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섬이다
그래도 아직은 섬이다
  • 김민수
  • 승인 2020.02.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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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 섬 여행
개펄은 여전히 섬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다
개펄은 여전히 섬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다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놓였다. 이제 마음으로부터 섬을 떠나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작별을 고하기 위해 다시 찾은 섬, 노인은 삽과 망태를 끌며 광활한 개펄로 나섰고 겨울 해변은 여전히 비워진 채 남아 있었다.

암태도 기동삼거리의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
암태도 기동삼거리의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

●동백꽃 파마머리
암태도


천사대교를 건너 따라가다 보면 기동삼거리와 마주친다. 이곳에서 자은도 방향으로 가려면 우회전을 하고, 팔금과 안좌는 좌회전을 해야 한다. 삼거리 전면 담벼락에는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벽화가 있다. 집주인 노부부의 인자한 얼굴 위로 동백나무 가지가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는 섬의 첫인상이 되었고 기발함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더했다. 추포도는 암태도와 연결된 작은 섬이다, 섬 사람들은 두 섬을 건너다니기 위해 300여 년 전에 2.5km 개펄 위에 노둣돌을 놓았었다. 그 아스라한 흔적 옆으로 이후 콘크리트 다리가 생기더니 현재는 전천후 대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물때 눈치를 보지 않고도 해넘이가 아름다운 추포 해변을 거닐거나 드넓은 개펄에서 잡히는 청정 추포 낙지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서울과 광주, 목포에서 출발한 고속버스가 암태도 남강항을 오간다. 이곳에서 비금도까지는 불과 40분, 하루 16차례 여객선이 다닌다. 얼마 전까지 평범한 포구였던 남강항은 이제 신안 섬 여행의 요지가 됐다. 

자은도 둔장해변에 설치된 무한의 다리
자은도 둔장해변에 설치된 무한의 다리

●무한 찬사를 자은도에게
자은도 


자은도는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해변을 무려 9곳이나 가지고 있는 천혜의 섬이다. 특히 백길해변은 자은도의 상징이라 할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고 폭 900m의 넓고 깨끗한 백사장의 거침없는 전망이 그만인 곳이다. 특히 데크가 가지런하고, 제반 시설을 잘 갖춘 캠핑장이 있어 야영을 즐기기에도 좋다. 분계 해변은 과거 방풍림으로 조성했던 송림이 울창하고 인위적 시설물에 의존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둔장해변은 섬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무한(無限)의 다리’는 이곳 해변과 무인도인 고도, 할미도를 잇는 1,004m의 보행교로 ‘다리로 연결된 섬과 섬의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할미도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 ‘독살’이 있는 곳으로 그 규모가 동양 최대다. 지난여름 천사대교를 건너온 수많은 피서객은 자은도 해변에서 휴가를 즐겼다. 향후 호남권 최대의 휴양지로 오르내리는 자은도에는 이미 대규모 리조트가 건설 중이다.  

팔금도의 제멋대로 섬 밥상
팔금도의 제멋대로 섬 밥상

●욕심이 비껴가는
팔금도 


팔금도는 신안의 면 단위 섬 중에서 가장 면적이 작고 상대적으로 관광 인프라가 약하다. 목포 북항에서 팔금 고산항까지 여객선이 다녔었지만 천사대교 개통 후 그 임무를 마치고 사라졌다. 섬에 다리가 놓이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큰 이유가 있었다. 첫째 도둑이 들어오고, 둘째 쓰레기가 생겨나며, 셋째 인심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 이미 육지화된 섬들을 보면서 든 우려였다. 하지만 이 섬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팔금도를 이룬 8개의 섬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했으며, 개펄을 욕심내는 이가 없었다. 팔금도 면사무소 근처에는 주민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식당이 있다. 일명 ‘억순이의 기찬 밥상’으로 불리는 식당은 주인 맘대로 메뉴를 정하고 반찬을 내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섬에서 그때그때 나는 제철 식재료로 차려내는 섬 밥상. 그날도 송어젓(밴댕이젓), 갈치속젓, 어리굴젓, 칠게장이 접시에 놓이고 뜬금없는 닭볶음탕이 상 위에 올랐다.

지붕을 보라색으로 칠한 안좌도 두리마을
지붕을 보라색으로 칠한 안좌도 두리마을
김환기 고택은 100년 전 백두산 나무로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김환기 고택은 100년 전 백두산 나무로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김환기를 낳은
안좌도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가 한국 미술계 역사상 최고가인 153억에 낙찰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안좌도는 추상화가 김환기 선생의 고향이다. 그래서 안좌도 읍동 선착장에는 그의 대표작 사슴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화가를 낳은 섬의 자부심은 커다란 창고 벽면에서부터 지은 지 100년이 되었다는 마을 안쪽 화가의 고택까지 정성껏 이어지고, 머잖아 설립될 기념 미술관에서 그 정점을 찍을 예정이다. 안좌도는 유인도 10개, 무인도 53개를 품고 있다. 안좌도 남쪽의 반월, 박지도는 본섬과 ‘천사의 다리’라 불리는 목교로 연도 되어 섬 트레커들의 각광을 받아 왔다. 최근에는 두 섬에서 자생하는 청도라지 꽃에 착안해 보라색을 테마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리는 ‘퍼플교’란 이름으로 재탄생했고 안좌 두리마을을 포함한 두 섬의 지붕은 모두 보라색이다. 

섬을 이은 천사 
전라남도 신안군의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는 각기 큼직한 면 단위의 섬이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압해도(신안군청 소재지)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여객선뿐 아니라 자동차로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접근이 쉬워지자 방문객의 수도 급격히 늘었다. 한 해 100만 명도 되지 않던 관광객이 1년이 되기도 전에 400만 명을 넘어섰다. 

 

*섬여행가 김민수의 끝없는 섬 이야기 홈페이지:avoltath.blog.me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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