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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여행사 통해 가면 어떨까?

  • Editor. 손고은 기자
  • 입력 2020.03.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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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가 철저히 자유 여행의 영역이라는 건 지난 말씀.
여행사들이 장기 여행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여행사를 통해 가는 한 달 살기는 개별 여행과 어떻게 다를까?
기자가 따져 봤다.

●파이가 커졌다

한 달 살기란 여행자 ‘개인’의 선택이자 몫이었다. 패키지 여행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에게 있어 고객이 원하는 일정과 숙소, 기간이 모두 제각각인 경우는 철저히 개인 여행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하나투어, 내일투어,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에서 장기 숙박 여행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일정이 대부분이다. 항공은 제외하고 현지 숙소와 교통, 약간의 투어 등으로 간소하게 상품을 꾸린 것이 특징이다. 


여행사들이 이 같은 상품을 내놓은 가장 큰 배경에는 장기 여행의 인기가 지속되는 수요적 측면이 크다. 한편, 여행사의 공급 측면에서도 장기 여행 상품에 주목할 이유가 있다. 가령 숙소를 예약한 고객에게 현지 투어와 입장권 등의 추가 할인 혜택을 지원하는 경우. 즉 장기 여행 중 필요한 서비스를 교차 판매할 기회가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파이는 커졌지만, 한 달 살기 상품은 아직은 일부 도시에만 몰려 있다. 장기 투숙에 대한 수요가 높은 도시이자 치안이 좋고 물가가 너무 비싸지 않은 도시를 중심으로 상품이 집중된 상태. 그러나 앞으로 서비스 가능 지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게 여행사들의 전망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8월 프라하 한 달 살기를 처음 론칭한 이후 밴쿠버와 치앙마이까지 잇달아 상품을 출시했다”며 “상품 인지도와 예약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여행사 상품 vs. 개별 구매, 
어떤 게 득일까?

그렇다면 가격 면에서 여행사 상품이 과연 매력적일까? 기자가 실제 2주 가량의 여행을 계획한다고 가정하고 여행사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개별적으로 숙소 및 교통 등을 준비할 경우 비용을 비교해 봤다. 장기 여행 상품을 판매 중인 A, B, C 세 여행사가 공통적으로 판매하는 치앙마이 반 달 살기(13박 15일) 상품을 기준으로 계산했고, 상품에 포함된 옵션은 아고다, 마이리얼트립과 같은 온라인 여행사와 여행자보험 사이트 등에서 검색해 유사한 상품으로 환산했다. 단, 현지 투어의 경우 상품의 일정과 품질에 따라 정확하게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하기로. 결과는? 숙박료와 투어, 픽업 서비스 등 비용을 따졌을 때 여행사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약 10만~20만원 가량 비쌌다.

 

●숫자에선 보이지 않는 것들

A여행사 상품을 기준으로 더 세세하게 살펴보자. 우선 더 블리스 치앙마이 호텔 슈페리얼룸 객실과 공항-숙소 간 픽업 서비스 1회,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당일 투어, 치앙라이 일일 투어, 여행자보험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 노마드처럼 여행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7일 이용권, 태국 전통 마사지 2시간 1회 중 1가지를 선택하도록 구성했다. 그밖에 오리엔테이션, 트래블 라운지 이용권, 반달 도우미 서비스, 비상시 응급 출동 서비스 1회 등을 포함한 가격이 89만9,000원이다. 


이 상품에 포함된 호텔, 픽업 서비스, 현지 투어, 여행자보험, 선택 옵션을 따로따로 구매한다고 가정한 기자는 각각 유사한 상품을 찾아 비용을 계산했다. 합은 69만4,360원. 결국 여행사 상품에서 나머지 약 20만원에 해당되는 요소는 그 밖의 정보 제공과 응급 상황 대비 안전망 확보 등의 부가 서비스란 소리다. 물론 해당 일정을 위해 직접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수고로움도 포함될 것이다. 실제로 기자는 해당 상품을 두고 개별적으로 구매했을 때의 비용을 계산하는 데만 약 1시간이 소요됐다(상품을 더 꼼꼼하게 비교하면 할수록 시간은 비례해서 길어질 것이다). 한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알아 봐야 할 것들도 많아지는데 가장 기본적인 숙소와 이동수단, 투어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시간도 절약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달, 우리 모두의 여행 기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시간과 수고로움의 값을 뒤로하면 결국 남는 건 그 밖의 ‘부가 서비스’. 과연 10만~20만원을 더 기꺼이 지불하고 여행사 상품을 선택할 가치가 있는가? 여행사들은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가 가지지 못한 강점을 적극 공략했다. 그중 가장 내세우는 장점 하나는 여행 중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현지에 둔 사무소를 통해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 장기간 체류하면서 필요할 수 있는 병원이나 관공서,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마트 위치, 청소 서비스 정보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상 연락망도 제공한다. 


항공부터 식사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에 비해 장기 여행 상품의 구성은 단출하지만, 여행사의 전문적인 서비스는 여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내일투어 관계자는 “목적지부터 상담에 들어간다. 일반 여행의 경우 대부분 목적지를 결정한 상태에서 문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달 살기의 경우 적합한 여행지와 예산에 맞는 일정을 제안하는 식으로 좀 더 깊게 진행된다”며 “이미 세팅된 상품일지라도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고객의 경우 해당 일정에 맞도록 유연하게 적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장기 여행이 젊은 여행자들의 키워드였다면 이제 그 대상이 좀 더 폭넓어지고 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여행 준비가 버거운 자영업자, 아이와 동반한 긴 여행을 계획하는 주부, 일일이 일정을 짜는 데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까지. 한 달 살기 여행은 더 이상 퇴사한 20~30대들만의 것이 아니다. 
 

글 손고은 기자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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