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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만났었나요, 우리? 한식이 떠오르는 해외 음식 5

  • Editor. 심윤주
  • 입력 2020.05.0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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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해외 음식 복불복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리스트.
한식인 듯, 한식 아닌 한식 같은 해외 음식 5가지를 소개한다.

●Russia

부대찌개엔 소주가 딱
솔랸카 Solyanka Soup

출장으로 일주일간 모스크바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 전전했던 한식당을 떠나, 무심코 들어간 어느 러시아 음식점. 여기서 포인트는 한식당을 사랑하는 사장님과의 동행이었다는 점이다. 최대한 무난해 보이는 전통 음식들을 잔뜩 주문했다. 먹음직스러운 고기, ‘샤슬릭’ 위로 언뜻 봐도 강한 향이 날 것만 같은 향신료가 가득 뿌려져 있었다. 땀이 삐질, 동행한 사장님의 포크는 이미 오갈 데가 없는 상황. 눈치를 보다 나름 익숙한 색, 그러니까 붉은색 국물을 찾아 맛을 봤다. 세상에나, 러시아에도 부대찌개가 있었다니. 솔랸카(Solyanka)와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솔랸카는 17세기 우크라이나 음식에서 유래되었단다. 진한 고기 육수에 소금에 절인 고기, 소시지, 토마토, 올리브, 케이퍼, 피클, 양배추 등의 재료를 가득 넣어 펄펄 끓인다. 기호에 따라 사워크림으로 알려진, 스메타나(Сметана)를 곁들이면 완성. 국을 뒤적거리며 고기, 소시지, 감자, 당근 등 재료를 차례로 건져내 먹으니, 부대찌개나 다름없다. 여기에 러시아 맥주 발치카(Baltika)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Morocco
모로코식 갈비찜
타진 Tagine


늦은 저녁, 모로코 마라케시의 야시장 ‘제마 엘프나’를 구경 중이었다. 이름 모를 음식들이 가득한 가운데 유난히 눈길이 가던 음식이 있었다. 원뿔 모양의 귀여운 냄비들이 일렬종대로 화덕 위에서 김을 모락모락 뿜고 있는 모습. 귀여운 뚝배기의 이름은 북아프리카 지역의 전통 요리기구 타진(Tagine)이다. 아랍어로 프라이팬을 의미하며 이 도구로 만든 요리 역시 타진이라고 부른다. 모로코의 타진은 다른 지역과 달리 스튜 형태다. 타진 요리는 향신료와 오일에 재워 둔 고기, 각종 채소를 타진에 넣고 겉면을 익힌 뒤, 과일이나 채소를 넣어 약불에서 1시간 정도 끓이면 완성된다. 주로 코보즈(Khobz)라는 빵과 곁들여 먹는다. 내가 주문한 타진은 서양자두와 아몬드를 넣은 양고기 타진. 부드럽게 찢어지는 양고기를 한 입 맛보니, 달달한 맛 덕분에 따끈한 밥이 절로 생각났다. 세상에나, 갈비찜의 맛을 모로코에서 느끼다니. 그 후 향신료 걱정 없이 매일같이 타진을 먹었던 기억.

●Scotland
피순대 아니야?
해기스 Haggis


스코틀랜드의 국민음식, 해기스는 깨끗하게 씻은 양의 위장 안에 다진 양파, 오트밀, 양의 염통, 간, 혀 등을 넣어 만든다. 냄새가 다소 강하기 때문에 육수에 최소 2시간 이상 푹 삶아 내야 한다. 아쉽게도 스코틀랜드 본토는 아니지만, 영국 에든버러의 어느 음식점에서 해기스를 처음 만났다. 스코티시 브렉퍼스트(Scottish Breakfast)를 주문하니 계란 프라이, 소시지, 빵과 함께 포슬포슬한 해기스가 담겨 나왔다. 부드러운 해기스를 포크로 살포시 떠 입으로 가져갔다. 혀에 닿자마자 따뜻한 감칠맛이 느껴지며 녹는 듯 사라지는 식감. 문득 한국에서 먹었던 피순대가 스쳐 갔다. 블랙 푸딩은 좀 더 단단하고 수분기가 적었지만, 해기스는 순대처럼 부드러웠다. 보통 매쉬드 포테이토, 순무 퓌레, 익힌 채소와 함께 곁들인다. 독한 맥주나, 위스키와도 잘 어울린다. 아주 좋은 안주거리라는 뜻이다.

●Middle East 
고소한 만능 쌈장
후무스 Hummus

평소 콩을 싫어한다. 영국에서 후무스를 먹고는 난생처음 콩 앓이를 겪어 봤다. 후무스는 아랍어로 병아리콩을 뜻한다. 13세기 이집트의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데 고대 중동지역에서 먹기 시작해 세계로 전파되었다. 중동 사람들의 끼니에 절대 빠지지 않는 한국의 김치 같은 존재랄까. 후무스를 처음 만난 곳은 영국에 위치한 그리스 음식점이었다. 후무스는 보통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마늘, 참깨 페이스트를 갈아 딥(Dip)으로 쓰거나, 그 자체로 떠먹는다. 4단 트레이에 담겨 나오는 3가지의 그리스 음식과 함께 가장 아래 칸의 접시에는 연한 노란색의 되직한 후무스 소스가 가득 담겨 나왔다. 재빨리 피타 브레드를 푹 찍어 한 입 먹어 보니, 슈퍼에서 봤던 차가운 후무스와는 비교 불가의 맛이었다. 뭐랄까, 중동에서 만난 아주 고소한 만능 쌈장의 맛이랄까. 특별한 향이나, 확 튀는 맛 없이 부드럽고 편안한 맛이다. 후무스는 고단백 저지방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후무스를 처음 먹은 나라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나라가 분쟁 중이라고.

●Netherlands
취향대로, 토핑 가득 부침개
파넌쿡 Pannenkoek

이른 아침부터 암스테르담 운하를 따라 길게 늘어선 사람들. 빨간 간판에는 팬케이크 베이커리(The Pancake Bakery)라고 적혀 있다. ‘팬케이크가 다 똑같지’ 하는 생각은 깨알같이 적힌 메뉴판을 보고 사라졌다. 네덜란드 전통 팬케이크, 파넌쿡은 다른 나라의 팬케이크와는 사뭇 다르다. 두께는 크레페보다 두껍고 미국식보다는 얇다. 재료는 우유, 계란, 밀가루, 소금 등 특별한 것은 없지만 만드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지닌다. 부침개와는 다르게 반죽에 토핑을 넣지 않고 버터를 바른 팬에 얇게 반죽을 부은 후 추가 재료들을 뿌리듯 올리고 뒤집어 완성한다. 토핑에 따라서 종류가 50가지도 넘어가니, 깨알처럼 적인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나는 베이컨 & 치즈 파넌쿡을 주문했다. 테이블 반을 차지하는 큰 접시 위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파넌쿡이 나왔다. 바삭한 가장자리 부분과 입 안 가득 씹히는 토핑은 한국의 부침개를 연상케 한다. 비 오는 날, 친구들과 함께 먹던 부침개가 유난히 그리웠던 네덜란드의 아침이었다. 

*심윤주 작가는 여행과 그림으로 삶을 채우고 싶은 커스텀 아티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다. 트래비아카데미 여행작가 과정을 통해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에 한걸음 가까워진 듯하다. 인스타그램 3rdlife.studio

글·그림 심윤주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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