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지쳐 가는 요즘, 나의 향기로운 여행지
마스크로 지쳐 가는 요즘, 나의 향기로운 여행지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0.04.0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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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지쳐 가는 요즘,
트래비스트에게서 특별한 향기를 모았다.
“당신에게 가장 향기로웠던 여행지는?”
 

●대한민국 구례
산수유 고운 빛

각 계절마다 고유의 향기가 있다. 봄에는 파릇하게 올라오는 새싹과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내리며 나는 흙내음, 그리고 꽃향기. 그 향긋한 봄의 기억을 따라가면 언제나 그곳에는 구례가 있었다. 화엄사에는 삼색매가 차례로 피고, 온 마을에는 산수유 고운 빛이 흩날리는 곳.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맞이했을 그곳이 요즘 더욱 생각난다. 구례에 가면 꼭 들르던 쌍산재도 그립다. 대문을 들어서면 은은하게 나던 천리향 냄새. ‘지리산 약초 뿌리 녹는 물이 다 흘러든다’라는 말이 있는 당몰샘 한 모금이 절실하다.

홍수지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에서 가장 향기로운 순간

향기는 맡아지기도, 때론 느껴지기도 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넘어가는 열차 안에서 벨베데레 궁전 관람을 예약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호기롭게 홀로 출발했지만 중앙역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다들 바쁜 출근길 사이,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이는 어느 할아버지였다. 그는 열차를 기다릴 수 있는 구역까지 직접 동행해 주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할아버지를 따라간 곳은 탑승구의 반대편이었던 것이다. 당황해 주위를 둘러보니, 저 멀리 헐레벌떡 뛰어오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Sorry’를 외치는 이름 모를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이 향기로 느껴졌다.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향기로운 냄새는, 사람 향기가 아닐까.

박유정

●몽골 쳉헤르 
싱그러운 야생화

몽골 쳉헤르가 떠오른다. 광활한 초원과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즐기는 온천욕이란! 휴대폰조차 먹통이 되어 버리는 오지에서 인생에 남을 피크닉을 즐겼다. 게르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지겨워질 때 즈음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숲 근처까지 천천히 올라, 돗자리를 펴니 기나긴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이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야생화의 싱그러운 향이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이 광활한 자연을 아무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홀로 누릴 수 있다니, 지구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특별한 초대를 받은 것만 같던 기억이다.

서지선 

●터키 이스탄불 
이국적인 케밥

이국적인 향기가 가득한 터키가 떠오른다. 탁심 광장(Taksim Square)을 지날 때쯤, 케밥 냄새가 코끝에 맴돌았다. 장시간 비행으로 허기진 배를 붙잡고, 터키에서 먹는 첫 케밥이라며 잔뜩 기대하며 기다렸던 시간. 하얀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케밥 고기를 썰고 있던 그때가 문뜩 그리워졌다. 이스탄불에서 하루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항상 걸음을 붙잡았던 옥수수 굽는 냄새도, 그 향기를 못 이겨서 결국 사 먹은 달콤한 군옥수수도.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 앞에서 골든 혼(Golden Horn) 뒤로 저무는 노을을 보고 있던 시간도 그립다.

오재희

●폴란드 크라쿠프
꽃 한 송이

폴란드 사람들은 꽃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생활화되어 있을 만큼 꽃을 사랑한다. 덕분에 거리 곳곳에서 쉽게 꽃 노점을 볼 수 있다. 크라쿠프를 여행할 당시 꽃바구니를 들고 직접 한 송이씩 건네는 모습에 혼자 괜히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상인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말이다. 바르샤바에서 만난 한 꽃 노점 사장님이 그랬다.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려면 알록달록 모은 화려한 꽃다발보다는 한 가지 종류로 구성된 차분한 꽃다발 선물이 좋아!” 폴란드의 거리에는 꽃내음과 함께 로맨틱한 향기가 솔솔 난다.

유의민

●콜롬비아 보고타
진한 오후, 커피 한 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구시가지 골목을 거닐다 보면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진한 커피 향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인 ‘후안 발데스 카페(Juan Valdez Cafe)’처럼 멋들어진 커피숍을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단돈 몇 백원이면 거리 수레에서 별다방, 콩다방보다 훨씬 질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컵에 따끈한 커피가 가득 담기면 갓 튀긴 콜롬비아 국민 간식 부뉴엘로(Bunuelo)를 함께 곁들이자. 부뉴엘로는 동그란 반죽을 납작하게 만든 뒤 기름에 튀겨 낸 도넛이다.

윤아진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 
보랏빛 향기

한국의 무더위를 피해 보겠다며 찾았던 홋카이도.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알아 버렸다. 서울보다 위도가 조금 높을지라도, 여름은 여름일 뿐이라는 사실을. 계속되는 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쳐 갈 때쯤, 눈앞에 꽃길이 펼쳐졌다. 비에이(美瑛)에 위치한 시키사이노오카(四季彩の丘)였다. ‘사계절 빛깔의 언덕’이라는 뜻에 걸맞게 어딜 봐도 예쁜 꽃길, 주인공은 단연코 라벤더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라벤더의 은은한 향기 덕분에 여행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보랏빛 향기로 기억된다. 

정영은

 

글·사진 트래비스트  정리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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