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를 찾는 재미, 브로츠와프
난쟁이를 찾는 재미, 브로츠와프
  • 김예지 기자
  • 승인 2020.02.0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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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밤들의 축제, 폴란드 POLAND
오후 4시경 밤이 찾아온 거리. 전차가 한껏 겨울 분위기를 낸다
오후 4시경 밤이 찾아온 거리. 전차가 한껏 겨울 분위기를 낸다

위아래 무엇도 놓칠 수 없다


호텔 체크인을 하기도 전에 난쟁이를 먼저 만났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일 정도로 작은 그들은 호텔과 카페 앞에서도, ATM에서도 익살스런 포즈로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브로츠와프에 처음 난쟁이 동상이 생긴 건 지난 2001년, 1980년대 브로츠와프에서 시작된 반(反)공산주의 운동 ‘오렌지 얼터너티브(Orange Alternative)’*를 기념해서였다. 당시 운동에 참가했던 학생과 시민들은 벽에 난쟁이 그림을 그려 당시 정권을 조롱했는데, 폴란드 민주정권이 들어선 후 민주화의 상징으로 도시 곳곳에 난쟁이 동상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5개로 시작한 난쟁이 동상이 현재 600개가 넘는다니 ‘난쟁이(Dwarf)의 도시’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인구가 매년 늘고 있다). 노트북 작업이 한창인 1인, 케이크를 훔치는 1인,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1인 등등 난쟁이의 역할도 600개 이상이다.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난쟁이 동상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난쟁이 동상

그렇다고 난쟁이를 찾느라 온종일 시선을 바닥에만 둘 순 없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모더니스트…. ‘건축의 런웨이’라고 표현될 만큼 브로츠와프에는 유럽의 수많은 건축 양식이 박물관처럼 모여 있다. 계단처럼 층층이 각진 지붕은 특히나 독일에서 보던 것과 매우 비슷했다. 실제로 브로츠와프는 독일과 체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단순히 지리적으로 가까워서라기보다 역사적인 면이 크다. 중세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체코령과 독일령을 차례로 거친 브로츠와프는 2차 세계대전 후 600여 년 만에 다시 폴란드로 돌아왔다. 

*오렌지 얼터너티브│1980년대 활동했던 반(反)공산주의 단체. 레드는 공산주의, 그린은 평화를 뜻하는 반면 오렌지는 그 사이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들은 공산주의를 향한 시위의 일종으로 난쟁이를 상징화했다. 

산타 오신 날 트리 점등식.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축제였다
산타 오신 날 트리 점등식.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축제였다

산타할아버지 오신 날


솔직히 폴란드의 겨울은 빛에 너무도 야박했다. 아침 느지막이 뜬 해가 오후 3시쯤이면 가차 없이 떨어졌다. 하루의 반 이상이 밤이었지만,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 순전히 타이밍 덕이었다. 브로츠와프에는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와 있었다. 


폴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브로츠와프의 축제는 폴란드 전체에서 가장 성대하다. 여름에는 푸드 축제와 맥주 축제가,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축제가 온 도시의 흥을 돋운다. 가는 날이 마침 장날. 12월6일,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다. 파스텔 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은 구시가 광장은 산타를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거대한 트리가 광장 한가운데 설치되고, 산타 모자를 쓴 아이들은 저마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점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와인, 소시지, 초콜릿, 쿠키,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을 파는 마켓에서는 빈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있다 보면 밤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있다 보면 밤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Santa!” 초대형 트리에 드디어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캐롤에 맞춰 아이들은 춤을 추고 어른들의 건배 세례는 끊이지 않는다. 자정이 아니라 이제 겨우 오후 5시를 지났을 뿐이다. 길고 긴 겨울밤이 축복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단언컨대 이토록 화려한 축제는 처음이다. 그곳이 폴란드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HOTEL

코로나 호텔 브로츠와프 Korona Hotel Wroclaw
위치로 본다면 최적이다. 가게들이 즐비한 구시가 중심에 있으며 브로츠와프 시장 광장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와 같은 부대시설 없이 오직 객실과 레스토랑에 집중한다. 조식은 메뉴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알차다. 
주소: Oławska 2, 51-116 Wrocław
홈페이지: koronahotel.com.pl/en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LOT 폴란드항공 www.lot.com
폴란드관광청 www.poland.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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