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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간직한 도시 안동

  • Editor. 이은지 기자
  • 입력 2019.11.21 14:18
  • 수정 2019.11.2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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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향한 열망,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손을 맞잡고 나누는 온기.  
모두 사랑의 이름이다. 안동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의 흔적을 쫓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지키고 있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동상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지키고 있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동상

●목 놓아 독립을 외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에 맞선 자정순국자가 가장 많은 곳.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독립에 대한 경북인들의 열망과 자부심이 배어난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각상이 맞이한다. 여성독립운동가가 손에 든 태극기와 치맛자락이 펄럭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독립의 꿈을 소리 내 외친 지 100년이 지났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이 이토록 옛 일처럼 느껴지다니,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에는 시간의 흐름이 예외적으로 적용되나 보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는 전시관 및 연수원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마련돼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는 전시관 및 연수원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마련돼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2007년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옛 협동학교 자리에 세워졌다. 협동학교는 1907년 가산서당을 보수해 세운 신식학교로, 보수적인 선비의 도시인지라 건립 당시 많은 반발이 있었다고. 2014년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으로 승격된 이후, 증축공사를 거쳐 2017년 완공됐다. 독립관과 의열관으로 나뉜 전시관과 교육시설인 연수원 및 어린이 체험교육관, 거기다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독립군 체험을 할 수 있는 신흥무관학교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독립 운동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경상북도는 일제에 저항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정순국자가 가장 많다
경상북도는 일제에 저항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정순국자가 가장 많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들을 위해 잠시 묵념을 하고 전시관으로 향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들을 위해 잠시 묵념을 하고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독립의 불씨를 만난다. 손을 비춘 조명 위로 독립의 불씨가 피어났다. 국민이 주인인 독립된 나라를 꿈꾸는 것. 그 시절 모두의 바람이었을 테다. 안동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항일운동인 갑오의병이 일어났다. 1894년에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한 데 항의해 안동을 중심으로 600여명의 의병이 모여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국채보상운동, 3·1운동, 한국광복군 등 경북 사람들은 조국이 독립되는 1945년까지 51년간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펼쳤다. 전시관 한 가운데에 위치한 영상관에서는 낯선 만주로 넘어가 독립운동을 이어간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재생됐다. 독립을 위해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은 선조들의 모습에 절로 엄숙해졌다. 

기념관 뒤에는 무궁화가 꽃을 피우는 박열동산이 있다
기념관 뒤에는 무궁화가 꽃을 피우는 박열동산이 있다

●생생한 항일의 현장, 임청각 


안동에서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이다.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닌 이상룡 선생부터 그의 아들, 사위, 손자까지 임청각은 제 자리를 지키며 대를 이어 독립운동가를 배출해낸 곳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는 체험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군자정에서 바라본 임청각 입구
군자정에서 바라본 임청각 입구

집에 깃든 역사를 구태여 묻지 않아도, 임청각은 매력적이다. 1515년에 건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 중 하나로, 목조 건물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용(用)’자가 가로 누운 형태를 띠고 있는데, 남녀와 계층별로 건물의 위치와 높낮이가 뚜렷이 나뉜다고. 집에도 조선시대의 사회 풍속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의 풍파 속에서 목조 건물들은 화염에 휩싸여 희생당하기 십상이거늘, 임청각은 임진왜란을 이겨내고 오롯이 모습을 보전했다. 500년 넘게 제 자리를 지킨 듬직한 모습이 대견하니 흐뭇하다. 

임청각은 고택 숙박 체험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임청각은 고택 숙박 체험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임청각은 무허가 건물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상룡 선생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매한 이후, 고성이씨 문중에서 다시 임청각을 사들였지만 일제의 법제도에 반대하며 호적을 만들지 않았다. 결국 임청각은 기존 등기가 말소돼 무허가 건물로 남고 말았다. 

 

●사랑의 길, 사랑의 맛 


월영교에는 조선시대 한 부부의 애절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병으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엮어 신발로 만들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연서로 감쌌다. 사랑하는 이의 품에 자신의 선물을 쥐어주고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부부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미투리(신발) 모양으로 놓은 다리가 바로 월영교다. 

월영교에서 야경 산책을 하며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월영교에서 야경 산책을 하며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전설이 깃든 월영교
전설이 깃든 월영교

기다란 목조다리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한 향긋한 전경을 선사하고, 여름에는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가 더위를 물리친다. 가을에는 단풍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눈 쌓인 절경을 만날 수 있으니 아름다운 이와 산책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길이 아닌가. 낮의 풍경만 아름다우랴. 월영교는 명실상부 안동의 대표 야경명소로, 밤이면 야경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이 나란히 월영교를 걸으며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한 발짝 걷다 또 한 발짝 멈춘다. 월영교에는 멈추는 순간마다 추억이 깃든다. 

안동중앙시장을 밝히는 조명
안동중앙시장을 밝히는 조명

안동에 왔으니 대표 먹거리인 간고등어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안동 간고등어는 보부상들이 동해안에서 잡은 고등어를 내륙지방에 팔기 위해 소금을 한 줌씩 넣어 운반한 데서 유래했다고.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 고등어를 수차례에 걸쳐 깨끗이 씻은 뒤, 두 차례의 염장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이 지나면 살점 하나하나까지 간이 배어든다. 밑반찬과 된장국까지 푸짐하게 나온 고등어구이를 밥 위에 얹어 한 입 가득 넣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맛있는 기억이다. 

안동의 대표 음식 간고등어
안동의 대표 음식 간고등어

 

글·사진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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