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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보낸 어느 하루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19.11.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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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쏟아진 듯 눈부신 섬강, 웅장한 기암절벽의 소금산, 옛 감성과 지금이 공존하는 시장의 맛깔스러운 음식과 정, 이곳의 자연과 일상에 파묻힌 24시간의 기억이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간현역을 활용한 원주레일파크의 레일바이크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간현역을 활용한 원주레일파크의 레일바이크

●원주의 하늘길을 걷다


원주 여행의 꽃이자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간현관광지의 소금산 출렁다리다. 소금산은 해발 343m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원주의 명산이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빼어난 절경으로 소개된 소금산은 기암괴석과 맑은 강물, 울창한 숲을 간직한 자연의 보고다. 또 ‘작은 금강산’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0m 길이의 출렁다리에서 인증샷은 빠트리면 섭섭하니 꼭 남기자
200m 길이의 출렁다리에서 인증샷은 빠트리면 섭섭하니 꼭 남기자

그 중에서도 떠오르는 명물은 바로 출렁다리다. 이 철제 다리는 소금산 암벽봉우리를 연결해 만든 하늘길로, 그 길이가 200m에 이른다고. 사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별 것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발을 떼서 앞으로 나아가면 이내 생각이 바뀐다. 100m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고, 출렁다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그 무서움은 배가 된다. 그럼에도 걱정은 마시라. 출렁다리는 70kg 성인 1,280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니까. 두려움은 잊은 채 한 발씩 내딛으면서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을 오롯이 느끼고, 다리 한 가운데에서 산과 강이 어우러진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의 짜릿함을 만끽하자. 

100m 높이의 소금산 출렁다리는 위아래 어느곳에서 봐도 아찔하다
100m 높이의 소금산 출렁다리는 위아래 어느곳에서 봐도 아찔하다

물론 출렁다리로 가는 길 자체도 여행이다. 출렁다리로 가기 위해 578개의 계단을 올라가며 건강수명 ‘38분30초’를 늘리고,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섬강과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도 잠시 식혀보자. 또 소금산 아래에도 즐길 것이 다양하다. 원주 특산품과 각종 음식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하늘 위의 스릴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여행자들이 매일 매일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주에서 제법 유명한 표고버섯의 진항 향과 송이버섯의 식감을 쏙 빼닮은 송고버섯을 맛보고 직접 구매해도 좋다. 

미로시장 벽면을 화사하게 밝히는 고양이 벽화
미로시장 벽면을 화사하게 밝히는 고양이 벽화

●꼬불꼬불 헤매도 괜찮아


소금산의 매력을 충분히 즐겼고, 등산으로 허기가 진다면 중앙시장으로 향하자. 중앙시장은 원주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1층 소고기골목과 잡화점이 주를 이루고, 2층은 미로시장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가 부쩍 커진 미로시장은 2014년부터 청년 사업가들의 창업이 줄을 이뤘으며, 가동부터 라동까지 4개의 공간에 현재 70여개 이상의 수공예 전문점과 식당들이 영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푸근한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칼국수와 우리 입맛에 딱 맞게 변형된 타코와 부리토를 판매하는 멕시칸 요리 전문점이 큰 유명세를 얻고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원주중앙시장의 2층은 청년 사업가들의 창업이 줄을 이뤘으며 현재 가동부터 라동까지 70여개의 상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원주중앙시장의 2층은 청년 사업가들의 창업이 줄을 이뤘으며 현재 가동부터 라동까지 70여개의 상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칼국수는 주말이면 긴 대기 줄을 형성할 만큼 언제나 북적이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방문해야 한다. 반면에 타코와 부리토는 포장도 가능해 시장을 구경하면서 허기도 달랠 수 있다. 메인 요리를 끝냈다면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겨도 좋다. 시장 구석구석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와 달달한 디저트가 가득해 입맛 당기는 곳으로 가면 된다. 우리 취향에 맞는 입 안 가득 달콤함을 채워주는 뚱뚱한 마카롱과 복숭아 빵이 특히 선택을 많이 받는다. 

칼국수, 보리밥 같은 한식부터 부리토, 돈까스 덮밥 등 이색 음식도 즐비하다. 마지막은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칼국수, 보리밥 같은 한식부터 부리토, 돈까스 덮밥 등 이색 음식도 즐비하다. 마지막은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시장 곳곳에 숨어 있는 다채로운 재미를 찾을 때다. 2층 메인 광장에서는 때때로 우리 가락에 맞춰 공연이 진행되는데, 딱딱하지 않게 경쾌한 음악으로 모든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넉살 좋은 공연단은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하고, 이따금 합동 무대까지 만들어 색다른 모습을 뽐내기도 한다. 시장에서 원주 여행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향수, 핸드폰 케이스, 조각품 등 다양한 잡화를 솜씨 좋은 전문가들이 각각의 공방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아참 B구역 귀퉁이에 가면 옛 문방구 앞에 놓여 있는 오락기의 감성도 100원이면 다시 느껴볼 수 있다. 1980~1995년생들에게는 밥 먹듯이 조이스틱을 돌렸던 그때의 추억을, 그 이후 세대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선사할 것이다. 

 

●내 품에 담긴 섬강


섬강철교를 따라 소금산과 섬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방법은 원주레일파크의 레일바이크다. 레일바이크는 이제 유명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체험의 한 종류가 돼버렸지만 판대역에서 출발하는 소금산 레일바이크는 자신만의 강점이 확실하다. 구 간현역에서 레일바이크의 출발지점인 판대역으로 가기 위해 우선 풍경 열차를 탑승하는데, 줄지어 늘어선 나무  속을 헤쳐 가니 마치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또 5~6개의 터널을 통과할 때면 모두들 한 마음이 돼서 한바탕 소리를 치기 시작하는데 묘하게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섬강을 따라 달리는 원주레일파크의 레일바이크는 원주여행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액티비티다
섬강을 따라 달리는 원주레일파크의 레일바이크는 원주여행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액티비티다

그렇게 10여분을 달리면 이제는 여행자들이 페달을 돌릴 시간이다. 풍경 열차를 타며 한 번 맛을 본 길이지만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다. 원주 레일바이크는 코스 자체가 내리막 경사선로라 페달을 조금만 돌려도 쭉쭉 뻗어나간다. 따라서 여행자는 그저 열심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소금산 주변의 풍경을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 레일바이크 특성상 셀카를 찍기는 쉽지 않지만 푸른 산, 고요히 흐르는 강과 같은 멋진 풍경 덕분에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다. 몇 곳의 추천 포인트도 있다. 좌측의 울창한 산림과 터널을 향해 앞서 달려가고 있는 레일바이크를 함께 찍으면 여행의 생생함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코스 막바지에 이르면 특히 바빠지는데 왼편으로 웅장한 암석을 만날 수 있고, 오른편으로는 섬강과 명봉산 등이 조화를 이룬 한 폭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쉼 없이 셔터를 눌러야 하는 이유들이다. 어쩌면 사진가 못지않은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마지막 터널은 LED로 한껏 치장했고, 최신 케이팝이 흘러나와 마지막까지 흥을 잃지 않게 돕는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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