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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인사동 어느 호텔의 속 깊은 의례

  • Editor. 유경동
  • 입력 2019.10.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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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nbsp;대표<br>
유경동 대표

인사동은 그 지명이 전달하는 이미지만으로도 가치가 높다. 한국전통문화의 이미지를 가장 잘 대중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동네 스스로의 힘을 지닌 놀라운 곳이다. 단지 전통상품 상점의 나열만으로 괜찮은 건가 하는 아쉬움이 해가 갈수록 짙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오래된 동네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독창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쉬움은 하나 더 존재한다. 인사동이라는 동네의 입구로 들어와 출구로 흘러 나가는 무수한 외국인들을 그저 행인으로 밖에 존재시키지 못한 커다란 그릇의 부재가 늘 아쉬웠다. 그 그릇은 바로 인사동과 한 몸이 될 호텔의 존재이다. 인사동에는 호텔은 존재하지만 진정한 인사동의 호텔은 없다. 그 오래된 한국의 동네에 짐을 풀고 며칠만이라도 인사동의 주민이 되어 살아볼 기대되는 공간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인사동에서 늘 아쉬운 대목이었다.

 
10월, 인사동에 새로운 호텔이 문을 열었다. 인사동 호텔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감을 전달하기에는 뜬금없는 오지랖이라 핀잔을 들을까 조심스러웠지만 평소 인사동 호텔에 대한 나름의 지론과 아쉬움을 지니고 있던 터라 새로 문을 연 호텔을 기웃거려 봤다. 그리고 눈이 번쩍 뜨인 광경을 접하게 됐다. 호텔은 가족초청 행사라는 다른 호텔에서는 구경해 본 적 없는 호텔 자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막 문을 연 새내기 호텔은 총 13명의 신입직원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고 호텔은 영업을 개시하기 전에 고객이나 거래처를 위한 오프닝 이벤트가 아닌 ‘직원 가족 초청행사’를 호텔의 첫 번째 행사로 개최했다. 새내기 호텔리어와 그들의 부모님, 가족들에게 최고수준의 식사를 대접하고 가족들이 하루 묵을 객실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호텔 임원들은 마치 주주에게 사업보고를 하듯 호텔에 대한 설명과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노라는 약속과 앞으로 당신들의 자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이루어 내고 싶은 많은 일들을 약 80여명의 직원 가족 앞에서 정중히 전달한다. 


그러고 보니 이 호텔은 바로 전 호텔을 개관 할 때도 직원 가족 초청행사를 했다. 똑같이 직원들의 부모님을 초대하고 총지배인과 임원진들이 가족들 앞에서 똑같이 약속을 했다. 그 호텔은 그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례’를 만들고 매번 호텔을 새로 지을 때 마다 스스로 약속한 의식을 지켜나갔다. 형식적인 이벤트인지 호텔이 직원들에게 진심을 담아 약속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럴 때 제일 단순하면서 간단한 확인방법은 호텔 내 직원공간을 살펴보는 일.

호텔에 부탁해 슬쩍 직원이용 시설을 둘러 봤다. 공간 창출은 호텔 측이 큰 비용을 결심해야 하는 사항이어서 호텔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외부 용역직원까지 고려한 직원 공간은 놀라웠다. 고작 20명 안팎의 정직원과 외부 용역직원까지 총 50여명 안팎의 이 중소 호텔에는 20여명이 동시에 식사가 가능한 상큼한 인테리어의 직원 식당과 남여가 분리된 온돌시설까지 갖춘 직원 락커, 샤워 및 화장실이 준비되었고, 직원 휴게실과 교육공간도 별도로 구성했다. 호텔 지하 한 개 층을 전부 직원들의 공간으로 할애한 만큼 공간은 충분히 넓고 쾌적했다. 신입직원의 부모님들에게 약속한 호텔의 다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기본을 갖추고 있었다. 과연 이 인사동 새내기 호텔이 보여준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호텔의 수익과 성장에 어떤 직접적이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부분과 실질적인 직원복지와 급여 수준에 대한 평가는 추후의 과제로 놓더라도 이런 신규호텔을 만나는 것이 반가운 일이 되었을 만큼 호텔리어의 실제 업무환경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현실을 직면해 왔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호텔의 직원은 한 명의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많은 것들을 품고 있어야 한다. 호텔의 브랜드와 서비스 철학을 고객에게 세련되게 전달해야 하고 호텔이 위치한 동네의 풍경과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며, 고객이 요청한 자질구레한 모든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 억지 미소를 장착하고 앵무새처럼 아는 얘기들만 반복하는 서비스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의 아르바이트생 역할일 뿐이다.  호텔리어는 서비스 전문가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전문가답게 성장해야 한다. 


호텔리어로의 성장 기본은 호텔이 자기의 가장 큰 자산인 호텔 직원들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대접하느냐가 출발점이다. 호텔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많은 호텔리어들은 호텔을 잘못 만나 성장의 혜택을 못 받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호텔 취직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현실을 맞고 있다. 인사동 어느 호텔의 속 깊은 의례는 그래서 그들을 더 지켜보게 만든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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