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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의 CCBB] 여행업계가 대한민국 지리학회에 질문을 드립니다

  • Editor. 장영복
  • 입력 2019.11.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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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 여행사 대표
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잘 알려진 영국 탐험가 제임스 후퍼는 북극점에서 남극점까지 'Pole to Pole 무동력 여행'을 하여 영국 왕립지리학회로부터 표창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그린란드 북쪽의 북극점에서 출발해 파타고니아 이남의 남극점까지 자전거와 요트로 무동력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임스후퍼가 탐험한 북극점, 남극점은 마그네틱 폴(Magntic Pole)로, 지축의 끝인 지형학적 북극점, 남극점과는 다르다. 우리 생각과 다르게 나침반은 지축의 극점을 향하지 않고, 810km(제임스 후퍼가 여행한 2007년 기준) 떨어진 장소를 향하는데 그곳을 마그네틱 폴이라고 한다. 지구 속 자기장을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지표면에 표시되는 지오마그네틱 폴(Geo Magnetic Pole)을 포함하여 지구상에 북극점 3개, 남극점 3개로 총 6개의 남북극점이 있고, 세계의 여행자들은 이런 이상한(?) 여행지를 탐험한다.


단순히 지표면에서 가장 높은 8,848m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넘어 지구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 가장 먼 곳, 지구 지표면 중 가장 낮은 곳, 가장 깨끗한 물이 많은 곳 등 다양한 지리학적, 환경적 의미를 부여한 탐험 여행도 점차 관심을 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구 중심에서 가장 먼 곳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의 침보라소(Chimborazo) 산이다. 산의 높이는 6,268m이지만 지구가 불룩한 타원형 모양이기 때문에 적도에 위치한 침보라소 산은 지구의 중심에서 가장 먼 지점이 된다. 이 산의 정상은 지구 중심에서 6,384.4km 떨어져 있다. 반대로 지구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북극점 심해 바닥이다. 영국인과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탐험대가 해빙기에 원자력 쇄빙선으로 북극점에 접근해, 2~3m 두께의 북극 빙하를 뚫고 사설 잠수함을 내려, 지구 중심 가장 가까이 가는 여행을 한 적도 있다. 


소금 바다로 유명한 사해는 종교와 레저 여행으로 유명하지만, 해수면에서 -430m로 지표면에서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부력이 있으면 수영하기 쉬울 것 같지만, 사해에서는 과다한 부력으로 상·하체 균형 유지가 불가능해 평형이나 자유형이 쉽지 않다. 소금 농도가 높은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바다(Dead sea)가 되는 것처럼 가장 깨끗한 자연과 오염되지 않은 담수는 인류 최고의 희망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담수를 보유한 남극, 그린란드, 파타고니아로의 여행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상은 지리와 환경 이슈, 새로운 극지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교과과정에서는 남극을 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에서는 세계지리를 5대양 6대주라는 개념으로 가르친다. 5대양은 5개의 큰 바다인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극해, 북극해, 6대주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그리고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정의한다. 엄연히 하나의 대륙인 남극이 빠진 것이다. 세계에서 5대양 6대주에 남극을 포함시키지 않는 나라는 없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 유라시아,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연결한 아메리카로 5~7대주로 분류하지만, 남극은 항상 대륙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남극을 6대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6대주 정의 방식은 국내에서 본질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부재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리적 정의와 인식은 사고를 지배한다. 교육현장에서 남극을 포함시킨 6대주, 7대주로의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학생들에게 이미 지리학적으로도 틀린 5대양 6대주로만 교육을 하면, 남극대륙을 또 하나의 거대한 땅(남극대륙은 독도보다 7만4.645배 크다)이자 우리가 경험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땅이라 인식하기 어렵다.


옆 나라 일본은 오래전부터 남극을 하나의 대륙으로 인식해 교과과정에 남극을 6대 주 또는 7대 주에 포함시켜 가르치고 있다. 남극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여전히 남극은 대륙이 아니라, 물과 빙하로만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무역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수출을 지향했던 우리나라는 남극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남극을 제외한 5대양 6대주로 구분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틀린 5대양 6대주로 계속 가르쳐야 하는지 대한민국 지리학회에 묻고 싶다. 

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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