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에서 해가 떠오르다, 페리 타고 떠나는 산둥반도
해가 지는 곳에서 해가 떠오르다, 페리 타고 떠나는 산둥반도
  • 장보영
  • 승인 2019.12.02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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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청(영성) 스다오(석도) 웨이하이(위해) 펑라이(봉래)
중국 동쪽 끝 웨이하이 해상공원에서 맞이한 일출
중국 동쪽 끝 웨이하이 해상공원에서 맞이한 일출
성산두는 중국 대륙이 시작되는 곳이다
성산두는 중국 대륙이 시작되는 곳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갑판 위에서 
맥주를 마시며 생각했다. 이 맛을 안다면 
아마 누구라도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페리 여행만큼 멋지고 자유롭고 낭만적인 
여행은 없을 거라고. 

최대 1,400여 명의 승객이 탑승 가능한 대룡훼리
최대 1,400여 명의 승객이 탑승 가능한 대룡훼리

한중 최단거리 노선 ‘대룡훼리’ 타고 떠나는 중국 여행 
평택항에서 출발해 룽청 롱옌항까지 운항하는 한중 최단 거리(338km), 최단 시간(12시간)을 자랑하는 대형 카페리 ‘대룡훼리(ORIENTAL PEARL 8호)’를 이용하면 편하다. 출발할 때는 매주 화·목·토요일 19시30분에 평택항에서 출항하고, 돌아올 때는 롱옌항에서 매주 월·수·금요일 19시에 출항하다. 대룡훼리는 여객 정원이 1,400여 명이나 되는 대형 페리다. 선내에는 레스토랑, 편의점, 면세점 등이 있으며 오락 시설로 노래방과 영화관도 마련돼 있다. 대룡훼리 타고 떠나는 중국 산둥성 여행은 지엘항공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대룡훼리 02 702 5055

황해의 활기찬 아침
황해의 활기찬 아침

●동방(東方)에서 뜬 배  


그러고 보니 중국의 바다는 처음이었다. 지난 몇 번의 중국 여행이 내게 남긴 인상이 온통 내륙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 깨달았다. 평택항에서 저녁 8시에 출항한 페리는 유유히 밤을 가르며 중국을 향해 나아갔다. 자고 자도 밤이고, 깨고 깨도 밤인 배 안에서 나는 다시 한번 실감했다. 바다는 정말 넓다고. 한국의 서쪽과 중국의 동쪽의 바다 위를 둥실둥실 떠 가는 그 순간만큼은 그 바다의 어디까지가 한국이고 어디까지가 중국인지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해 보였다. 바다는 언제나 그렇게 그곳에 존재할 뿐.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간다는 사실이었다. 

성산두 전망대에 서면 붉은 황해를 바라볼 수 있다
성산두 전망대에 서면 붉은 황해를 바라볼 수 있다

●발해만 해안선을 따라가며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중국’이라는 수식만으로 산둥성(山東省)은 여행할 만한 이유가 있다. 평택항에서 출발하는 대룡훼리가 룽청(荣成, 영성) 롱옌(龍眼, 용안)항까지 최단 거리(338km), 최단 시간(12시간)이라는 스펙을 내세우며 3년이라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지난 9월20일 새롭게 배를 띄웠다. 매회 1,200~1,400여 명에 이르는 승객 중에 아직까진 관광 목적보다 무역 목적의 승객이 많은 편이지만, 알고 보면 대룡훼리는 여행 수단으로 매력이 충분하다. 노래방, 영화관 등 선내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행을 태운 페리는 이튿날 오전 9시 롱옌항에 도착했다. 중국 화북 지역에 위치한 산둥성은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으로 통하는 태항산(太行山)을 경계로 동쪽에 위치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인구 1억 명에 전체 면적이 15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며 그 땅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옥수수, 밀, 땅콩, 잎담배 등의 농작물을 재배한다. 하지만 이번 여정의 목적은 내륙 지방이 아닌 해안 지방 산둥성을 만나는 데 있었다. 롱옌항에서 출발해 우리가 여행할 웨이하이, 펑라이, 스다오, 룽청은 발해만의 해안선에 잇닿아 있었다. 곶처럼 튀어나온 이 일대는 ‘해상 일출’을 보는 곳이었고 한국과의 직선거리가 170km인 성산두(成山頭)는 중국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찰 내 붉은색 나무판이나 천에 소원을 적어 내거는 것은 중국인들의 오랜 종교적 의식이다
사찰 내 붉은색 나무판이나 천에 소원을 적어 내거는 것은 중국인들의 오랜 종교적 의식이다

●상대적인 여행과 절대적인 美


우리의 여행도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서쪽이 중국에서는 동쪽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 흥미로웠다. 세상은 이렇게 상대적이라는 것을, 돌고 도는 세상에서 어떤 절대적 기준 같은 것은 없다는 진리를 나는 다시 한번 여행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의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드넓고 청명한 하늘을 열어 줬다. 스다오(赤山, 적산) 기슭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에 세상 모든 고단함이 물러가는 것 같았다.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적산법화원’ 곳곳을 답사하는 동안 불멸의 해신(海神)을 꿈꾸며 완도를 벗어나 동아시아의 바다를 넘나들었던 한 인간의 위대한 기개에 대해 생각했다. 

적산법화원 곳곳에는 해상왕 장보고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적산법화원 곳곳에는 해상왕 장보고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장보고 장군과 저 멀리 적산명신을 기리며 세운 동상
장보고 장군과 저 멀리 적산명신을 기리며 세운 동상

장보고의 호연지기는 전설이 돼 현세에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앞면은 승려의 모습을, 뒷면은 장보고의 모습을 본 따 만든, 무려 높이 58.8m의 신불 동상 ‘적산명신’이 사람들을 지켜 주고 있다. 웨이하이(威海, 위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오후의 석양 아래 빛나고 있었다. 명나라 때 왜구를 막기 위한 위소(衛所)를 설치한 데서 웨이하이라고 불렸으나 뜻이 바뀐 현재의 이름답게 웨이하이의 파도는 거센 바람을 타고 우리를 격렬하게 맞았다. 웨이하이의 관광 명소 다이아몬드 해수욕장, 하워드존슨 리조트 호텔, 나향해 온천 답사를 마치고 중국에서의 안락한 첫 번째 밤을 보냈다. 

팔선과해 내부를 거닐며 펑라이의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팔선과해 내부를 거닐며 펑라이의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자연과 벗한 중국 건축예술


이튿날, 웨이하이에서 3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이동한 펑라이(蓬莱, 봉래)에서는 더욱 크고 세찬 바람과 파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바람과 파도 속에서 꿈결처럼 바라본 ‘팔선과해(八仙过海)’는 명성대로 영락없는 해상용궁을 연상케 했다. 여덟 명의 신선이 각자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바다를 건너는 중국 민간 설화와 연관된 이곳은 바다를 메우고 세웠기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물속에 담긴 호리병 모양을 하고 있고 멀리서 바라보면 신기루 같은 형상으로 일순 아연하다. 도교와 불교와 유교의 색채가 한데 혼재된 이 압도적 선경(仙境)은 무릇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연과 벗한 중국 건축예술의 오늘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해상용궁을 연상케 하는 팔선과해 전경
해상용궁을 연상케 하는 팔선과해 전경
세 명의 신선이 노닐었다는 배경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삼선산 풍경구
세 명의 신선이 노닐었다는 배경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삼선산 풍경구

‘삼선산(三仙山) 풍경구’ 또한 불로장생 신선을 모티브로 지어진 펑라이의 대표 명소다. 중국 동해(황해)에 솟은 ‘세 명의 선인이 있는 산’에 불로장생할 수 있는 약초가 있어 진시황제도 찾아 헤맸다는 이야기가 이곳이 지어진 배경을 이룬다. 넓은 터에 화려하고 견고한 건축물들이 자리 잡은 테마파크를 비롯해 여러 가지 형태의 돌과 나무 등을 가꿔 만든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야간 공연이 진행되는 화하성 야외무대까지,  흡사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기적을 보는 듯 짧은 기간 동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중국인들의 추진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물론 다소 인위적인 느낌도 있었다. 

1,000여 종의 해상생물들을 만나 볼 수 있는 봉래해양수족관
1,000여 종의 해상생물들을 만나 볼 수 있는 봉래해양수족관

●‘있는 그대로’의 시차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란 모름지기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일 것이다. 소설가 김연수도 여행기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여행지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발생하는 다름은 ‘시차’ 같은 거라고. ‘봉래해양수족관’을 방문하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감정들도, 시차를 인정한 후에야 받아들여졌다. 2004년 개장해 세계 최대 원형 수족관을 보유한 그곳에서는 살아생전 야생에서는 절대 볼 수조차 없을 1,000여 종의 해양생물들을 생생하게 만났다. 그들의 자태와 몸짓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름다웠고 신비로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슬프기도 했다.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유리 세상에 갇혀 마음대로 유영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자유를 희생한 생명체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건너온 넓고 푸른 바다를 생각하면 더욱더 착잡했다.

다만 웨이하이에 있는 ‘신조산 야생동물원’이 안타까운 현실의 작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려 23만여 평방미터의 산과 바다를 고스란히 활용해 만든 자연 친화형 울타리로 둘러싸인 수족관인 이곳에서 우리의 마음은 어제보다는 조금 가벼워졌다. 거대하고 비밀스러운 대자연의 비밀을 아주 잠시나마 엿본 것 같았다. 고마웠고 미안했다.  

신조산 야생동물원은 23만여 평방미터의 산과 바다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신조산 야생동물원은 23만여 평방미터의 산과 바다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중국 동쪽 끝 항구도시에서 보낸 4일, 배를 타고 떠나서 배를 타고 돌아온 2일까지 총 5박 6일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일정 속에서 우리의 손에 쥐어진 것은 아마 하나의 작은 퍼즐 조각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 어떤 모양이어도 상관없다. 우연이라도 맞아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마다 맞는 곳에 끼워 맞추면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조각이 필요할 것 같다. 모양이 제각각일수록 더 좋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날. 해상공원에서 맞이한 중국의 아침이 들려준 메시지가 지금도 귓가를 울린다. ‘해가 지는 곳에서 해가 떠오른다.’  


글·사진 장보영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대룡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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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2019-12-05 13:13:34
배 타고 러시아 다녀온 적 있는데 중국도 관심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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