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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뉴욕의 개성 만점 빌리지 BEST 6

  • Editor. 김진
  • 입력 2020.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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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맨해튼’을 잊어라. 
골목마다 ‘다름’을 발견하려면 더 작은 이름을 눈여겨봐야 한다. 

할렘 골목골목에는 저항과 인권의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가 가득하다
할렘 골목골목에는 저항과 인권의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가 가득하다

●One Fine Sunday
할렘 Harlem

할렘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할렘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센트럴 파크의 북쪽 지역인 할렘은 흑인 빈민가의 대명사였지만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깨끗하고 안전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할렘에 사무실을 차린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할렘에서 반드시 체험해 봐야 할 것을 꼽는다면 두 가지다. 미국 남부에서 노예 제도를 통해 태어난 아프리칸-아메리칸 전통요리, 소울푸드(Soul Food)를 먹어 보는 것. 일요일 오전에는 유서 깊은 교회에 들러 가스펠을 체험해 보자. ‘복음’이라는 뜻의 종교음악, 가스펠(Gaspel)은 할렘에서는 흑인 사회를 끈끈하게 이어 주는 문화로 가스펠 투어는 금세 매진될 만큼 인기 있는 투어다.

평범한 주택가 풍경. 고풍스러운 집이 모두 파스텔 톤의 옷을 입었다
평범한 주택가 풍경. 고풍스러운 집이 모두 파스텔 톤의 옷을 입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를 쉽게 볼 수 있는 평화롭고 조용한 할렘. 200년도 넘은 교회에 들어서니 풍채가 좋은 할머니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할렘에 한 뼘 가까워졌다. 멋진 드레스를 차려입고 아름다운 모자를 쓴 현지인들이 하나둘 예배당을 메우기 시작했다. 옷차림만 봐도 일요일 예배가 할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된다. 아이패드를 보며 설교하는 젊은 목사님과 큰 소리로 ‘아멘’을 외치는 사람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생소한 풍경이다. 


클라이맥스는 가스펠. 가운을 걸치고 손뼉을 치며 노래하는 가스펠 합창단을 보니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벌떡 일어나 영화 <시스터 액트>의 주인공처럼 신나는 합창에 동참했다. 교회가 이렇게 신이 나다니. 어색한 발걸음으로 들어갔지만 푸근한 기운을 안고서 떠난 곳, 할렘. 여행이란 그런 게 아닐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다가가는 설렘. 의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동!

1872년에 세워진 소방서. 현재는 소방관들의 복지기관으로 사용된다
1872년에 세워진 소방서. 현재는 소방관들의 복지기관으로 사용된다

●로브스터와 수제 맥주만 먹어도 완벽
레드훅 Red Hook

브루클린 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레드훅(Red Hook)은 과거에 창고로 사용되던 항구지역이다. 해가 지면 인적이 드물어 과거엔 범죄와 마약으로 악명이 높기도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뉴욕의 낙후한 지역은 순식간에 변한다. 


레드훅은 막 떠오르기 시작한 힙플레이스다. 자유의 여신상 등 뉴욕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기 좋은 위치여서 조금씩 알려지다가, 임대료가 낮은 19세기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맛으로 승부를 거는 레스토랑과 브루어리가 들어오면서 활기가 되살아났다. 레드훅의 대표 거리인 반 브런트 스트리트(Van Brunt St.)는 아직 휑한 느낌이 들지만, 점심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로브스터 런치의 가격은 단돈 25달러
이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로브스터 런치의 가격은 단돈 25달러
아더하프브루잉 컴퍼니의 시그니처 맥주
아더하프브루잉 컴퍼니의 시그니처 맥주

오전 11시30분이 되자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디론가 급한 발걸음을 옮겼다. 따라 들어간 곳은 레드훅 로브스터 파운드(Red Hook Lobster Pound). 미국 최고의 씨푸드 트럭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했던 이곳은 지금 항구 분위기가 물씬나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바닷가재 한 마리를 먹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순식간에 테이블이 다 찼다. 커다란 바닷가재 한 마리에 포슬포슬하게 찐 감자, 중독성이 강해 자꾸 손이 가는 구운 옥수수가 곁들여진다.

“오늘은 로브스터가 넉넉히 들어온 로브스터 데이예요! 아주 운이 좋은 거죠!” 무슨 말인가 했더니 로브스터 런치 메뉴가 단돈 25달러! 로브스터 데이라는 행운의 여신이 오지 않더라도 이 푸짐한 메뉴가 고작 40달러이므로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트래비> 독자들은 빨리 가 보시길. ‘맥덕(맥주덕후)’이라면 IPA계열의 맥주를 주력으로 파는 아더하프브루잉 컴퍼니(Other Half Brewing Company)에 가서 오렌지가 가미된 신선한 탭비어를 마셔 보자.


●언제나 사진 명소 1순위
덤보 Dumbo

덤보(Dumbo)는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약자로 맨해튼 다리 고가도로 바로 아래쪽, 브루클린의 한 지역을 뜻한다. 오래전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포스터에 나온 지역이 바로 덤보인데 사진을 보면 여기가 얼마나 우중충한 지역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선착장 주변의 공장을 개조해 갤러리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변했다. 

과거 맨해튼 다리 아래는 우범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버스커들의 밝은 노래가 흐른다
과거 맨해튼 다리 아래는 우범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버스커들의 밝은 노래가 흐른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영화 콘셉트를 따라 화보 촬영을 한 후 더욱 유명해졌다.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맨해튼 다리가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 강렬해서 뉴욕 여행자라면 누구나 사진을 찍어 가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맨해튼 다리 사이로 엠파이어 빌딩의 첨탑이 나오게끔 각도를 맞춰 찍는 것은 일종의 오랜 룰이다. 다리를 향해 걸어가면 잔디가 넓게 깔린 공원이 나오고 자갈이 깔린 작은 해변, 페블비치가 나온다. 여기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흐릿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맨해튼의 마천루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풍경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면 여기서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할 정도다. 

적벽돌 건물 사이로 보이는 맨해튼 다리. 뉴욕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다
적벽돌 건물 사이로 보이는 맨해튼 다리. 뉴욕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다

덤보 여행은 저녁부터가 진짜다. 이스트 강가엔 1922년에 만들어진 회전목마가 있어서 속는 셈 치고 타 봤다. 목마에 앉으니 클래식한 음악이 흐르고 뱅그르르 돌기 시작한다. 브루클린의 빈티지한 풍경이 보이다가 반짝이는 이스트강 너머로 맨해튼의 빌딩숲이 흔들리며 화려한 춤을 춘다. 일곱 바퀴를 돌며 행복을 눈에 담는 값은 단돈 2달러다. 


●자유와 평화와 진보의 상징
그리니치 빌리지 Greenwich Village

그리니치 빌리지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대학생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젊은 뉴요커가 흔하다. 여유와 젊음. 그리니치 빌리지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근처에 뉴욕 대학이 위치해 값싸고 맛있는 레스토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리니치 빌리지를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은 오후부터 걷기 시작해 재즈 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가로수 사이로 햇살이 드러나는 골목길은 하나같이 예쁘다. 맘에 드는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뉴욕의 가로수길이라 할 수 있는 블리커 스트리트(Bleeker St.)에서 옷과 소품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저물어 간다. 지하의 작은 재즈 바로 들어가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재즈 선율에 몸을 흔들어 보는 일. 뉴욕 감성을 제대로 느껴 보는 방법이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거리. 1층은 작은 상점, 2층부터는 주택이다. 지하에는 보석 같은 카페와 재즈바, 술집이 숨어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거리. 1층은 작은 상점, 2층부터는 주택이다. 지하에는 보석 같은 카페와 재즈바, 술집이 숨어 있다

뉴욕의 재즈 초창기, 할렘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그리니치 빌리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포크송 가수인 밥 딜런도 그리니치 빌리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뉴욕 음악계에 데뷔했다.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는 이 동네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존 레넌조차 ‘그리니치에서 태어났어야 했다’라고 아쉬워할 정도였으니, 여기가 얼마나 아티스트들에게 선망의 지역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는 진보의 상징이기도 하다. 1960년대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전 세계 성소수자 인권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공공시설이나 새로 지은 대형건물에 가 보면 성중립 화장실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성별에 따른 구분 없이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뜻한다. 그리니치에서는 모두가 재즈처럼 자유롭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괜찮아
차이나타운 Chinatown

뉴욕에서 무슨 차이나타운(Chinatown)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맥도날드와 하겐다즈 간판조차 중국어로 적힌 차이나타운. 중국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일까? 새빨간 용이 출입구를 장식한 지하철역에 내리면 남대문시장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노점상엔 빨간색과 황금색으로 치장한 각종 소품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상인들은 연신 “No picture!”를 외치지만, 이상하게 차이나타운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저렴한 물가 덕에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유학생들도 풍족한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 미드타운의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머리 손질을 받을 수 있는 미용실, 공원에서 마작을 두는 할아버지들. 희한하게도 차이나타운에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상냥한 거리, 도이어스 스트리트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상냥한 거리, 도이어스 스트리트

도이어스 스트리트(Doyers St.)는 19세기 중국인 갱들이 들끓어 피바다가 되었던 거리다. 60m 길이의 짧은 길이지만 90도로 꺾인 경사 때문에 독특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덕분에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예쁜 길이 되었고 가장 맛있는 식당과 카페가 몰려 있다. 서부에서 더 이상 금을 발견하지 못해 뉴욕에 발을 디딘 중국인들은 초창기에 죽임까지 당할 정도로 심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인의 지위는 그야말로 막강하다. 차이나타운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웬만한 유명 브랜드는 모두 차이나타운에 들어서 있다. 

무심하게 걷어 올린 바짓단에서 중국을 느낀다
무심하게 걷어 올린 바짓단에서 중국을 느낀다

2달러를 내고 성인 남자 주먹보다 훨씬 큰 딤섬을 샀다. 만두피를 톡 터뜨려 육즙을 호로록 먹는 순간, 이 어수선한 차이나타운이 사랑스럽다. 아메리카노보단 버블티가 어울린다. 호탕한 분위기에 취해 또 가고 싶어지는 곳, 뉴욕의 차이나타운이다.


●쿨한 감성은 빈티지 건물을 타고 오르고
트라이베카 TriBeCa

로어 맨해튼에 있는 트라이베카(TriBeCa)는 ‘Triangle Below Canal Street’의 머리글자로, 말 그대로 커낼 스트리트 아래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땅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비욘세, 제이지, 메릴 스트리프,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셀럽들이 산다. 슬리퍼에 흰 면티를 입고 커피를 들고 다니는 디카프리오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트라이베카 동네를 걸었다. 약간 느슨한 분위기에 발걸음도 느려진다. 아일랜드, 모로코, 이스라엘, 폴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레스토랑이 많다. 프랜차이즈는 별로 없다. 세련되고 자유로운 옷차림의 패션 피플이 많은 것도 특징. 월스트리트처럼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은 거의 없다. 반질반질해진 코블스톤(돌바닥) 위로 철제 비상계단이 담쟁이처럼 외벽을 타고 오르는 낡은 건물은 트라이베카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빈티지한 분위기 덕분에 화보 촬영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뉴요커들이 최고로 뽑는 사진 명소. 광고나 화보 촬영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뉴요커들이 최고로 뽑는 사진 명소. 광고나 화보 촬영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낡은 건물 속엔 럭셔리 레지던스가 있고 유명 아티스트의 아틀리에가 있다. 살짝 비싼 듯한 물가와 도도한 분위기.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미국판 드라마 제목이 <트라이베카>라는 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다. 트라이베카는 소호, 첼시와 함께 뉴욕의 3대 갤러리 밀집 지역이었다. 소호의 임대료가 비싸지자 예술가들은 바로 옆 트라이베카로 이동했고, 요즘엔 트라이베카조차 땅값이 치솟아 부자들의 주거지역으로 변해 가고 있다. 


초록 식물로 내부를 장식한 요가학원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베지테리안 레스토랑을 골라 낯선 메뉴에 도전해 보는 것도 트라이베카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껴 보는 방법이다. 유기농과 건강은 트라이베카의 인기 키워드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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