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심장이 박힌 곳, 바르샤바
쇼팽의 심장이 박힌 곳, 바르샤바
  • 김예지 기자
  • 승인 2020.02.0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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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밤들의 축제, 폴란드 POLAND

야상곡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
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거리의 카펫처럼 
보랏빛 어스름이 깔리면
축제가 곧 시작된다는 의미다.

바르샤바 구시가는 전쟁 후 복원된 모습이다
바르샤바 구시가는 전쟁 후 복원된 모습이다

완전한 자유의 곡은 없었다


제목을 잘 몰랐을 뿐 녹턴 1번 B단조(Nocturne in B flat minor, Op.9 No.1)는 충분히 귀에 익었다. 바르샤바 쇼팽 공항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바르샤바 구시가에 있는 쇼팽 포인트(Chopin Point). 13살의 프레데릭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년)이 공연을 했던 콘서트홀이다. 대형 공연보다는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의 소소한 연주를 즐겼다는 그는 이 아담한 방의 피아노 앞에 앉았을까.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연주자가 조심스레 첫 마디를 뗐다. 

왕궁 광장. 바르샤바 왕궁의 첨탑과 지그문트 3세 바자의 동상이 솟아 있다
왕궁 광장. 바르샤바 왕궁의 첨탑과 지그문트 3세 바자의 동상이 솟아 있다

20살에 바르샤바를 떠난 쇼팽은 39살에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인생의 반을 타지에서 보낸 셈이다. 그럼에도 바르샤바가 늘 ‘쇼팽의 도시’로 대변되는 것은 쇼팽이 그토록 애국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3국의 분할 지배를 받던 폴란드는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파리에 정착한 쇼팽은 한시도 조국 걱정을 놓지 않았고, 1831년 바르샤바 독립 혁명군이 러시아에 의해 진압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절망감에 곡을 쓰기도 했다. 1849년 쇼팽이 죽기 직전에 작곡한 마주르카 4번 F단조(Mazurka in F flat minor, Op.68 No.4) 역시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폴란드를 형상화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안타깝게도 완전한 자유를 담은 곡은 탄생하지 못했는데 폴란드의 독립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쇼팽이 죽고 70년이 더 흐른 뒤의 일이다.

쇼팽 포인트
주소: 62 Krakowskie Przedmieście Street, 00-322 Warsaw
전화: +48 601 808 392
홈페이지: www.chopinpoint.com.pl


당신이 바르샤바를 여행해야 할 이유


파리에서 죽은 쇼팽의 심장이 바르샤바에 있다는 사실은 반전이었다. 다음날 아침 바르샤바 구시가의 중심 거리인 크라쿠프스키에 프셰드미에시치에(Krakowskie Przedmieście)로 길을 나섰다. 경건한 분위기의 성 십자가 성당(Kosciol Swietego Krzyza) 안. “나치군의 공격으로 바르샤바는 처참하게 파괴됐어요. 다행히 쇼팽의 심장은 무사했죠.” 쇼팽 기념비가 붙은 기둥 앞에서 가이드 마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1849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쇼팽의 시신은 파리에 묻혔다. 다만 ‘내 심장만은 바르샤바로 보내 달라’는 유언에 따라 그의 심장은 누나 루드비카(Ludwika Jędrzejewicz)의 손에 의해 이곳 성 십자가 성당에 안치됐다. 지난 2014년 과학자들이 쇼팽의 정확한 사인을 알고자 기둥 속을 확인한 결과 그의 심장은 여전히 잘 보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쇼팽의 사인은 폐결핵이 아닌 심낭염(심장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판명 났다.

왕궁 광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대통령 궁
왕궁 광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대통령 궁

쇼팽이 정말로 운이 좋았다는 건 숫자로써 더욱 실감이 났다. 2차 세계대전 때 바르샤바 도시의 무려 85%가 파괴됐다. 15%에 들지 못한 왕궁 광장(plac Zamkowy)은 복원된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동상과 기둥 사이에 미묘한 구분선이 있어요.” 광장에 솟은 지그문트 3세 바자(Zygmunt III Waza, 1566~1632년)*의 동상만은 원래 그대로의 것인데, 동상을 받치던 기둥은 다시 세워졌다. “아프지만 분명 잊어선 안 될 역사니까요.” 부서진 원래의 기둥을 버리지 않고 광장 한 쪽에 전시한 것이야말로 마리아를 비롯한 바르샤바 사람들의 다짐과 자부심이란다. 장장 20년에 걸친 복원 작업이 시민들의 자력에 의해 이뤄졌다니 그럴 만도 하다. 제 모습을 찾은 바르샤바는 1980년 도시 전체가 UN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쇼팽의 심장이 있는 성 십자가 성당 내부
쇼팽의 심장이 있는 성 십자가 성당 내부

광장과 꽤 멀어지는 동안에도 구분선은 여전히 존재했다. 가지처럼 뻗은 골목골목에는 1층과 2층을 다른 색으로 쌓아 올린 집, 벽돌에 박힌 총탄 흔적들이 덤덤한 듯 남아 있었다. 바르샤바가 특별한 이유는 과거를 등지지 않은 데 있다. 자세히 봐야만 보이는 것을 볼 줄 아는, 바르샤바에 가장 적합한 여행자는 아마도 그런 세심함의 소유자일 것이다. 

*지그문트 3세 바자│스웨덴 바자 가문 출신으로 폴란드와 스웨덴 왕위를 겸했다.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점령하는 등 폴란드 영토를 넓혔고 1596년 폴란드의 수도를 크라쿠프에서 바르샤바로 옮겼다.


성 십자가 성당
주소: Krakowskie Przedmieście 3, 00-047 Warszawa

 

▶travel  info

AIRLINE
LOT 폴란드항공이 인천-바르샤바 직항 노선을 주    5회 운항한다. 화·목·금·토·일요일 오전 11시5분 인천에서 출발해 바르샤바에 오후 2시25분 도착하고, 복편은 바르샤바에서 월·수·목·금·토요일 오후 4시30분 출발해 다음날 인천에 오전 9시10분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10시간 30분 정도. 인천-바르샤바 구간에 투입되는 보잉 767드림라이너 항공기는 세 가지 종류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180도로 좌석이 젖혀지는 18석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넉넉한 레그룸과 도자기 식기에 제공되는 기내식이 특징인 프리미엄 클래스, 좌석 스크린과 USB 포트가 장착된 이코노미 클래스를 운영한다. www.lot.com   

ABOUT
CURRENCY 폴란드는 유럽연합(EU)에 속해 있지만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폴란드 화폐 즈워티(Zloty)를 사용한다. 10즈워티가 한화로 약 3,000원 정도다. 한국에서 달러 혹은 유로로 환전해 현지에서 즈워티로 환전하면 되는데, 공항 및 관광객이 많은 구시가 환전소는 수수료가 비싸다. 

TIME & CLIMATE 폴란드가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폴란드의 겨울은 흐리거나 비나 눈이 잦아 일기예보의 기온과 체감 기온에 차이가 있으니 옷을 잘 챙겨 갈 필요가 있다. 기온이 20~25도에 머무는 6~8월이 여행하기에 편리하다.

▶HOTEL
더블트리 바이 힐튼 바르샤바 
Doubletree by Hilton Warsaw

지어진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깔끔하고 모던하다. 바르샤바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힐튼 브랜드에 맞는 객실과 서비스 및 수준급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을 자랑한다. 크고 작은 미팅 및 이벤트를 할 수 있는 미팅룸과 연회장을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 호텔로도 선호도가 높다. 
주소: Skalnicowa 21, 04-797 Warszawa

▶FOOD
피에로기 Pierogi

폴란드 국민 만두. 우리나라의 만두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좀 더 크고 피가 두꺼운 편이다. 감자와 치즈 속이 들어간 피에로기를 기본으로 고기, 버섯, 양배추, 시금치 등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간다. 

퐁츠키 Paczki 
밀가루 반죽에 자두, 체리 등 잼을 넣고 겉에 슈가 파우더를 넉넉하게 뿌린 폴란드식 도넛으로, 조식 메뉴에서도 볼 수 있다. 폴란드에는 사순절(부활절 전 40일의 기간. 금식과 기도를 한다) 이전 마지막 목요일을 ‘퐁츠키의 날’로 정해 퐁츠키를 맘껏 먹는 전통이 있다.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LOT 폴란드항공 www.lot.com
폴란드관광청 www.poland.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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