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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우리 땅, 우리 섬

  • Editor. 최재원
  • 입력 2019.11.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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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너무 늦게 와서.
고맙다, 여기 있어 줘서.
언제나 지금처럼 굳세어라.
우리 땅, 우리 섬

통구미 마을 앞 거북바위
통구미 마을 앞 거북바위

●울릉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묵호항을 출항한 씨스타 1호에서는 때 아닌 합창이 한창이다. 생각지도 못한 울릉도행 롤러코스터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울릉도 여행의 시작은 전적으로 바다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

1년 중 약 3개월이 파도 때문에 결항된다니, 쉽사리 방문자를 허락하지 않는 섬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모자란 접근성이 울릉도를 때 묻지 않은 섬으로 남겨 두었을 터.


1976년 공사가 시작된 울릉도 일주도로는 2019년 3월18일에야 전구간이 개통됐다. 내수전에서 섬목까지의 마지막 4.75km 구간을 완성하며 마침내 총 44.2km 울릉도 일주도로가 완성된 것이다. 사업 계획을 세운 지 무려 반세기 만의 일이다. 이번 개통으로 울릉읍 저동리와 북면 천부리의 통행 시간을 1시간 30분에서 10분으로 대폭 단축한 것은 물론 태풍이나 장마로 인한 자연재해시 발생하는 마을 고립 문제까지 해결했다. 도로 완공과 더불어 일본여행 불매운동의 여파까지 가세하며, 울릉도와 독도를 향한 여행객들의 관심이 더욱 뜨겁게 쏠리고 있다.

독도 일출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동항
독도 일출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동항
독도 일출 전망대로 향하는 케이블카
독도 일출 전망대로 향하는 케이블카

돌아보자, 울릉도 한 바퀴!


걱정과는 달리 울릉도의 바다는 잔잔하다. 햇빛은 바다의 별이 되어 탑승객을 맞이한다. 기분 좋은 눈부심과 함께 울릉도 일주가 시작됐다. 섬 가장자리를 일주 도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면 가장 먼저 통구미(桶龜尾)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마을 어귀는 거북이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거북바위를 포함해 기암괴석이 수를 놓고 있었다. 이처럼 해안절벽이 많은 탓에 일주도로 곳곳에는 유난히 터널이 많다. 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작은 터널을 지날 때는 신호를 받고 한 방향씩 차가 지나다니는 독특하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울릉도 남부 일대의 상수원으로 활용되는 봉래폭포
울릉도 남부 일대의 상수원으로 활용되는 봉래폭포
대한민국 10대 비경으로 꼽히는 태하등대로 향하는 길
대한민국 10대 비경으로 꼽히는 태하등대로 향하는 길

일명 ‘태극도로’로 불리는 수층교를 지나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히는 태하등대에 오르면 서쪽으로는 끝없는 수평선이, 북쪽으로는 굽이굽이 물결치는 해안선이 펼쳐진다. 그 해안선을 따라 천부항에 닿으면 옆으로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나타나고, 차로 10분여를 오르면 울릉도 유일의 평야지대인 나리분지가 펼쳐진다. 주변은 화산체에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해발고도 986m의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이 우뚝 섰다. 예전에는 이쯤에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이른 아침, 오징어를 가득 실은 오징어잡이 배가 저동항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오징어를 가득 실은 오징어잡이 배가 저동항에 도착했다.

새로 닦인 마지막 개통 구간을 통과하면 내수전 일출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일출만이 아니다. 날씨가 좋다면 대한민국 최동단, 독도를 조망할 수 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온다. 하지만 울릉도는 잠들지 않는다. 조금 늦은 하루를 시작하는 오징어잡이 배가 너른 밤바다를 밝히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하루는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


▶Tip
울릉도는 강릉, 동해(묵호항), 울진(후포항), 포항, 내륙 4개 지역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편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출항시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하다. ‘가보고 싶은 섬’ 홈페이지에서 승선권 예매를 할 수 있다. 가보고 싶은 섬  island.haewoon.co.kr

독도의 동도 선착장을 가득 메운 방문객
독도의 동도 선착장을 가득 메운 방문객

●독도

외로운 섬 하나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노랫말처럼 울릉도 동남쪽엔 외로운 섬 하나, 독도가 있다. 파도가 심한 날이 많아 1년 중 150여 일만 입도가 가능하다는데 감사하게도 멀리서 온 우리를 섬은 꼭 품어 준다.

우리의 영토를 지키는 독도 경비 대원
우리의 영토를 지키는 독도 경비 대원

독도는 여느 여행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 흔한 식당도, 몸 하나 누일 숙소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독도와 마주할 30여 분과 동도의 작은 선착장뿐.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건 건너편 서도와 끝없는 망망대해, 그리고 독도를 지키는 독도 경비대뿐이다. 거기에 날씨가 허락한다면 노랫말에 나오는 새, 괭이갈매기의 날갯짓이 더해지는 정도다. 어쩌면 ‘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풍경을 보기 위해 3시간여를 왕복해야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도리어 면면이 웃음꽃을 피우고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어 보인다. 인생에서의 짧지만 강렬한 30분을 저마다 가슴에 담는다. 그렇다. 이것이 우리가 독도를 찾은 이유다. 그동안 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멀다는 이유로, 혹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이유로 말로만 우리 땅이라 외쳐대진 않았을까?

출항을 알리는 경적소리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외로운 섬 하나가 저 멀리 출렁이며 희미해진다. 우리 땅 독도는 오늘도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 최동단을 지키고 있다. 

독도 의용수비대가 칼을 갈곤 했다는 숫돌바위 뒤로 건너편의 서도가 보인다
독도 의용수비대가 칼을 갈곤 했다는 숫돌바위 뒤로 건너편의 서도가 보인다

▶Tip
울릉도 사동항 또는 저동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독도에 닿을 수 있다. 접안이 가능한 경우 독도에 약 30분가량을 체류하고 돌아오며, 접안이 불가한 경우 주변을 선회하는 형태로 독도를 볼 수 있다. 독도에 입도하거나 선회 관람한 다음날부터 60일 이내에 ‘독도 명예주민증’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을 위해선 승선권의 번호가 필요하며 주민증은 우편을 통해 전액 무상으로 발급된다.

 

글·사진 최재원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한국드림관광 www.koreadreamtour.com/Tour.f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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