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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에 오르다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0.04.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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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약 360여 개의 오름이 곳곳에 위치한다.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오름의 향연은 제주가 품은 비경 중 하나다. 
특별한 색과 테마를 가진 오름 5곳을 찾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모아 봤다.

손지오름에서 바라본 버덕(들녘)의 목가적 풍경
손지오름에서 바라본 버덕(들녘)의 목가적 풍경

●굼부리 너머로 펼쳐진 또 다른 제주
손지오름

#소방목지 #제주3대억새 #손자봉 #한라산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오름조망

생김새가 한라산의 축소판이라 해서 한라산의 손자라는 의미로 ‘손지오름’이라 불린다. ‘손지’는 ‘손자’의 제주어 표현이다. 이 외에 손자봉, 손지악이란 이름도 같이 쓰인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건너편 용눈이오름에 비해 손지오름은 규모도 작고 비교적 한산하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비밀스러운 오름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들머리를 잘 찾아야 한다. 손자봉삼거리에서 수산 방향으로 500m 지점, 나무 사이에 차 한 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 보자. 손자봉이라 적힌 사각 팻말을 발견한다면 성공이다. 


손지오름은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과 함께 가을 억새가 아름다운 3대 오름에 손꼽힌다. 표고가 250m에 불과하지만, 가을에 방문할 경우 화구 능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빽빽하게 들어선 억새 숲을 헤쳐 가야 한다. 억새가 한 방향으로 눕혀져 있는 것은 앞선 오름이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다. 길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지만 모두가 정상을 향하고 있다. 


정상 능선이 나지막하게 이어진 울타리라면 화구는 오붓하게 만들어진 보금자리와 같은 모습이다. 고개를 돌려 시야를 넓히면 동에서 북쪽으로는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돗오름이, 서쪽에서 남쪽으로는 높은오름, 아부오름, 동거문이오름, 좌보미오름 등 내로라하는 제주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손지오름의 볼거리는 시원한 오름 조망뿐만이 아니다. 남쪽 알봉 아래로는 광활한 목장지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초지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어서 방목된 소들은 홀로 봉우리에 오르기도 하고 때론 떼를 지어 평지를 활보한다. 손지오름에서 바라본 목가적인 풍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누구나 오름의 정상에 서면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52

화구호인 물영아리 습지는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다
화구호인 물영아리 습지는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다

●운치에 운치가 더해질 때
물영아리오름

#람사르습지 #수영악 #산정화구호 #곰취소군락 #화구호 #여문영아리 #중잣성생태탐방로

‘영아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이다. 앞에 ‘물’이란 접두어가 붙은 것은 분화구에 물이 고인 습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영아리오름은 수망리 중잣성 생태 탐방로와 연계되어 있다. 잣성은 제주도의 전통적인 목축 문화 유물로 목초지에 쌓아 올린 경계용 돌담을 뜻한다. 오름 탐방은 소 떼가 유유히 노니는 목장 둘레를 따라 반 바퀴를 돌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지뽕나무와 참식나무 등 상록활엽수대를 지나면 빼곡히 들어선 삼나무 숲 사이로 계단길이 이어진다. 

물영아리오름을 에워싸고 4.8km의 숲 탐방로가 이어진다
물영아리오름을 에워싸고 4.8km의 숲 탐방로가 이어진다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놓인 계단은 방부목이 아닌 삼나무 원목을 그대로 사용해 매우 운치 있으며 주변의 자연환경과도 잘 어울린다. 물영아리오름의 화구호는 둘레 300m에 깊이가 40m에 이른다. 습지 식물들이 촘촘히 들어선 까닭에 마치 초지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찬찬히 살피면 군데군데 물웅덩이를 발견할 수 있어 이곳이 화구호임을 깨닫게 된다. 물영아리 분화구는 장마철에는 호수를 형성하고 있다가 계절이 바뀌면 습지로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영아리오름은 산정호수를 가진 11개의 제주 오름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나고 보존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되었으며 2007년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다. 한낮의 화구호는 매우 신비하고 평화롭다. 분화구를 둘러싼 울창한 숲에서는 연신 새소리가 들려오고 햇살은 초록의 물풀 위에 부서진다. 물영아리오름의 순환길은 총 3.4km나 이어진다. 지역민들은 비나 눈이 오는 날 또는 안개 낀 날을 물영아리 탐방의 적기로 꼽는다. 운치에 운치가 더해지면 감동은 배가 된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188

억새가 물결치는 따라비 오름의 들머리
억새가 물결치는 따라비 오름의 들머리

●감미로운 곡선에 숨긴 태고의 신비
따라비오름

#가시리 #유채 #화산분화구 #오름의여왕 #쫄븐갑마장길 #큰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은 3개의 분화구(굼부리)와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된 용암은 부드러운 산세를 만들어 냈고, 가을이면 오름을 뒤덮은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풍경에 취한 사람들은 따라비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넓은 평원은 바람에 흐드러진 하얀 억새풀로 채워지고 그 사이로 아늑한 오솔길이 놓였다. 최고의 인생숏을 남기기 위해 사람들은 빼꼼히 얼굴을 내민 채 억새 숲에 몸을 숨기기도 한다. 


따라비오름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되며 누구나 쉽게 탐방할 수 있다. 계단길을 따라 오르는 사이 잠시 가려졌던 시야는 산정에 도착하는 순간 경이로움으로 활짝 트인다. 굼부리와 능선은 감미로운 곡선을 이루고 큰사슴이오름(대록산)과 풍력발전단지가 햇살 아래 펼쳐진다. 바람은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은빛 파도를 일으킨다. 능선을 따라 걷든, 굼부리의 사잇길을 횡단하든, 따라비오름에서는 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림이 된다. 해가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따라비오름에선 시시각각 색과 빛이 조화를 일으킨다. 제주의 옛 목축지와 흔적을 따라 이어진 가시리 갑마장길(총 20km)에서도 목가적인 정취가 물씬 배어난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쫄븐갑마장길(10.3km)은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이 포함되어 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탐방객이라면 제주를 만끽하며 걸어 볼 일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2

문도지오름은 방목된 조랑말 떼와 노을이 어우러지는 가장 제주다운 감성 스폿이다
문도지오름은 방목된 조랑말 떼와 노을이 어우러지는 가장 제주다운 감성 스폿이다

●곶자왈 너머로 저무는 저녁 
문도지오름

#당산봉 #차귀도 #신창 #저지곶자왈 #화산송이길 #일몰

문도지오름은 저지에서 오설록 녹차밭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14-1코스 중간 부근에 위치한다. 한경면 방림원 사잇길을 따라 차량으로 10분 정도 들어가면 차도가 끝나는 지점에 명성목장이 나타나고 그곳부터 오름길은 시작된다. 문도지오름은 명성목장의 말 방목지로도 이용되고 있다. 오름 대부분은 사유지이지만 소유주의 배려로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다. 


오름의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붉은 흙과 초지로 뒤덮인 능선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말들은 인기척에도 반응이 없다. 사람과 이곳의 환경에 익숙한 탓이다. 문도지란 이름은 죽은 돼지의 형상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그래서인지 산등성이는 완만하고도 매끈하다. 오름은 동쪽으로 열린 말굽형의 모습이며 산정은 네 방향으로 다채로운 경관을 품고 있다. 뒤편으로 한라산이 오롯이 조망되며 금악이오름부터 신창 풍차와 당산봉, 좌측으로 산방산까지 이어지는 제주의 서남부 권역이 드넓게 펼쳐진다. 


문도지오름의 매력은 저지곶자왈 너머로 아스라이 저물어 가는 해가 포인트다. 차귀도 너머로 곤두박질치는 태양과 빨갛게 타오르는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 문도지오름의 판타지는 그 시간에 집중된다. 일반에게는 생소한 편이지만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이곳은 손꼽히는 일몰 출사지로 알려져 있다. 웨딩스냅 촬영도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 문도지오름에서는 말들이 농작물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주변 밭과 목장의 출입문을 닫아 둬야 한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이승이오름 능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와 그 앞바다
이승이오름 능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와 그 앞바다

●숲속에 숨겨 놓은 천혜의 비경
이승이오름

#이승악 #남원 #해그문이소 #물웅덩이 #제주오름 #한라산 #신례천생태탐방로

이승이오름은 살쾡이를 닮아서 이승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정확한 생김새를 확인하기는 수월치 않다. 능선에 울창하게 자라난 나무들 때문이다. 이승이오름은 동쪽으로 움푹 파인 말발굽 형태를 가지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승이오름 갈림길에 들어서면 이승이오름 순환코스, 수악길, 신례공동목장으로 갈라지는 길의 이정표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승이오름 순환코스는 들머리에서 제2코스 갈림길, 해그문이소, 정산 등반로 입구, 일본군 갱도진지동굴, 화산탄, 삼나무 숲, 표고밭 입구를 지나 다시 돌아온다. 서편 능선 하단부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평범할 것 같은 이승이오름은 천혜의 비경을 숨겨 놓았다. 하천은 비가 내린 다음에는 수량이 늘어나는데 상류 부분에는 20m가 넘는 하천 절벽이 병풍처럼 막아서 있고 그 아래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 물이 깊이 3~5m의 소를 이루고 있다. 이곳이 바로 해그문이소다. 해그문이는 ‘해가 가려진’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해그문이소는 소를 덮은 나무들이 빽빽하고 울창해 한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승이오름이 꼭꼭 숨겨 놓은 비경, 해그문이소
이승이오름이 꼭꼭 숨겨 놓은 비경, 해그문이소

이곳에 이르면 마치 깊은 원시림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하천 절벽과 주변을 에워싼 구실밤나무 숲은 마치 바깥세상과 단절을 이루는 경계와 같다. 이끼를 잔뜩 머금은 바위와 검푸른 물빛은 태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숯 가마터 흔적과 화산암 덩어리를 뿌리로 감싸 안은 나무들의 식생 또한 경이롭고 신기하다. 해그문이소는 신례천 숲길을 따라 걷다가도 만날 수 있으며 한라산 둘레길 중 수악에서 사려니숲으로 이어지는 코스에도 포함되어 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트래비  자료제공 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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