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 모르고 먹지 마오, 세계의 향신료
이 맛 모르고 먹지 마오, 세계의 향신료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0.05.01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향기,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맛본 듯한 그 냄새.
세계의 향신료를 모아 봤다.

●쌀국수 단짝
고수 Coriander

중국과 동남아 음식에 빠지지 않는 그것, 고수. 일명 ‘화장품 냄새’ 나는 풀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고수는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오죽하면 동남아시아 가이드북을 펼쳐 보면 “고수 빼주세요”라고 말하는 방법이 적혀 있을까. 고수는 중국의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되며 태국의 톰얌꿍, 베트남의 쌀국수 등에도 널리 사용된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 주고,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한방 약재로도 사용된다. 특히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뛰어난 효능이 있다. 고수잎과 줄기는 보통 생으로 음식에 곁들여 먹고 씨앗은 말려 가루로 만들어 소시지, 과자 등에 사용한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강한 향에 보통은 흠칫하지만, 차츰 그 맛에 빠지게 되면 고수 없인 쌀국수를 못 먹을 지경에 이른다. 주의할 점으로 고수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많은 양을 한 번에 섭취하게 되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금보다 비싼 
육두구 Nutmeg

과거 향신료 중 가장 귀한 것은 ‘육두구’였다. ‘하늘이 내린 향신료’라고 불린다. 16~17세기에 발발했던 향신료 전쟁은 사실상 육두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17세기, 육두구는 유럽에서 사치품에 가까웠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흑사병의 유일한 치료법이 육두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육두구는 재배시 기후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향신료가 지천에 깔린 동인도 제도에서도 귀한 열매였다. 육두구 나무에 열린 열매의 씨앗을 채취해 껍질을 벗겨 낸 것이 육두구다. 씨앗의 껍질도 향신료로 쓰인다. 육두구는 달콤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 빵과 쿠키의 향기를 돋우는 데 자주 사용한다.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는 데도 좋다. 유의할 점으로는 육두구의 섭취가 일정량(5g 이상)을 넘어서면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9세기에는 육두구를 낙태약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임산부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우스터 소스의 그 맛 
타마린드 Tamarind

외관만 보면 조금 큰 땅콩인가 싶지만, 껍질을 벗기니 진한 갈색의 속살이 등장한다. 낯설게 생각할 것 없다.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인 인도, 동남아 음식을 먹어 봤다면 익숙할 맛이다. 타마린드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음식으론 팟타이가 있다. 주로 함박스테이크 위에 뿌려지는 우스터 소스의 재료로도 쓰인다. 잘 익은 갈색 타마린드는 강한 신맛과 아주 약간의 단맛이 감돌며 사과, 자두의 향기가 난다. 덜 익은 녹색 꼬투리는 엄청나게 새콤한 향미가 나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피클이나, 주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생 타마린드는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타마린드 페이스트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열대과일인 타마린드는 칼륨, 철, 비타민 등 여름철에 먹으면 좋은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미네랄, 마그네슘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차세대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중이다.

●강렬한 향기 
커민 Cumin

양꼬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쯔란(孜然). 쯔란은 커민을 중국어로 표기한 것이다. 미나리과 식물인 커민의 씨를 이용해 만드는 향신료다. 커민은 다른 음식의 냄새를 모두 덮을 정도로 자극적인 향을 가지고 있으며 특유의 씁쓸한 맛과 톡 쏘는 매운 향이 특징이다. 주로 탄두리 치킨, 케밥, 양꼬치 등 잡내가 날 수 있는 육류 요리에 사용된다. 과거 커민은 소화불량을 해소하는 약으로 사용되었다. 입과 간에서 소화 물질의 분비를 늘려 소화를 원활하게 돕는 것이다. 또한 음식 속 박테리아와 전염성 균의 확산을 막고, 식중독 감염 위험을 낮춰 준다. 커민을 생으로 씹어 먹으면 혀가 상당히 아리다. 커민에는 ‘구미날’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타는 듯한 매운맛을 내기 때문이다. 커민 가루는 보관이 어려우니 소량만 구입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다.

●얼얼하게 매운맛 
쓰촨 후추 Sichuan Pepper

중국 쓰촨(四川) 하면, 역시 ‘매운 음식’이다. ‘마라탕’의 얼얼함을 책임지는 것이 바로 쓰촨 후추다. 중국어로는 화자오(花椒). 화자오는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다.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매우며 칼칼한 캡사이신의 맛과는 전혀 다른 얼얼함을 느낄 수 있다. 냉장기술이 발달하기 전 중국인들은 소금과 화자오로 고기를 절여 보관하기도 했다. 화자오에 포함된 오일 성분은 고기의 풍미를 살려 주며 미생물의 성장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보통 훠궈, 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롱샤, 마파두부 등의 음식에 두루 쓰이기 때문에, 중국 향신료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도 후추가 들어오기 전까지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 한국에선 화자오를 ‘초피’라고 부른다. 초피는 김장을 담글 때 첨가하기도,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넣어 비린 맛을 잡기도 한다. 국산 초피는 중국산에 비해 신맛이 조금 더 강한 편이다.

●이탈리아 맛 
바질 Basil

바질은 이탈리아의 맛이다. 그리스어로 왕을 뜻하는 ‘바실레우스(Basileus)’에서 유래되었다. 상큼하고 개운한 향이 나며, 호불호가 없는 편이다. 사실 바질은 인도와 이란에서 건너온 허브이며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바질은 스위트 바질이다. 태국에서 사용하는 바질은 홀리 바질이다. 인도에서 홀리 바질은 망자가 천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 준다고 생각해, 보통 차로 달여 마신다고 한다. 바질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생으로 먹는 것이다. 물에 끓이거나 열을 가하면 맛과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파스타나, 뜨거운 요리 위, 생 바질을 얹어야 한다면 일반적인 향신료보다는 많이 넣어 주는 것이 좋다. 바질은 씨앗도 먹는다. 물이나 음료에 넣고 10분 정도 기다려 불어나면 마시는데, 개구리 알 같은 모양이 된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에서 바질 씨앗이 들어간 음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별을 닮은 향신료
팔각 Star Anise

오향장육의 은은한 향, 바로 팔각이다. 팔각은 이름처럼 8개의 꼭짓점이 있으며 별 모양을 띤다. 열매가 여물기 전 수확해 20분 정도 익힌 후 말려 사용한다. 빠짝 마른 열매는 붉은 갈색을 띤다. 팔각은 중국 음식의 필수 재료다. 인도의 경우 ‘가람 마살라’라고 불리는 기본 향신료 조합에 들어가기도 한다. 향은 상당히 달콤하다. 돼지고기 수육이나 족발을 삶을 때 한 조각씩 넣어 삶으면 잡내를 잡을 수 있다. 효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팔각은 타미플루의 원재료다. 2009년 돼지 독감이 유행했을 당시 팔각의 수요가 폭증해 전 세계 중국음식점들은 정향과 육두구의 조합으로 팔각을 대신했다고 한다. 주의할 점으로는 일본의 독성 팔각을 식용 팔각과 혼동해선 안 된다. 일본 팔각은 알코올 냄새가 은은하게 나며 식용 팔각에 비해 크기가 작다. 

 

정리 강화송 기자
사진출처 픽사베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