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딱, 마카오 산책
이 계절에 딱, 마카오 산책
  • 차민경
  • 승인 2019.12.0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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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반짝이는 밤만큼 좋아하는 것.
맨들맨들 윤이 나는 모자이크 바닥, 원숙하게 색 바랜 파스텔빛 건물.
그래서 오늘은 그냥 걸어 보기로 했다. 

마카오의 어느 멋진 날
마카오의 어느 멋진 날

●예쁜 곳 옆에 예쁜 곳


평일 한낮에도 마카오는 포근했다. 온화한 바람이 옷깃 안으로 파고들고, 나풀나풀 치마 끝을 흔들었다. 막 가을이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다정한 날씨였다. 그러니까 성 라자루 당구(St. Lazarus Parish)를 걷게 된 건 필연이라고 하자. 좋은 날엔 예쁜 곳이 어울리니까. 요즘 마카오 여행자들의 원픽으로 꼽힌다는데, 이유는 물론 예뻐서다. 평일의 한가한 탑 섹 광장(Tap Seac Square)에 서면 감이 올 테다. 복작복작 인파 사이가 아니라, 한가한 일상에 젖어 들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중국풍 정원인 로우 림 옥(Lou Lim Ieoc) 정원이나 성 라자루 성당 등 곳곳에 관광 포인트가 숨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관광지화가 덜 됐기 때문에 밀려드는 호객에 손사래를 치거나 유적지를 꽉 채운 쇼핑몰에 현혹될 일은 없다. 꽃망울 터지듯 웃음을 터트리는 학생들, 가게 뒤편에 앉아 한가로이 신문을 읽는 노인, 졸고 있는 고양이. 이 모든 것이 풍경이 된다.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동물들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동물들

관광지화가 덜 됐을 뿐, 이곳에 의미 없는 건물은 없다. 300여 년의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형성된 건물들이 좁은 길을 따라 열을 맞췄다. 탑 섹 광장을 중심으로 좌우 그리고 뒤편 골목은 산책하는 여행자를 위한 최고의 골목이다. 노랑, 분홍, 파랑 파스텔빛 건물과 골목의 끝에서 끝까지 장식하는 모자이크 타일 바닥. 중국 문자와 중국식 장식은 이질적이지만 생경하진 않다. 오히려 흥미를 돋울 뿐이다. 

중국풍이라 말하기도 유럽풍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오묘하게 섞인 마카오풍이라고 하면 될까?
중국풍이라 말하기도 유럽풍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오묘하게 섞인 마카오풍이라고 하면 될까?

●어김없이 파스텔빛


중부에 위치한 성 라자루 당구에서 헤매다 보면 이 또한 필연적으로 남쪽의 세 당구까지 내려오게 된다. 예쁨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제일 예쁜 곳에 닿게 되곤 하니까. 가장 예쁜 곳이라면, 당연히 세 당구의 세나도 광장이 아니겠는가.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전면만 남았지만 그래서 입체적이다. 상상은 마음대로니까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전면만 남았지만 그래서 입체적이다. 상상은 마음대로니까
마카오의 길은 언제나 이곳으로 통한다. 세나도 광장
마카오의 길은 언제나 이곳으로 통한다. 세나도 광장

왠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면, 세나도 광장 근처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혹시나 고개를 든다면, 어김없이 세나도 광장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오밀조밀 유럽식 건물이 모여 있다. 인형의 집에 들어온 양 온 세상이 파스텔빛이다. 건물이 가진 역사적 무게가 회색빛일 거라 단정했던 것이 섣불렀다. 시간은 때때로 이토록 화사하게 쌓이기도 하는가 보다.


덕분에 이 오래된 식민지 시대의 유산은 이야기보다 이미지로 남는 것 같다. 마카오의 첫 서양식 병원인 자비의 성채(Holy House of Mercy), 무려 멕시코에서 건너온 사제들이 만들었다는 성 도밍고스 성당(St. Dominic’s Church) 앞에 서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사방으로 리드미컬하게 쏟아진다. 

마카오는 10월부터 3월까지 여행하기 가장 좋다. 날씨는 선선하고 햇살은 포근하다. 골목골목 나만 알고 싶은 풍경을 찾아내는 데는 지금이 딱 제격이란 말씀
마카오는 10월부터 3월까지 여행하기 가장 좋다. 날씨는 선선하고 햇살은 포근하다. 골목골목 나만 알고 싶은 풍경을 찾아내는 데는 지금이 딱 제격이란 말씀

바닥을 장식한 타일이 발걸음을 따라 물결친다. 마카오의 랜드마크인 성 바울 성당 유적지는 몸이 알아서 찾는다. 세나도 광장을 헤매다 보면 자연스레 육포 냄새에 취하게 되고, 그 냄새가 깊어지는 곳에 성 바울 성당 유적지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성 바울 성당의 단면은 오히려 입체적이다. 없어진 공간을 상상하는 건 각자 제멋대로기 때문이다. 

▶Cafe 
국밥도 아닌데 속이 시원해  
싱글오리진(Single origin)

평일 애매한 시간이 아니라면 언제나 줄을 설 정도의 마카오 커피 맛집. 성 라자루 당구에 위치한 탑 섹 광장에서 도보로 3분 거리. 아니, 이런 곳에? 싶은 순간 등장한다. 건물 코너에 조그맣게 자리한 탓에 처음엔 명성을 의심했다. 방문객들이 손에 꼽는 메뉴는 플랫화이트. 한 입 먹어 보는 순간,  의심을 반성했으니, 커피 맛을 잘 모르는데도 이런 게 진짜 커피 맛이구나 싶다. 입 안은 부드럽고 코끝은 향기롭고, 온몸의 신경이 짜르르 일어난다. 
주소: Rua de Abreu Nunes 19
전화: +853 6698 7475

▶Dining
굴 폭탄 감사합니다  
산무이 굴국수(San Mou I)

매캐니즈 음식도 좋지만 ‘굴국수’라는데 무시할 수가 없다. <짠내투어>, <밥블레스유> 등 국내 여러 방송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작은 굴이 그릇을 가득 채워 나오는데, 이것만으로도 배부르다. 뜨뜻하게 데워진 국물은 우리네 굴국밥의 그것과 일맥상통. 절인 애기고추로 간을 하면 쌉싸름하고 상큼한 맛이 더해져 배부른 줄 모르고 먹게 되니 주의할 것.
주소: 149 R. de Coimbra
전화: +853 2884 3946

▶Hotel
기품이란 건 바로 이런 것  
그랜드 라파 호텔(Grand Lapa Macau)

성 라자루 당구와 세 당구를 산책하려면 마카오반도에 숙소를 잡는 것이 현명하다. 화려한 호텔은 아니지만 묵직하고 우아한 멋이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오래된 소품들, 각 맞춰 자리한 객실 가구들. 소위 끗발 날리는 유명 호텔이 아니어서 편하게 생각했는데 볼수록 기품이 넘친다. 알고 보니 이전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었다고. 어쩐지 로비 화장실조차 으리으리하더라니. F & B로도 손꼽히는 호텔 중 하나다. 
주소: Avenida Da Amizade 956-1110
전화: +853 2856 7888
홈페이지: www.grandlapa.com 


글·사진 차민경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www.macaotourism.gov.m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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