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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 임정로드를 걷다

  • Editor. 양세희
  • 입력 2020.01.0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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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동방명주 타워
황푸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동방명주 타워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해다. 
올해가 가기 전,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익산 이리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상하이로 향했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란 이름과 ‘민주공화국’이란 체제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바로 3·1 운동을 계기로 상하이에서 출범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부터다. 국권 피탈로 사라진 ‘대한제국’은 1919년 4월11일, 황제의 ‘제국’이 아닌 국민의 ‘민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흥 임시정부 요인 숙소 앞에서 단체사진
가흥 임시정부 요인 숙소 앞에서 단체사진

“상하이는 대부분 날씨가 흐린데 이번 여행은 정말 맑네요. 여러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봐요.” 2박 3일 여행을 맡은 현지 가이드의 첫 인사말에 ‘정말로 나라를 구하신 독립유공자 조상님들의 덕을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상하이에 도착한 첫날, 황푸강을 끼고 자리 잡은 빌딩 밀집구역인 ‘와이탄(外灘)’으로 향했다. 상하이의 현대사를 상징하는 장소인 와이탄의 강 동쪽에는 ‘푸동’의 동방명주를 비롯한 높은 빌딩들이 자리한다. 강 서쪽으로는 아편전쟁 이후 지어진 서양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과거 이곳으로 임시정부 요인들이 몰렸던 이유는 프랑스 조계지로 일제의 감시를 따돌릴 수 있고, 전 세계의 정보가 밀려들었던 사상의 용광로였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어색함은 동방명주 타워 전망대에서 즐거운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금세 날아갔다. 황푸강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상하이의 야경에 차츰 설레기 시작했다.

홍거공원 내부 윤봉길 기념관 ‘매헌’
홍거공원 내부 윤봉길 기념관 ‘매헌’
황포강 유람선에서 찍은 이리남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
황포강 유람선에서 찍은 이리남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독립을 외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는 이곳 상하이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윤봉길 의거를 계기로 심해진 일본의 감시와 공격을 피해 상하이를 벗어나, 8년간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는 ‘이동시기’가 이어진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임시정부가 시작된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윤봉길 의거가 일어난 ‘홍구공원’, 그리고 이동시기의 첫 도시인 가흥의 ‘김구 피난처’다. 

윤봉길 기념관 내부의 윤봉길 동상
윤봉길 기념관 내부의 윤봉길 동상

처음으로 찾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독립유공자 후손 선생님의 현장 강연으로 더 빛을 발했다. 아이들은 손에 태극기를 쥔 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강의를 듣고, 임시정부 요인들의 흔적들을 꼼꼼히 살폈다. 학생들은 올 한 해 임시정부 역사에 대한 사전 학습과 자치 활동을 마쳤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답사 지역 탐방은 물론, 3·1 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고 한다. “역사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죠”라는 이리남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 말씀처럼, 이국 땅 상하이 임시정부 현장에서 살아 있는 독립 정신의 역사가 전수됨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홍구공원 내부의 연못과 다리
홍구공원 내부의 연못과 다리

다음으로 찾은 곳은 ‘윤봉길 의거’가 이뤄진 홍구공원이다. 홍구공원 안에는 윤봉길의 호인 매헌을 따 200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어 놓은 기념관 ‘매헌’이 있다. 한국 기와 양식으로 지은 2층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장부출가 생불환(丈夫出家 生不還)’, ‘대장부가 집을 떠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의거한 윤봉길의 나이는 고작 25살이었다. 빼앗긴 조국을 일으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윤봉길 의사를 추모하며, 익산에서부터 보자기에 싸서 가져온 태극기를 조심스레 봉헌하고 추모 편지를 읽었다. ‘미래에도 나라를 위해 죽음을 택하신 윤봉길 선생님의 노력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윤봉길 거사 이후 임시정부 요인들은 더 이상 상하이에 남아 있을 수 없어 가흥에서 피신 생활을 시작했다. 가흥에 위치한 김구 피난처와 임시정부 요인 거주지도 방문했다. 피난처는 언제든지 일본군의 침략에 맞서 나룻배를 타고 도망칠 수 있도록 강가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서도 편히 잠들지도 못했을 임시정부 요인들의 일상을 떠올리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숭고한 독립투사의 정신을 기렸다.

김구 피난처 내부의 김구 동상
김구 피난처 내부의 김구 동상
김구 피난처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웃음짓고 있는 아이들
김구 피난처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웃음짓고 있는 아이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정로드 답사를 마쳤지만 하이라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짧은 여행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독립유공자 후손과 초등학생들은 상하이의 인사동이라고 불리는 ‘티엔즈팡(田子坊, Tianzifang)’에서 서로를 위한 선물을 샀다. 강행군에 지친 기색도 없이 신중한 얼굴로 선물을 골랐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서로가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며 마지막 소감을 나눴다. ‘미래의 역사를 만들 너희들과 함께해서 기쁘다. 선조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미래의 주역이 되길 바란다’라고 이야기를 전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말씀에 분위기가 한껏 훈훈해졌다. 끝나 가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애틋한 순간이었다.

윤봉길 의사에게 보내는 참가 학생의 편지
윤봉길 의사에게 보내는 참가 학생의 편지

‘잊혀지겠죠? 미안합니다.’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김원봉 의사 역)가 희생당한 동료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던졌던 대사다. 이번 상하이 임정로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던 조상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을 잊지 않도록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인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과, 미래를 이끌 ‘이리남초등학교’ 학생들의 만남.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국땅에서 과거와 미래가 마주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투사와 그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같을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흥 김구 피난처 앞에서 찍은 사진
가흥 김구 피난처 앞에서 찍은 사진

 

*지구별 여행학교는 하나투어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인 ‘희망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외 여행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희망여행은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하나투어와 국가보훈처, 코레일이 맺은 협약의 일환으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익산 이리남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했다. 그들은 상하이 ‘임정로드’를 돌아보며 역사를 배우고 돌아왔다.

독자기자 양세희
독자기자 양세희는 한때 모범생 증후군에 걸린 회사원이었지만 또 다른 삶을 꿈꾸며 직장을 그만뒀다. 퇴사 후 공채 제도를 예리하게 비판한 에세이 <공채형 인간>을 출간하고, 1년간 동남아와 유럽을 떠돌며 브런치에 여행기를 연재했다.

CAMPAIGN  희망여행
트래비-하나투어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양세희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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