원으로 향하는 길, 고즈넉한 항구를 만났다

창원은 경상남도의 도청소재지자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다. 창원의 중앙을 가르는 창원대로는 주거, 상업 공간과 공업 공간의 경계선이다. 창원광장 위쪽은 경남도청을 중심으로 관공서가 가득하고, 광장 아래쪽으로는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다. 주거지역과 창원대로 사이는 녹지로 가득 채웠다. 가을날에 창원이 유난히 화려한 이유다. 세련된 창원과는 달리 마산과 진해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도시권이 형성되어 온 곳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창원의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진해구의 이야기다. 마산과 진해는 창원 시내에서 각기 차로 20분 정도면 찾을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 비해 체감되는 지역성은 천차만별이다. 


마산은 과거 ‘합포’라고도 불리던 항구로 마산자유무역이 조성되며 번영했던 도시다. 현재 그곳에선 과거의 영광에 세월이 잔뜩 묻어 ‘버팀’이 느껴진다. ‘버팀’이란 단지 세월뿐만 아니라, 그 세월에 담긴 사람들의 생활을 담는다. 비릿한 향기의 어시장, 세월이 묻은 회색 벽 건물. 아슬아슬한 빨간 고무장갑, 거친 그물에 긁힌 신선한 생선, 수레 미는 아저씨의 목덜미, 홍합 사이를 칼로 비트는 아주머니의 손. 마산의 기억은 1년 중 가장 녹진할 가을의 색과도 같다.

진해우체국 청사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진해우체국 청사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진해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UN군의 해군 기지로 사용되며 해군의 중심기지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에 의해 조성된   계획도시이기도 하다. 덕분에 진해에서 중원 로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인들이 진해 시가지를 조성할 당시, 도시 가운데 놓인 팽나무를 중심으로 총 8갈래의 길을 냈다. 현재는 로터리를 주변으로 ‘진해 근대사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진해의 계절은, 여전히 벚꽃이 휘날릴 것만 같았다. 설사 가을이 무르익는다고 해도, 진해의 단풍은 아주 여린 붉은 빛일 것만 같다. 마침 할머니가 중원 로터리 광장을 가로지른다. 늦은 오후의 햇빛은, 부쩍 길어진 할머니 그림자로 보드라운 잔디를 어루만진다. 가을이 창원을 어른다.


가을은 창원에게 이른 밤을 선물했다. 짧은 해가 유독 아쉬운 하루를 통술로 달래 본다. 통술은 마산 고유의 술상으로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가 계속해서 나온다. 모두 제철 해물과 채소를 쓰기 때문에, 철마다 안주가 달라진다. 먹는 속도보다 차려지는 속도가 빠르다. 얼음을 가득 채운 빨간 양동이에서 술을 한 병씩 꺼낼 때마다 안주가 달라지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양지통술의 한상차림. 술잔 놓을 자리도 부족하다
양지통술의 한상차림. 술잔 놓을 자리도 부족하다

양지통술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북1길 2-1
영업시간: 월~토요일 17:30~23:30(일요일 휴무)
가격: 기본안주(3~4인) 6만원
전화: 055 222 3707

로봇랜드의 마스코트, 모두가 이곳에서 인증숏을 남긴다
로봇랜드의 마스코트, 모두가 이곳에서 인증숏을 남긴다

●동심의 세계로, 로봇랜드 

세상을 수직으로 오르는 중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한참 동안 하늘이 전부더니, 수직으로 떨어질 땐 눈에 뵈는 것 없이 금방이다. 스위치를 올리면 환해지고, 내리면 곧장 어두워지는 이치와도 같나 보다. 로봇랜드 쾌속열차에 탑승했을 때다.


지난 9월2일, 창원 마산합포구에 세계 최초 로봇 테마파크인 ‘로봇랜드’가 오픈했다. 출입문들을 들어서니 거대한 로봇 하나가 무릎을 꿇고 손을 내민다. 무려 13m에 달하는 크기의 로봇, ‘가디언’이다. 아이들의 진심 어린 감탄 소리에 언젠가 로봇에 열광했던 그 시절을 추억해 본다.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기억에 억지로 미소를 머금어 본다. 로봇랜드는 스카이타워, 쾌속열차, 증기 범퍼카, 파도여행 등 놀이기구 22종을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조 로봇관, 로봇 산업관, 미래 로봇관, 로봇 스쿨 등 256대의 첨단 로봇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설도 함께 갖췄다. 교육과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별도의 결제 없이 입장권만 있다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쾌속열차, 수직으로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쾌속열차, 수직으로 떨어진다

어제저녁, 길거리 통술집(마산지역 술상)에서 맥주를 가득 마신 이에게는 ‘로봇랜드’라는 이름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던 이들에게 ‘쾌속열차’가 다가왔다. 쾌속열차의 시작은 35m의 높이를 수직으로 오르는 것부터. 곧 수직으로 35m의 높이에서 90km의 시속으로 떨어진다. 추진력을 얻어 681m를 거침없이 달리는데,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놀이기구다. 차라리 소리라도 마음껏 지를 수 있다면 덜 무서울 텐데,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우니 괴성이 자동으로 참아진다. 나오는 것은 눈물이고, 흘리는 것은 침뿐이다. ‘새로운 항해’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로운 항해는 ‘후룸라이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마지막 20m 낙하 구간에서는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니, 젖지 않기 위해서는 우비가 필수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스카이타워’가 남았다. 65m의 높이까지 약 8바퀴 반을 돌며 천천히 올라간다. 꼭대기에 달하면 로봇랜드의 전경은 물론, 저 멀리 넘실거리는 바다도 눈에 가득 찬다. 곧 전부 사라질 것들이다. 
82km의 속도로 낙하한다. 꼭대기에서 지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초, 탑승을 후회하기까지는 1초.

로봇랜드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로 250
전화: 055 214 6000
요금: 성인 4만2,000원, 청소년 3만8,000원, 어린이 3만4,000원(주간권 기준)
영업시간: 월~일요일(토요일 제외) 10:00~21:00, 토요일, 공휴일 10:00~22:00(운영시간은 매번 상이)

●Food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그것

모든 체력을 로봇랜드에 쏟았는지, 저녁이 다가오니 허해진 몸이 말썽이다. 마침 창원 하면 장어를 빼놓을 수 없으니까. 창원 마산합포구로 향하면 바다를 따라 길게 줄 서 있는 장어거리를 만나 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여름철이면 테이블의 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물론 마산합포구에서만 장어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원 상남동에 위치한 ‘등대장어’는 무려 창원의 야경을 감상하며 장어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맛이나 식감을 따진다면 바다장어보단 민물장어가 좋다. 민물장어는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장어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사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그것이다.

등대장어
주소: 경남 창원시 성산구 마디미로 20
영업시간: 매일 11:30~22:00
가격: 민물장어 200g 2만4,000원, 장어국수 7,000원
전화: 055 286 7300

●festival
가을의 선물, 마산국화축제

국화꽃을 사랑한다. 가을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봄에 피지 않고, 가을 서리 맞으며 피어나는 그 모습이 애틋하다. 늦게 피는 것, 향기로운 것, 아름답지만 과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싸늘하지 않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국화를 사랑했다. 창원은 우리나라 국화재배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다. 1961년 회원동 일대에서 여섯 농가가 전국 최초로 국화 상업 재배를 시작했고,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현재 전국 재배면적의 13%를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 국화산업의 메카로 손꼽힌다. 2000년부터는 마산국화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단풍에 젖은 가을이 찬란하다면, 국화가 스민 가을은 따스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이 마산국화축제를 경험해야 할 이유다. 10월26부터 11월10일, 총 16일간 국화향기가 마산구항 방제언덕 일원을 물들인다. 그뿐만 아니라 마산항 개항 120주년을 기념해 대형 국화 작품이 전시된다. 해상유등 전시, 장어잡기 체험, 꽃 그림 그리기 대회 등 여행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즐길 거리도 가득하다. 

마산국화축제
기간: 10.26~11.10
장소: 마산가고파 수산시장 장어거리 앞 방재언덕, 창동·오동동 일원
요금: 무료입장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창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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