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 장면, 인천에서 찾았다
영화 속 그 장면, 인천에서 찾았다
  • 나리카와 아야
  • 승인 2020.03.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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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로 시작해 <파수꾼>, 
<신세계>와 <뷰티 인사이드>의 장면들을 인천에서 찾았다. 
차이나타운에 온 이상,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 등장한 인천 자유공원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 등장한 인천 자유공원

●잊을 수 없는 풍미

가장 먼저 <천하장사 마돈나>에 등장하는 중국집 ‘풍미’를 찾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갔는데도 조지미 사장은 마치 단골을 반기듯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천하장사 마돈나>에 대해 물었더니 “그 영화를 촬영한 건 기억나요. 근데 하도 많은 작품을 찍어서 헛갈리네요”라며 웃는다.

조지미 사장의 인심이 듬뿍 담긴 단골 메뉴, 계란 춘권
조지미 사장의 인심이 듬뿍 담긴 단골 메뉴, 계란 춘권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풍미’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고등학생 오동구(류덕환)의 친구네 가족이 운영하는 중국집으로 등장한다. 빨간 치파오를 입은 동구가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마음은 여잔데 외모는 남자, ‘진짜 여자가 되는 것’이 꿈인 동구의 애달픈 심정이 왠지 이곳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가게 내부는 예스럽다. 60년을 훌쩍 넘긴 노포인 만큼 관광객보다는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굴과 채소가 우러난 하얀 짬뽕 국물이 깔끔하면서도 깊다
굴과 채소가 우러난 하얀 짬뽕 국물이 깔끔하면서도 깊다

조 사장은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는 굴짬뽕을 내왔다. 굴과 채소로 우려 낸 하얀 국물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지금이야 중국 전통요리를 주로 하지만, 1980년대 ‘풍미’의 주 메뉴는 빵이었다. 당시 토지 소유 제한 등 정책으로 화교들은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그 시절 ‘풍미’는 중국식 빵을 팔며 버틸 수 있었다고. “이 빵이에요.” 모양은 가지가지. 지금은 정식으로 팔지 않고 가족들이 먹거나 단골에게 서비스로 주기 위해 만든다. 단골은 아니지만 그 맛이 몹시 궁금한 여행자에게 조 사장은 찐빵과 튀긴 빵 두 가지와 부추 볶음을 만들어 내줬다. 부추 볶음을 빵에 싸서 먹는 맛은 완전히 새로운 맛. 간판 메뉴가 되어도 여전히 손색이 없겠다.

풍미
주소: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56 
영업시간: 매일 09:00~21:00
전화: 032 772 2680

인천 자유공원에 우두커니 서서 인천항을 내려다보는 맥아더 장군
인천 자유공원에 우두커니 서서 인천항을 내려다보는 맥아더 장군

●동구와 기태의 마음

<건축학개론>으로 뜨기 직전의 이제훈이 주연을 맡았던 독립영화 <파수꾼>도 차이나타운에서 촬영됐다. 고등학교 친구인 기태(이제훈)와 희준(박정민)의 관계가 어색해지게 된 건 또래 고등학교 여자친구들과 3대 3으로 간 차이나타운의 한 중국집에서다. 희준이가 좋아하는 여고생이 자꾸 기태에게 음식을 덜어 주고, 기태가 이를 수습하려다 분위기는 더 묘해지는 장면. 이 작은 사건은 청춘의 비극을 초래하는 실마리가 됐다. 


차이나타운에서 언덕을 더 올라 도착한 인천 자유공원은 맥아더 장군 동상으로 알려진 공원이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맥아더 동상을 배경으로 동구와 친구가 장래 희망을 이야기한다. 친구의 꿈은 자꾸 바뀌는 반면 동구는 오로지 하나, 여자가 되는 것. 자유공원에서는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그런 동구의 간절한 마음이 더 와 닿는 듯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도, <파수꾼>의 기태도 현실을 떠나고픈 마음으로 저 바다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파도 소리에 마음이 편해졌다.

허물어져 거칠게 남은 제물포시장
허물어져 거칠게 남은 제물포시장

●영화의 도시, 인천

사실 인천은 서울 다음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이 잦은 도시다. 인천영상위원회 이지은 촬영지원팀장은 “부산은 <친구>로 한 번에 영화의 도시 이미지가 생긴 데 비해 인천은 촬영은 많은데 영화로 잘 부각되지 않는 게 아쉬워요”라고 했다. 차이나타운이 아니라도 인천 곳곳에는 숨은 영화 촬영지가 많다. 인천역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제물포시장은 영화 <신세계>에서 주인공 이자성(이정재)이 경찰 상사 강 과장(최민식)과 몰래 만나는 장소로 나왔다. 차에서 내린 이자성이 폐허 속으로 들어가 낚시를 하는 강 과장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가 보니 낚시터는 없고 고양이 몇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 빼곤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다. 빨간 간판을 단 ‘방아간’에서 바삐 떡을 만드는 직원들이 조금의 활기를 더할 뿐, 재개발을 앞둔 시장은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제물포시장은 <신세계> 전에 <써니>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여고생들이 맞붙어 싸우는 장면에서 겁쟁이 나미(심은경)가 갑자기 빙의한 것처럼 욕을 하는 연기는 잊을 수가 없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은 분명 탁월한 촬영지였을 것이다.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카페발로’의 핫 스폿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카페발로’의 핫 스폿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촬영지 ‘Valor(발로)’다. 주인공 홍이수(한효주)가 일하는 가구점으로 등장한 곳으로, 촬영 후 많은 팬들이 찾아왔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은 영화 속 모습과는 좀 달라졌다. 빈티지 가구들이 많은 건 여전하나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콘셉트의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 스튜디오로 쓰이고 있다. 최근 30년 만에 돌아온 청춘스타 양준일의 광고도 이 스튜디오에서 찍었다고. 대표곡 ‘리베카’를 홈쇼핑 버전으로 가사를 바꿔 노래했던 바로 그 장소다. 길 건너편에 있는 2호점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카페 영수증을 들고 1호점 스튜디오로 오면 입장권처럼 쓸 수 있다. 

▶Restaurant 
인생 멘보샤를 만났다 
씬 Xin

동행 중 한 명인 요스미 마리 인천관광홍보대사는 인천의 매력에 빠져 매달 이곳 인천에 온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60곳 가량의 중국집 중 20곳을 가 봤다는 그녀가 추천하는 최고 요리는 ‘씬(Xin)’의 찹쌀탕수육. 직접 가 본 ‘씬’의 입구 앞에는 말 동상이 서 있었다. 마도성공(馬到成功), 말이 도착하면 성공한다는 뜻인데 ‘씬’의 유방녕 대표는 SBS 요리 대결 프로그램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등 방송에도 다수 출연하며 유명세를 탔다. 돈가스처럼 바삭하고 큼지막하게 튀긴 고기에 소스를 얹어 찹쌀떡처럼 쫄깃한 맛을 내는 찹쌀탕수육도 좋지만, 새우 샌드위치를 튀긴 멘보샤가 일품이다. 차이나타운을 찾을 때마다 짜장면이나 짬뽕만 먹었던 것이 문득 후회될 정도다.

주소: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25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전화: 032 761 8889  
가격: 찹쌀탕수육 (소) 2만1,000원, (중) 2만9,000원

 

●영화 속 그 집은 어디?

어디선가 영화의 향기가 솔솔, 영화 속에 등장한 그 집들을 집중 탐닉했다.

글 박수진 

<남자사용설명서> 
히스토리 History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홍예문 계단 중턱에 ‘History’ 간판이 보인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여주인공 최보나(이시영)의 집으로 나왔던 곳으로, 인천에서는 여주인공 집 단골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고.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지만 카페이기도 하다. 인천 토박이인 송진희 대표가 1층에 거주하고 2층을 카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대사를 전공한 그녀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동네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이곳에 카페를 오픈했다. 공정무역 원두(동티모르 사메 지역산)만을 취급한다는 문구를 보니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각기 다른 모양의 이국적인 가구가 배치된 카페 내부로 볕이 따스하게 드리우는 순간, 달큼한 코코넛 라떼에 꽂혔다.
주소: 인천 중구 송학로 13-1  
영업시간: 월~토요일 12:00~22:00, 일요일·명절 당일 휴무  
전화: 032 567 9255  
가격: 코코넛라떼 6,000원

 

<뷰티 인사이드> 
카페 발로 Cafe Valor

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의 인연으로 영화보다 더 사랑받고 있는 SNS ‘인생 사진 맛집’ 카페다. 2015년 부평구 십정동 공장단지에 있던 철강공장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인천에서 폐공장 카페 붐을 일으킨 선발주자라고. 지금은 촬영 렌탈 스튜디오로 운영되는데 모르긴 몰라도 이곳에 오면 화려한 조명과 스모그 장비가 항시 세팅돼 있어 인생숏 하나쯤은 남길 수 있는 건 확실하다. 스모그 속에서 한 컷, 한 컷 찍고 나니 상큼한 자몽 주스가 생각난다. 추천메뉴엔 이유가 있었다. 
주소: 인천 부평구 백범로578번길 47
영업시간: 월~금요일 10:00~20:00, 토요일 10:00~21:00, 일요일 휴무
전화: 032 577 3214  
가격: 자몽주스 8,500원

<신세계> 십리향
‘십 리까지 만두 향이 퍼져 나간다’라는 뜻을 담은 인천 차이나타운 화덕 만두 전문점 ‘십리향’. 이곳이 영화 <신세계>에서 정청(황정민)의 친구이자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 보스가 월병을 사는 장면을 찍은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화덕 위의 만두를 그득히 안고 있는 인상 좋은 캐릭터가 손님을 안으로 이끈다. 타이완 화교 출신의 곡창준 대표는 타이완 신주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맛본 화덕 만두에 반해 그 비법을 익혀 인천에 상륙했다. 1,000℃ 화덕 안에서 이물질을 말끔히 태우고 물을 분사해 300℃의 숯을 넣어 6분간 구워내는 화덕 만두의 종류는 단호박, 고구마, 고기 총 세 가지. 그중 십리향의 추천메뉴는 단연 고기만두!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쫄깃쫄깃한 고기 맛이 중독성 있다. 다음번엔 타이완 친구를 데리고 이곳을 다시 방문해서 그 맛을 입증해야 할 것 같다. 
주소: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0-2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전화: 032 762 5888
가격: 만두 1개 2,000원

Cafe
인천영상위원회

과거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가와바타 철물점 건물을 민간이 소유해 쓰다가 현재는 ‘인천영상위원회’가 사용하고 있다. 1층에 있는 카페 ‘빈스로드’는 누구나 커피를 마시며 수많은 작품의 대본과 DVD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카페 빈스로드
주소: 인천 중구 제물량로 206번길 17
영업시간: 월~금요일 09:00~18:00, 토~일요일·공휴일 휴무
전화: 032 435 7172 

Hotel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호텔

인천역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로, 인천관광공사가 운영한다. 깔끔하고 아늑한 객실과 창 너머로 인천항과 개항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 덕에 차이나타운을 찾는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지난해 4성급을 획득했다. 
주소: 인천 중구 제 물량로 217
홈페이지: www.harborparkhotel.com

 

*두 기자의 한·일 민간교류 프로젝트 
‘도코이쿠(어디 가)?’

<중앙일보>, <아사히신문>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는 나리카와 아야 기자와 한국과 일본의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푸드라이터로 활동 중인 박수진 기자. ‘제멋대로한국홍보과(勝手に韓国広報課)’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2020년 2월부터 일본 지자체 47개 도도부현을 모두 순회하며 한국 지역의 매력을 홍보하는 설명회 ‘도코이쿠(어디 가)?’를 개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dokoiku_

글 나리카와 아야  사진 장현성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인천관광공사, 인천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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