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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솟는 곳 '자카르타'

Jakarta, the Art Capital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20.04.01 10:15
  • 수정 2020.04.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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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아트오텔 탐린’ 로비는 캐주얼한 카페 형식이다
자카르타 ‘아트오텔 탐린’ 로비는 캐주얼한 카페 형식이다

여행은 선택의 문제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라면 더구나. 지도상에 점처럼 박힌 작은 섬들과 7,000여 개의 무인도까지 모두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섬은 무려 1만7,507개*. 자바섬, 술라웨시섬, 수마트라섬, 보르네오섬 등 굵직한 섬만 보더라도 인도네시아는 확실히 선택과 집중을 요하는 여행지다. 그렇다면 중심에서부터. 수도 자카르타로 향한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세 편째 영화의 결말은 다 보지 못한 채, 자바섬의 왼쪽 끄트머리에 착륙했다.

호텔 ‘다르마왕사 자카르타’ 로비에서의 라이브 연주
호텔 ‘다르마왕사 자카르타’ 로비에서의 라이브 연주

히잡을 쓴 여인들이 이국을 실감케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 87% 가량이 이슬람을 믿는다. 그러나 ‘무슬림 국가’는 아니다. 무슬림이 대다수일 뿐 기독교와 가톨릭, 힌두교, 불교 등 종교의 자유가 허용된다. 종교만큼이나 인종도 복합적이다. 자바족(45%)과 순다족(13.6%) 이외에도 아체족, 마두루족, 발리족 등 300여 인종이 뒤섞여 살아간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6,000여 명 중 약 1,000만명이 모인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제1도시라 불린다. 영락없는 메트로폴리탄이란 얘기다.


‘대’도시의 위엄은 도로 위에 끝없이 늘어선 자동차 행렬에서부터 느껴졌다. 수영장이라 해도 믿을 만한 거대한 분수와 두께가 남다른 빌딩들에서도. 경험상 메트로폴리탄을 여행할 땐 단순함이 늘 답이었다. 뷔페보다는 한 가지 메뉴를 파는 것. 랜드마크를 훑을까, 맛집을 공략할까. 앞으로 며칠간의 테마를 전전하다 결국에 정착한 곳은 뜻밖에도 ‘예술’이다. 

*섬, 인구, 종교 및 인종 등에 대한 정보는 2018년 8월 외교부가 발행한 ‘인도네시아 개황’ 자료를 참조했다.

 

●자카르타에서 예술을 찾아 나선 이유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장소는 아트오텔 탐린(Artotel Thamrin). 딱딱한 프런트 대신 캐주얼한 카페가 있는 1층 로비에서 톰 탄디오(Tom Tandio)를 만났다. 톰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아트 컬렉터다. 자동차 관련 산업으로 재력을 쌓은 그는 10년여 전부터 미술 작품을 수집해 왔고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예술 이벤트 중 하나인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는 톰 탄디오가 이끄는 ‘아트 자카르타’는 젊고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는 톰 탄디오가 이끄는 ‘아트 자카르타’는 젊고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의 젊은 작가들에게 공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트 자카르타는 올해로 12회를 맞는다. 지난해 70개의 갤러리가 참가했고, 그중 60개 갤러리가 올해도 고스란히 참가할 예정이라고. “초창기 호텔 연회장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로 시작한 작은 이벤트가 어느새 대형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페어로 발전했어요.”

참가하는 갤러리와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페어의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아트 자카르타를 방문한 사람은 3만9,000명 정도.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과 비교하면 아트 자카르타는 철저히 ‘아시아 중심’이라고 톰은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로컬과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작은 갤러리 위주로 참가하고 있어요. 이미 저명한 작가보다는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요.” 전시뿐 아니라 관객 참여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며 재미와 보편성을 쌓았다. 늘 그랬듯 아트 자카르타는 올해 8월 말 개최를 앞두고 있다.


*아트 바젤 홍콩│세계 최대 아트 페어 ‘스위스 아트바젤’이 아시아에 진출한 사례. 매년 세계 유수 갤러리 및 셀러브리티들이 참가하며 아시아 최고의 아트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아트 자카르타’는 누구에게나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Photo by The Leonardi, Art Jakarta
‘아트 자카르타’는 누구에게나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Photo by The Leonardi, Art Jakarta
©Photo by The Leonardi, Art Jakarta
©Photo by The Leonardi, Art Jakarta

▶진정 아시아 예술의 장
아트 자카르타 Art Jakarta

‘자카르타 비엔날레’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예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아트 페어다. 2009년부터 개최한 ‘바자 아트 자카르타(Bazaar Art Jakarta)’가 2017년부터 ‘아트 자카르타’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단장했다. 이름뿐 아니라 콘셉트도 바뀌었다. 기존 바자 아트 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 및 전 세계 작품을 방대하게 다룬 데 비해 아트 자카르타는 아시아의 소규모 갤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는 아라리오 갤러리(Arario Gallery), 아틀리에 아키(Atelier Aki), 갤러리 YEH(Gallery YEH)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8월28~30일,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akarta Convention Center Senayan, JCC Senayan) 홀 A, B  
홈페이지: artjakarta.com  
입장료: 성인 10만Rp, 12세 미만 어린이 5만Rp

‘뮤지엄 마찬’은 전에 없던 것을 만든다. 규모와 콘셉트, 작품, 모든 면에서
‘뮤지엄 마찬’은 전에 없던 것을 만든다. 규모와 콘셉트, 작품, 모든 면에서

뮤지엄 마찬(Museum MACAN)에서 역시 예술을 향유하는 대상은 중요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젊어요. 실제로 뮤지엄 마찬을 찾는 관객의 80%가 40대 이하죠.”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애론 시토(Aeron Seeto)는 호주, 영국에서의 주요 아트 프로젝트를 거쳐 뮤지엄 마찬의 디렉터로 정착했다. 2017년 11월, 뮤지엄 마찬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최초로 ‘국제적’ 규모의 현대미술관으로 개관했다.

“국제 전시를 열 수 있는 기준, 이를 테면 전시관 규모, 온도와 습도, 경비 등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미술관이라 할 수 있죠.”  7,000m2가 넘는 뮤지엄 크기만이 국제적 기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뮤지엄 마찬은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전시들을 최초로 선보여 왔다. 2018년 일본 여성 작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전시에 이어 올해 2월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 제작자 율리안 로제펠트(Julian Rosefelt) 개인전을 오픈했다.

뮤지엄 마찬의 전망을 얘기하는 애론 시토의 눈이 반짝인다
뮤지엄 마찬의 전망을 얘기하는 애론 시토의 눈이 반짝인다

“전 세계 갤러리와 협업하고 있어요. 비디오 아트 전시 같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죠.” 신생 갤러리임에도 뮤지엄 마찬이 2018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 최고 100대 미술관’에 이름을 올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의 역할은 예술에 국한되지 않아요. 애호가들을 넘어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니까요. 예술은 미술관을 넘어 결국 도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기획으로, 애론 시토는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과 작품 사이, 여백을 지나는 그가 촘촘한 설명을 이어 가면 갈수록 궁금해진다. 미술관 밖의 도시가, 자카르타의 예술이. 

뮤지엄 마찬(Museum MACAN)
주소: AKR Tower Level M, Jalan Panjang No. 5 Kebon Jeruk, Jakarta Barat 11530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museummacan.org
전화: +62 21 2212 1888

 

▶travel  info

AIRLINE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인천-자카르타 직항 노선을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7시간 정도. 자카르타에서 발릭파판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2시간 정도 걸린다.

ABOUT
TIME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지역별로 시차가 있다. 자카르타는 서울보다 2시간 느리고, 발릭파판은 1시간 느리다. 
CLIMATE 열대성 기후에 속하는 인도네시아는 연중 덥고 습하다. 연 평균 기온이 25~28도 정도며, 자카르타는 32~33도 정도로 더 높다. 11~2월은 우기, 3~10월은 건기에 속하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점점 건기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CURRENCY 루피아(IDR)를 쓴다. 1,000루피아는 한화로 약 84원(2020년 3월 기준). 편의상 루피아에서 ‘0’ 하나를 빼고 계산하면 얼추 원 단위에 가까워진다. 

Food
렌당 Rendang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 렌당은 꼭 우리나라 갈비찜이나 소고기 장조림과 흡사한데, 부드러움이 더하다. 큼직하게 조각 낸 소고기를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커리 소스와 함께 오랜 시간 조린다. 2017년 CNN 선정 세계 최고의 음식 1위를 차지한 렌당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극찬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나나 잎으로 감싼 찹쌀밥과의 궁합이 찰떡이다.

▶HOTEL
페어몬트 자카르타 Fairmont Jakarta

묵직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의 5성급 호텔. 자카르타 번화가인 스나얀(Senayan)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테리어와 서비스 모두 ‘페어몬트’의 브랜드에 걸맞게 깔끔하고, 객실에서는 호텔 바로 앞에 들어선 골프장이 내다보인다. 대형 쇼핑몰인 플라자 스나얀(Plaza Senayan) 건물과 바로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 끄망 지역과도 약 4km 정도 거리로 가깝다.

주소: Jl. Asia Afrika No.8 Gelora Bung Karno, Jakarta 10270   
홈페이지: www.fairmont.com/jakarta
전화: +62 21 2970 3333

▶RESTAURANT
플라타란 다르마왕사 Plataran Dharmawangsa

다르마왕사 호텔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자바 스타일의 전통 가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야외 정원과 실내 인테리어가 고풍스러워 연회장이나 스몰웨딩 장소로도 인기다. 사테(Satey, 꼬치구이), 나시고렝(Nasi Goreng, 볶음밥), 미고렝(Mi Goreng, 볶음국수), 가도가도(Gado Gado, 땅콩소스로 버무린 야채샐러드) 등 메뉴 하나하나에 흠 잡을 데가 없다. 분위기와 서비스와 맛, 모두 최상급이다. 

주소: Jl. Dharmawangsa Raya No. 6, Kebayoran Baru, Jakarta Selatan 12160
영업시간: 매일 11:00~23:00
홈페이지: www.plataran.com/venues-dining/plataran-dharmawangsa  
전화: +62 21 290 44 167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행정수도가 정해졌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24년을 기점으로 자카르타에 집중된 경제와 산업을 보르네오섬의 동칼리만탄주로 분산시킬 계획을 발표했죠. 정확히 말하면 동칼리만탄주의 항구도시 발릭파판을 감싸고 있는 지역입니다. 미래로 가던 어느 날, 여행의 주제가 ‘중심’이 된 사연입니다. 현재의 중심 자카르타와 미래의 중심이 될 발릭파판을 차례로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본 여정은 한-아세안센터(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간 설립한 경제 및 사회 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에서 주관한 문화관광 증진 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한-아세안센터 www.asea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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