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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밤을 채색하는 '파두 FADO'

Traditional Music

  • Editor. 송원길
  • 입력 2020.03.0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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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 내내 슬펐으나 기뻤다. 
가슴이 뻐근해지도록 애절한 파두를 매일 들을 수 있었으니. 

Coimbra ©Arq. TdP
Coimbra ©Arq. TdP

●입문을 위한 2개의 키워드
파툼과 사우다드

포르투갈 음악 파두(Fado)는 숙명 또는 운명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파툼(Fatum)에서 온 단어다. 아랍 무어인의 지배를 받은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이슬람의 ‘숙명관’은 정신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다. 이후 대항해 시대(15~16세기)를 맞으며 포르투갈 사람들은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고 바다는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자들은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을 뒤로한 채 바다로 떠나야 했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보고 싶어 불렀던 노래에는 여인의 한이 담겼다. 그래서 파두 음악을 잘 감상하려면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인 사우다드(Saudade)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사우다드는 ‘그리움, 향수, 갈망, 애틋함’ 같은 단어로, 포르투갈 사람들이 바다와 살아오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단어인데 특히 안타깝고, 애절한 감정을 총체적으로 의미한다. 이러한 정서에 19세기 항구도시 리스본으로 흘러들어 온 포르투갈 식민지(브라질, 아프리카 등)의 음악들이 합쳐져 탄생한 것이 바로 파두 음악이다. 사우다드의 감정을 끌어올려 절규하듯 부르는 파두 노래는 듣는 이에게 묘한 그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Fado de Coimbra ©Paulo Magalhães
Fado de Coimbra ©Paulo Magalhães
Poruguese Guitars - Museu do Fado ©Arch.TdP
Poruguese Guitars - Museu do Fado ©Arch.TdP

●파두의 자존심 대결
리스본 vs 코임브라


파두 음악은 가수 파디스타(Fadista)와 2대의 기타로 주로 연주된다. 파두 음악을 반주하는 2대의 기타는 청명하면서 애수에 가득한 소리를 내는 12줄의 포르투갈 기타 기따라(Guitarra)와 클래식 기타로 구성되는데 파두 음악의 아련한 가슴 아픈 사연을 더욱 슬프게 하는 포르투갈 기타의 울림은 파두 음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파두 음악을 꼭 들어야 할 도시를 꼽으라면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Lisbon)과 교육의 도시 코임브라(Coimbra)를 들 수 있다. 리스본이 일반적으로 접하는 파두 음악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면, 코임브라는 남학생이 사랑을 고백하는 세레나데에서 유래한 코임브라 파두가 태어난 곳이다.

이런 이유로 리스본에서는 바다로 떠난 뱃사람들을 기다리는 여인의 한을 담아 부르는 여성 파디스타의 공연이 일반적이고, 코임브라 파두에서는 망토를 두른 남성 파디스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현대의 파두 음악은 우리 삶에 대한 사우다드 감정을 시처럼 노래하고 있어서 특정한 주제에 매여 있지는 않다.

ⓒ송원길
ⓒ송원길

●포르투갈이 사랑한
파두의 여신들

파두 음악을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파디스타가 2명 있다. 우선 ‘파두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리아 세베라(Maria Severa, 1820∼1946년). 그녀는 집시 출신인 아버지와 매춘부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포르투갈 최초의 파두 가수가 되었다.

뛰어난 미모와 노래에 반한 백작과의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한 사랑 이야기와 26살 꽃다운 나이에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삶은 파두 음악 그 자체였다. 오늘날 많은 파디스타들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할 때 검은 옷에 검은 숄을 걸치는 이유는 젊은 나이에 슬픈 삶을 살다 간 마리아 세베라를 기리기 위해서다. 


마리아 세베라의 뒤를 이어 파두 음악을 세계에 알린 이는 ‘파두의 영혼’이라 불리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 1920~1999년)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 그녀는 낮에 일하고 밤에는 허름한 선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감명을 받은 카바레 지배인의 발탁으로 카바레에서 노래를 시작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19살이었다.

이후 그녀는 무려 170종의 앨범을 내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파두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79세(1999년)의 나이로 그녀가 타계하자 정부는 3일 동안의 국가 애도 기간을 두었고, 수많은 시민이 운구가 지나는 길에서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파두의 전도사이자 파두 대사를 보내는 아픔을 함께했다. 

ⓒ송원길
ⓒ송원길

▶추천 파두 하우스 

파두하우스는 식사를 하면서 파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좀 늦은 시간에 찾아가야 본격적인 공연을 볼 수 있는데, 저녁 9시 무렵부터 새벽 1~2시까지가 피크타임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조용히 음악에 집중하고 절대 이동을 삼가할 것.

ㆍ리스본 Lisbon 
Parreirinha de Alfama
 50년 전통의 파두하우스.  
www.parreirinhadealfama.com  
+351 218 868 209    

 
Clube de Fado 제법 규모가 커서 공연장 같은 분위기다.  
www.clube-de-fado.com  
+351 218 852 704 

Fado in Chiado 파두를 전문으로 하는 공연장이다.  
www.fadoinchiado.com  
+351 961 717 778 


ㆍ코임브라 Coimbra 
Fado ao Centro 코임브라에서 정통 파두 공연으로 유명한 곳.  
www.fadoaocentro.com  
+351 239 837 060 

Cafe Santa cruz 성당 옆에 자리한 파두 공연장. 커피 한 잔의 여유.  
www.cafesantacruz.com  
+351 239 833 617 

ㆍ포르투 Porto 
Fado in Proto 칼렘 와인을 시음하면서 공연 관람.  
www.fadoinproto.com  
+351 223 746 660 

A Casa do Fado 농익은 와인 한 잔과 파두 공연.  
www.acasadofado.pt  
+351 927 572 955 

Painting of Amalia Rodrigues nric Ribó, Museu do Fado ©Arch.TdP
Painting of Amalia Rodrigues nric Ribó, Museu do Fado ©Arch.TdP

▶미리 듣고 가면 좋은 파두 음악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대표곡들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돌아오지 않는 임을 그리워하는 젊은 여인의 애절한 절망을 담고 있는 ‘Barco Negro(검은 돛배)’, 운명과 숙명을 애절하게 노래한 ‘Maldicao(어두운 숙명)’, 그녀의 삶과 파두 음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Fado Portugues(포르투갈의 파두)’를 추천한다.

이 밖에도 비에 인생을 비유하며 영혼을 담아 노래한 현역 최고의 파두가수인 마리자(Mariza Reis Nunes)의 ‘Chuva(비)’, 코임브라의 파두 아우 센트루(Fado ao Centro)라는 곳에서 연주한 ‘Saudades de Coimbra(코임브라의 사우다드)’ 영상도 미리 챙겨 보자.

 

*송원길은 음악여행 작가로 활동하며 미국 남부, 아일랜드, 쿠바 등 3편의 음악여행책을 시리즈로 펴내며 음악 여행 힐링 강의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취재를 위해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다녀왔고, 그 기록을 엮어 <포르투갈 파두, 스페인 집시음악 여행>을 4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글  송원길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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