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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0.04.20 09:39
  • 수정 2020.04.2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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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자산공원의 일출정
오동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자산공원의 일출정

사계절 모두 예쁜 여수라지만 이곳의 절정은 봄이다. 꽃이 빚어낸 화사함, 갯장어와 새조개 등 맛의 향연, 그리고 살랑살랑 바람 부는 밤바다에서의 시간까지. 이 찬란함을 맞이할 순간이 한 달이나 남은 건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수의 편지일지도 모른다.

바다 위에서 여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
바다 위에서 여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

●흩날리는 꽃잎 속을 거닐며


여수의 봄은 화사하다. 4월 초까지 남아있는 동백꽃과 벚꽃, 5월의 아카시아꽃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 때문이다. 이런 봄의 향연을 느끼기 좋은 오동도가 여수 여행의 출발점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향일암을 제외하고는 관광지마다 이동 거리가 짧아 하루 만에 알찬 여행이 가능한데, 오동도 또한 중심가에서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오동도에서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남해 바다가 보이는 방파제 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곳이다.

만개한 벚꽃과 일출정이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만개한 벚꽃과 일출정이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격적인 오동도 여행을 시작하면 도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님에도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초록 나무 숲과 파란색 바다, 붉은 동백꽃, 하얀 벚꽃 등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오랜 세월이 각인된 기암괴석이 웅장함으로 여행자를 압도한다. 바람골, 동백군락지, 등대전망대, 해돋이 전망대, 갯바위 등 곳곳에 숨은 볼거리도 마주한다.

그중에서도 중간지점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용굴이 발길을 잡는다. 그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 도로 여행 땐 측면에서만 볼 수 있지만 유람선을 활용하면 정면에서 그 기묘함을 느낄 수 있다.

오동도의 환상은 잔디광장에서 마무리된다. 매시간 흥겨운  노래와 함께 물이 춤추는 음악분수대를 구경하고, 동백열차를 끝으로 오동도에 안녕을 고하면 된다. 오동도의 자잘한 예쁨까지 다 눈에 담으려면 1~2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니 편한 신발은 필수다. 

오동도 내에는 동백군락지, 바람골, 등대전망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오동도 내에는 동백군락지, 바람골, 등대전망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여수 여행의 시작점을 마음껏 누빈 다음에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오가는 케이블카로 바다 위에서 여수의 중심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등 여수의 전경을 한방에 담을 수 있으니 사진도 빠트리지 말자. 

프랑스 칸의 주황색이 부럽지않은 여수의 지붕들
프랑스 칸의 주황색이 부럽지않은 여수의 지붕들

●젓가락이 바쁜 시간이어라


오동도와 케이블카를 즐겼다면 얼추 점심시간이 된다. 이것도 저것도 먹고 싶은 여행자에겐 꽤나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여수의 다채로운 맛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하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게장백반, 서대회, 한정식, 갯장어회, 장어탕, 새조개 샤부샤부 등이 우선순위다. 케이블카 돌산 탑승장에서 오전 일정을 마쳤다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봉산게장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청정게장촌 등 유명 게장 식당들이 다수 몰려 있다.

여수의 대표 음식, 돌게장
여수의 대표 음식, 돌게장

여수 게장백반은 돌게로 만드는데 많은 식당들이 간장과 양념 두 가지 맛을 선보여 고민을 줄여준다. 정성스레 끓여 깊은 맛이 나는 간장 게장과 매콤 달콤한 양념 게장은 쌀밥과 멋진 궁합을 보여준다. 숟가락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중독적이라 밥이 남아나질 않는다. 게장을 좀 더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꼭 비닐장갑을 요청해 손을 적극 이용하자.

전라남도인 만큼 게장을 받쳐주는 밑반찬도 놓칠 수 없다. 특히 여수 밥상에 항상 등장하는 돌산갓김치는 별미 중의 별미다. 톡 쏘는 강렬한 맛은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포장 주문까지 하게 만든다. 마지막 팁은 게장 거리에 올 때는 꼭 편한 바지가 필요하다. 밥 한 그릇만 먹는 것은 고문 그 자체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더라도 이 날만큼은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싶을 것이다. 

이순신 광장을 지나 고소동 카페 거리에 닿으면 달콤한 시간이 펼쳐진다
이순신 광장을 지나 고소동 카페 거리에 닿으면 달콤한 시간이 펼쳐진다
카페 거리에는 와이드 커피 스탠드 등 감각적인 공간이 즐비하다
카페 거리에는 와이드 커피 스탠드 등 감각적인 공간이 즐비하다

식사를 마쳤다면 달콤한 디저트와 시원한 커피로 입을 달래줘야 한다. 이순신광장을 지나면 각양각색의 인테리어를 뽐내는 카페들이 즐비한 고소동이 여행자를 반긴다. 와이드 커피 스탠드도 핫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너티와이드, 말차라떼, 레몬에이드 블루 같은 음료에 바닐라 버터 컵케이크, 캐러멜 스콘을 곁들이면 봄날의 나른한 오후를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 테라스와 루프탑에서 장군도와 여수 연안을 바라보며 인증샷 놀이를 즐겨도 좋다.

석천사, 충민사, 용월사, 흥국사 등 여수의 사찰은 충무공이순신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석천사, 충민사, 용월사, 흥국사 등 여수의 사찰은 충무공이순신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자연과 하나 된 신비의 공간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관광지로서 유명한 사찰이 하나쯤 있다. 영주 부석사, 부산 해동용궁사, 경주 불국사 등이 대표적인데, 여수 향일암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금오산 기암괴석 절벽에 세워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신비로움’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며,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로 난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대웅전에서 향일암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유독 돌로 만든 거북이가 눈에 띈다. 금오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 대부분이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닮아 그렇다고. 거북이가 경전인 향일암을 등에 짊어지고 남해 바닷속 용궁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취한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곁들여져 향일암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관음전 앞의 원효대사 좌선대도 빠트릴 수 없다.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어떤 수련을 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그 의지만큼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좌선대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빈다. 그들과 함께 좌선대에 100원짜리 동전을 두고 모두의 안녕을 기원했다.

금오산 절벽에 위치해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향일암
금오산 절벽에 위치해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향일암

사실 향일암이 전부는 아니다. 석천사, 충민사, 용월사, 흥국사 등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여수의 사찰들은 충무공 이순신과의 인연이 깊다는 것이다. 흥국사의 경우 임진왜란 때 절 승려들이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을 무찌르는데 공을 세웠고, 충민사는 충무공 이순신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사당이다. 석천사 주지는 충무공이 생을 마감한 이후 300여년 동안 충민사 수호승장으로 소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수 불교의 역사는 충무공과 함께 했고, 이러한 서사를 알면 더욱 뜻깊은 여행이 가능하다. 

여수를 살피는 이순신장군의 동상
여수를 살피는 이순신장군의 동상
잔잔한 노래가 들리는 것 같은 여수 밤바다
잔잔한 노래가 들리는 것 같은 여수 밤바다

●나도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여행의 끝맺음은 역시 이순신대교와 돌산대교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야경이다. 이 모든 걸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종포해양공원이다. 또 여수 밤바다를 제대로 느끼려면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청각을 담당하는 음악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시간을 이어폰과 보내기 때문에 여행만큼은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담아야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는 음악이 여행을 기억하게 한다.

영화에 딱 맞는 배경음악처럼 그 도시의 이미지와 맞는 노래를 들으면 여행지가 한없이 특별해진다. 파리에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Si Tu Vois Ma Mere’가 있다면 여수는 단연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영혼의 단짝이다. 해양공원을 거닐면서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 괜스레 감성에 젖어든다. 별다를 게 없는 여행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법 같은 저녁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조금은 허무맹랑한 소리지만 이 또한 여행의 묘미다.

그렇게 밤공기를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낭만포차거리에 닿는다. 거북선대교 아래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은 빨간색 포장마차가 한 데 모여 있다. 문어삼합, 서대회무침, 돌산돌문어숙회 등 지역 특색이 가득한 안주에 술 한잔 기울이면 아름다운 밤바다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은 것이다. 

여수 야경을 담당하는 돌산대교를 제대로 보려면 돌산공원이 제격이다
여수 야경을 담당하는 돌산대교를 제대로 보려면 돌산공원이 제격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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