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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2만원짜리 새 가방의 효용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02.0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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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설 연휴까지 보내고 나니 2020년으로 성큼 들어와 버린 느낌입니다. 변변한 계획 하나 잡지 못하고 2월을 맞이해 버렸다는 뜻입니다. 나태에 빠진 ‘무늬만’ 여행자를 억지로 끌어낸 것은 1여 년 전 <트래비>가 주최했던 여행 프로젝트 ‘삼확행(세 가지 확실한 행복)’의 캠핑 동행자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다시 만나 인천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모닥불 피웠던 밤, 놓고 있었던 여행에 대한 갈망이 서서히 데워지더군요. 


여행 준비의 시작은 ‘지름질’ 아니겠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캠핑용 소품 정리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그 많은 포켓들에 ‘무엇을 넣을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들떴습니다. 구상이 끝나자 어서 그 가방을 써 보고 싶어졌죠. 새해 계획도 그래야 했던 겁니다. ‘한 해’라는 트렁크를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는데, 칸칸이 나눠 생각해보니 맞춤한 ‘거리’들이 떠오릅니다.  


1~2월 동안 진행되는 트래비아카데미의 첫 과제 주제가 ‘가방’이었습니다. 가방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다양한 감정들을 적어 주셨죠. 여행자들답게 가방을 패션 소품으로 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들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글 하나는 ‘가방에는 나의 24시간이 담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필수품’이라고 이름 붙은 그것들이 실상, 우리 일상의 축소판이었던 셈입니다.


매달 새로 받는 <트래비>의 배면표도 거대한 트렁크입니다. 편집실의 한 달이 차곡차곡 담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인 야쿠츠크의 이야기는 정말 여행 욕구를 활활 지피더군요. 느린 여행을 하기엔 인도와 미얀마가 좋을 것 같고, 다채로운 대한민국답게 강원도 예술여행, 제주 미식여행, 전북 생태여행도 취향대로 담았습니다.  


누군가 우연히 제 가방을 들여다보고, ‘이 사람 참 퍽퍽하게 살았네’ 하지는 말아야겠죠. 여행이라는 낭만 하나쯤은 담아야겠습니다. 올해는 꼭 아이슬란드에 가겠다는 후배의 가방 속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가방엔 무엇이 담겨 있으신가요?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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