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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키워드와 ‘사견’으로 본 GOOD BYE 2019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19.12.02 09:18
  • 수정 2019.12.0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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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획했던 여행을 다 이루셨다고요? 그렇다면 무척이나 운이 좋으신 겁니다. 정치, 경제, 환경, 재해 등, 우리 통제 밖의 일들이 지구상에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2019년 한 해 여행의 경향과 동향은 어땠을까요? <트래비> 기자들의 ‘사견’ 가득한 리뷰를 들어 보시죠. 

 

●기차 14g VS  비행기 285g
비행기 탑승이 수치스러워질 때

올해 1~4월까지 스웨덴에서는 비행기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상승 일색인 비행기 이용객 수로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기후 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비행기 탑승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문화적 현상인 ‘플뤼그스캄(Flygskam)’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에는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스웨덴에서는 기차여행에 자부심을 느끼는 ‘탁쉬크리트(Tagskryt)’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면 무조건 추종하는 분위기지만, 이번엔 가능할지 모르겠다. 한반도는 사실상 섬이 아닌가. 하지만, 환경이 한 가지 이유로 파괴될까.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이미 북미 지역 1,000여 개 호텔에서 객실 내 일회용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로 교체했다. 나머지 호텔들도 2020년 12월까지 동참할 계획이라고. 참고로 한국에는 탄소발자국 인증제라는 게 있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여행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한국 공기는 119위
바베이도스로 ‘미피’여행 가세  

추위가 닥치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고 싶다는 것은 옛말(지구 온난화로 한국도 점점 더워지고 있다)! 미세먼지 없는 청정지역으로 가고 싶다! 는 외침이 절절하다. 여행에도 미세먼지 마케팅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국내에서는 공기 좋은 곳을 찾아온 이주민이 늘었다는 강원도가 앞장서고 있고, 해외에서는 거리가 멀지 않으면서도 깨끗한 하늘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괌, 사이판, 하와이 등의 남쪽 섬나라들이 적극적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포기해야 하는 날이 늘수록, ‘미피(미세먼지 피하기)’의 욕구도 점점 커진다. 그렇다면 대기질이 정말 좋은 나라는 어딜까? 호주, 바베이도스, 요르단, 캐나다, 덴마크 등지였다. 한국은 무려 119위. 걱정이 미세먼지처럼 몰려온다. 매력적인 인도나 네팔이 가장 피하고 싶은 여행지로 꼽힌다면, 그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공기 때문이고, ‘듣보잡’ 바베이도스(북아메리카의 카리브해에 있는 인구 약 28만명의 작은 섬나라)에 가게 된다면, 그게 다 공기 때문일 테니까.

●Thanks to BIG DATA
이제 ‘결정적인 그것’은 없다!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여행객들의 니즈 또한 고도화되고 있다. ‘꼭 ○○에 가겠다’는 순정파 여행자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에어아시아 곽호철 한국지사장은 “이제 두 도시를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보다 다수의 목적지를 편리하게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것은 항공 요금. ‘비수기를 노려라’는 간단한 팁은 이제 효용 가치가 없다. 복잡한 항공 예약 시스템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숨겨져 있던 저렴한 항공 요금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을 타고 2019년 11월29일 출발해 인천-뮌헨-런던에 도착했다가, 2019년 12월6일  브뤼셀-뮌헨-인천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을 불과 51만원에 검색할 수 있는 것도 다 빅데이터 덕분이다(항공권 탐색 전문가 ‘검색말고탐색’ 네이버 블로그 참고). 이제 경유편 여행은 ‘생고생’이 아니라 비용도 저렴하고 멀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로 부각되는 추세다. 트레버 스핑크(Trevor Spinks)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행과 관련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왔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90%는 2년 전만 해도 없었던 새로운 데이터”라고 밝혔을 정도다. 항공 여행에 대한 인식도 뒤집어지고 있는 것.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다음 여행이 마지막 여행도 아니고.

여행의 다음 세대, 그 이름
ZEN Z (1995~2015)

Z세대는 1995년부터 2015년 사이 태어난 이들로 밀레니얼 세대(30%)에 이어 향후 여행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소비자 계층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74%로 TV나 영화(44%), 오프라인 활동(44%) 등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 클라우드베즈(Cloudbed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들은 다음 휴가에서 어드벤처 경험(30%)을 휴식(24%)이나 새로운 도시 탐험(22%)보다 더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또 WYSETC(WYSE Travel Confederation)의 리포트를 살펴보면 Z세대는 여행 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 중 미식 탐험(37%)에 가장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벤트 또는 축제(27%), 예술(18%), 익스트림 스포츠(16%), 가이드 투어(12%), 숙소  업그레이드(10%)가 뒤를 이었다. (출처 여행신문)

●여로롱
바야흐로 영상 시대

영상의 시대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다면 누구나 좋은 화질로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여행 영상을 찍는 것은 일종의 놀이가 되었다. 멋진 영상 아래에 가득 달린 댓글로 체감할 수 있다. ‘우리 이번에 이렇게 찍어 보자’ 혹은 ‘나 이렇게 찍어 줘’ 같은. 더 이상 여행을 떠나 영상을 찍고 만드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여행의 순간을 가장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매체가 사진이 아닌 동영상임을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퇴근길에 유튜브로 유튜버의 여행기를 시청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실제로 동영상광고 컨설팅회사 픽사빌리티(Pixablility)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행 영상은 브이로그(vlog)이며, 영상 길이는 3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을 영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증거다. 유튜브 시청자들이 브이로그를 가장 선호하는 만큼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가 지닌 영향력은 일반 브랜드보다 3배 가량 높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대표적인 여행 유튜버로는 Kyung6film, 원지, 메이 등이 있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유튜브 콘텐츠로는 <트래비>에서 제작하는 ‘여로롱’이 압승이다, 사적으로.

●#여행스타그램
으로 알 수 있는 것들

해시태그가 많은 걸 말해 준다기에 인스타그램에서 #여행을 검색했다. #여행(45.8M)을 필두로 주르륵 뜨는 태그를 분류해 보자니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무난형. #여행지추천(258K) #여행기록(526K)과 같은 기록성 태그들이 주를 이뤘다. 두 번째는 관종형. #여행스냅(375K) #여행코디(134K) #여행룩(489K) 등과 더불어 #여행병(224K) #여행중독(196K)과 같은 다소 호소력 짙은 증상들도 눈에 띈다. 

보다 행동형 태그를 찾다 보니, 역시나 #한달살기(97.4K), #한달살이(25.3K) #한달여행(10K)이 많다. 요즘 들어 부쩍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퇴사여행(14.9K), #퇴사기념(21.5K), #퇴사(186K)도 여행 피드에 달리는 새로운 강자 태그 중 하나.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퇴사를 한 김에 여행을 하는 걸까, 여행을 가기 위해 퇴사를 하는 걸까? 새삼 닭과 달걀의 순서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때론 해시태그가 여행의 유형을 정의하기도 한다는 것. #호캉스(936K)나 #혼행(79.5K)도 그런 점에서 같은 맥락일 수 있겠다. #여행에미치다(7M) 대신 #트래비(#트레비 탄산수 아님 주의) 태그를 달면 뭐라도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 팔로우까지 하면 내년에 운수대통한다는 ‘썰’이 있다. 
@traviemagazine

●프리미엄 이코노미 296%↑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사이에서 누리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클래스를 지나 출구로 향하는 길. 영화 <설국열차>가 떠오른 건 내 기분 탓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마음은 비즈니스, 통장은 이코노미인 현실을 반영한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주목 받고 있다니 말이다. 스카이스캐너가 올해 최근 3년간(1~4월) 항공권 검색량 비중을 분석한 결과 일등석 검색 비중은 2017년 1.88%에서 2019년 1.37%로, 비즈니스 클래스는 91.23%에서 86.98%로 감소한 반면,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비중은 6.89%에서 11.65%로 증가했다. 검색량 수치를 보면 더 적나라하게 와 닿는다. 2017년 대비 2019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검색량은 296% 증가했는데, 비즈니스(123%↑)와 퍼스트(71%↑)에 비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수치다. 이에 항공사들도 점차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힘을 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존에 운영하던 일등석 노선을 줄이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9월 이후 프랑크푸르트, 로스앤젤레스, 뉴욕 노선에 투입하던 A380 기종에 퍼스트 스위트를 없애는 대신 비즈니스 스위트로 대체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내년 투입하는 A350 새로운 기종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이제 항공사 경쟁의 핵심은 ‘어떤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좋은가?’일 듯. 가성비의 문제다. 

●이런 테마는 안 ‘좋아요’?

먹으러 간다, 요가 하러 간다. 여행지만큼이나 이젠 동사가 중요하다. 몇 군데를 찍었냐보다는 한 곳을 가도 ‘무엇을’ 했냐에 주목하는 시대, 이 모든 걸 네 글자로 요약하자면 ‘테마여행’이 되겠다. 일례로 온라인투어가 올해 여름휴가 기간(7월1일~8월20일) 동안 집계한 상품 수요 분석 결과에 의하면 미식, 액티비티 등을 포함한 이색적인 로컬 투어 상품이 2018년 동기 대비 약 68%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미식이 강세인데,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간 소셜 빅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2019년 국내여행 트렌드’에 의하면 음식 관광 비율은 2015년 13.2%, 2016년 24.7%, 2017년 34.7%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좋게 말해 테마여행, 나쁘게 말하면 돈 자랑? 한편 ‘럭셔리’를 표방하는 일부 테마여행을 비꼬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비싼 레스토랑만 골라 가는 사진으로 ‘좋아요’를 부르는 것은 결국 소비력 과시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며. 그러나 좋든 싫든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에디터의 시선이다(지난여름 우붓에서 요가만 했지만 팔로워는 200명대를 유지 중이다). 인증과 과시 또한 여행의 일부인 시대를 우리는 이미 살아가고 있다고. 요기(Yogi, 요가하는 사람)은 요기고, 조만간 그림으로 ‘인증’해 보이겠다나.

●Pet + Family 
펫팸족의 여행법

인생 5년 차, 멋스러운 갈색 파마가 매력인 푸들 ‘양파’는 얼마 전 친구(에디터 본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행복하니?’ 양파는 침대 위 놓여 있던 오리 목뼈(무려 수제)만 잘근잘근 씹을 뿐이다. 무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어느 고급 호텔에서. 간단하게 목뼈를 즐긴 후 산책할 겸 로비로 나서니 호텔리어가 배변 봉투를 건네준다. 세상에나. 그렇다, 요즘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이 대세다. 펫팸족(Pet + Family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펫팸족은 반려견을 단순히 애완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족의 일원으로 보살피고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는 이들을 칭한다. 펫팸족의 증가로 대부분 호텔에서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숙박패키지’를 앞다퉈 홍보하며 VIP(Very Important Pet) 고객 유치에 나섰다. 얼마 전 지인 Y씨는 자신의 동생 뽀미(포메라니안, 3살)와 주문진을 다녀왔단다. 2018년 4월에 오픈한 강릉 써베이 호텔의 펫룸 컨디션이 그렇게 좋다며 어찌나 자랑하던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오션투유리조트도 반려견과 동반입장을 허용한다. 그랜드 머큐어 앰버서더 호텔 & 레지던스 서울 용산은 반려견과의 편안한 잠자리는 물론, 프리미엄 애견 브랜드 ‘리카리카’ 멍캉스 굿즈까지 제공한다. 

●살이의 또 다른 얼굴

단순히 트렌드라고 하기엔 너무도 보편적인 개념이 되어 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한 달 살이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선 제주도가 압도적이고, 해외에선 태국 치앙마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등이 한 달 살기 좋은 여행지로 늘 꼽히는 걸 보면(물론 비용도 비용이다) 낯선 곳에서 굳이 장기 체류를 자행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쉼’이다. 살이 여행객들이 늘면서 없었던 이슈들이 떠올랐다. 지난 2004년부터 올해 들어서까지 한 달 이상 해외 체류시 건강보험료가 면제됐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그러다 최근 법제처가 “해외여행은 보험료 면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보건복지부 측에서 해당 제도를 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살아도 보기 전에 어처구니없이 사기를 당한 이들의 제보도 심심찮게 속출하고 있다. 숙박비 전액을 미리 지불했는데 숙소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거나, 이중계약을 당하는 등등의 피해는 여행을 꿈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더 섬뜩하게 들린다. 카페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단기임대 글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보험료는 꼬박 내자.

●해가 지면 달이 뜨듯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찾아온 여름 철새가 찬바람 불기 시작하니 훌쩍 떠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감하며, 일본 지역사회에 큰 바람이 불었다. 극성수기에도 비어 가는 일본발 비행기를 두고 볼 순 없었는지, 항공사들은 일본행 비행기 감편은 물론 운항 중지에 나서기 시작했다. 해가 지면 달이 뜨는 법. 일본이 저물고 베트남이 뜨는 중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주요국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베트남으로 향한 한국인은 전년 대비 24.9% 증가한 수준. 이대로라면 40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수 있다. 중국 시장 역시 일본 대체 목적지로 경쟁이 붙으며 그동안 없었던 ‘최초’의 신규 노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어서울은 인천-린이(臨沂, 임기) 노선에 주 2회 운항을 시작했고, 에어부산은 부산-하이커우(海口, 해구) 노선을 주 2회 운항한다. 티웨이항공 역시 대구-옌지(延吉, 연길) 노선을 주 3회 신규 취항했다. 보이콧 재팬, 오락가락한 환율 등의 영향으로 인해 올 한 해 여행업계는 사실상 어두운 밤을 맞이했다. 그런데 차차 빛나기 시작하니, 대낮보다 밤이 풍성한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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