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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가든 여행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0.05.01 15:15
  • 수정 2020.05.1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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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 은은한 꽃 향이 떠돌고
피톤치드가 몸 구석구석에 흡수되는 것 같은 기분.
이 시간, 랜선만 타면 가능해진다. 
전 세계 가든 여행.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로컬처럼 자연스럽게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Singapore Botanic Gardens

요가하는 여자와 조깅하는 남자 그리고 호수 옆 피크닉이 한창인 가족.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은 관광명소 이전에 현지인들에게 일상의 장이다. 82만 평방미터 규모의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식물원으로 싱가포르의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로컬 식물종 이외에도 세계 각지의 수많은 식물들을 테마에 맞게 분류해 놓았다. 진저 가든, 힐링 가든 등 여러 가든 중 꼭 빼놓지 말아야 할 코스는 ‘내셔널 오키드 가든(National Orchid Garden)’이다. 1,000여 종의 난초를 비롯해 2,000여 종의 하이브리드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일하게 유료로 운영될 만큼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이 자랑하는 보물이다.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은 그 거대한 규모 탓에 한 번에 다 둘러보긴 힘드니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4개의 게이트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를 정한 후 가까운 게이트로 입장할 것. 동화 속 풍경 같은 ‘어퍼 링 로드(Upper Ring Road)’는 연인들의 야외 스냅 촬영 장소로 인기다. 

주소: 1 Cluny Road Singapore 259 569
운영시간: 매일 05:00~00:00, 오키드 가든 | 08:30~19:00
입장료: 성인 5SGD 
홈페이지: www.nparks.gov.sg/sbg

©평창 보타닉 가든
©평창 보타닉 가든
©평창 보타닉 가든
©평창 보타닉 가든

●잣나무 숲 사이로
평창 보타닉 가든 Pyeongchang Botanic Garden

해발 700m, 잣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곳. 도시 생활을 접은 주인장 부부는 강원도 평창 둔내역 근처에 정착했다. 그리고 몇 년간 정성껏 가꿔 온 정원을 2018년 5월 대중에게 오픈했다. 덕분에 야외 정원을 비롯해 온실, 카페 등 평창 보타닉 가든의 모든 공간은 국가나 시(市)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에 비해 아기자기하다. 아주 반듯하게 꾸미기보다는 식물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보여 주는 것이 가든의 관리 정책이기도 하다. 구절초, 펜스데몬, 한라부추, 좀개미치 등 야생화 50여 종과 자엽자두, 화이트핑크셀릭스, 서부해당화, 꽃사과와 같은 나무 50여 종을 볼 수 있다. 

정원도 정원이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의 ‘보타닉 카페’에 가기 위해 가든을 찾는 여행객들도 많다. 카페 건물 1층은 갤러리 겸 앤티크 소품 숍, 2층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평창 보타닉 가든에 가기 좋은 때는 아무래도 꽃 피는 봄이지만, 지대가 높아 한여름 피서지로도 적합하다. 잣나무 삼림욕장은 6월 초 오픈을 앞두고 있다.

주소: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고원로 63
운영시간: 하절기(5~10월) 09:00~18:30, 동절기(11~4월) 09:00~17:30
입장료: 무료

●천년의 세월
제주 비자림榧子林

비자림에서는 매번 비가 오길 기도한다. 비가 내려 안개가 이곳을 덮치면 꿈같은 숲을 거닐 수 있기 때문이다. 축축하게 젖은 땅 냄새, 매혹적인 비자 냄새, 회갈색의 나무껍질 위를 덮은 청록빛의 풀 줄기. 비자림에 깃든 천년의 세월은 이토록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장소이기 때문에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비자림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는 크게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A코스에는 평지에 포슬포슬한 감촉의 화산송이가 깔려 있어 누구나 쉽게 거닐 수 있다. B코스의 경우 바닥이 평탄치 않아 비교적 난이도가 높다. A코스 기준 총 길이는 2.2km. 천천히 수다 떨며 돌아본다면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나도풍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 식물을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습기가 많은 나무 밑 빨간 포도처럼 생긴 천남성도 찾아 볼 수 있다. 천남성은 사약에 쓰이는 유독성 식물이다. 종종 비자나무 사이를 누비는 노루 가족도 만날 수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일대
운영시간: 09:00~18:00(마지막 입장 17:00)   
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어린이 1,500원  
전화: 064 710 7912  
홈페이지: visitjeju.net

©The National Botanic Gardens of Ireland
©The National Botanic Gardens of Ireland
©The National Botanic Gardens of Ireland

●유리온실의 위엄
아일랜드 내셔널 보타닉 가든 The National Botanic Gardens of Ireland

온실이 가장 예쁜 식물원으로 주저 없이 이곳을 꼽겠다. 더블린에 있는 아일랜드 보타닉 가든이다. 이곳의 ‘글라스하우스(Glasshouses)’는 말 그대로 유리로 만들어진 온실인데, 거기에 하얀 테두리가 더해져 흡사 웨딩홀 같다. 선인장 하우스, 난초 하우스 등 총 7개 하우스 중 최고의 걸작은 ‘커빌리니어 레인지(The Curvilinear Range)’. 더블린 출신의 철 전문가 리차드 터너(Richard Turner)에 의해 만들어진 이곳은 웨스턴 윙(Western Wing)과 이스턴 윙(Eastern Wing)으로 나뉜다.

웨스턴 윙에서는 주로 필리핀, 보르네오섬 등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이스턴 윙에서는 호주, 남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남반구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워낙 관리가 잘 된 덕에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아일랜드 보타닉 가든은 1800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식물원이다. 1만5,000여 종 이상의 전 세계 식물과 더불어 각각 다른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한 글라스하우스의 건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든을 둘러보기 전, 방문자 센터 건물에 있는 ‘가든 티룸(The Garden Tearoom)’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정보를 확인해도 좋겠다.

주소: Glasnevin, Dublin 9, Ireland, D09 VY63
운영시간: 월~금요일 09:00~17:00, 토~일요일 10:00~18:00(크리스마스 휴관)
입장료: 무료  
홈페이지: botanicgardens.ie

●임진강이 흐르는 곳
연천 허브빌리지 Yeoncheon Herb Village


그저 ‘정원’을 상상했다면, 그 크기에 놀랄 것이다. 임진강 상류,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연천 허브빌리지는 축구장의 8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한다. 무지개 정원을 중심으로 구석구석 작은 골목과 정원들의 연속이다. 사랑의 연못, 500년 된 올리브 나무가 살고 있는 허브온실, 잔디광장 등등.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온갖 종류의 꽃과 허브가 만개해 있으니, 목적지가 정원이라면 어디라도 멈춰 서면 도착이다.

가든 입구에는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대장거북바위’와 주상절리 모양의 석상이 자리한다. ‘올리브홀’과 야외공연장 ‘문가든’에서는 스몰 웨딩이 제격이다.

가장 명당은 ‘화이트 가든’이다. 하얀 벤치 뒤로 임진강이 하염없이 흐른다. 직사각형 웅덩이에는 구름이 담긴다. 봄과 여름 사이, 허브빌리지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시기다. 연천은 위도로 따지면 북한의 개성보다 북쪽, 여름은 이곳에 아주 느지막이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천 허브빌리지는 봄이 한창이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로 20번길 55
운영시간: 동절기(11월1일~4월19일) 09:00~18:00, 하절기(4월20일~10월31일) 09:00~20:00
입장료: 대인(중학생 이상) | 동절기 4,000원, 하절기 7,000원, 소인 | 동절기 3,000원, 하절기 4,000원, 36개월 미만 유아 무료
전화: 031 833 5100  
홈페이지: www.herbvillage.co.kr

●자연이 색칠한 도시
몰타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 Upper Barrakka Garden


몰타는 노랗고 차분하다. 몰타의 건축물 자재는 대부분 라임스톤이기 때문이다. 워낙 노르스름한 건물 투성이라, 몰타를 보고 예루살렘을 연상하는 이들도 많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가 그렇듯. 실제로 예루살렘 배경으로 만들어진 좀비 영화 <월드워Z>는 발레타에서 촬영했다.

이토록 차분한 도시에도 나름의 활기를 뽐내는 곳이 있다. 꽃, 나무, 풀 그리고 지중해. 자연으로 색칠된 어퍼 바라카 가든이다. 1775년 이탈리아 기사단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의 정원은 1560년대에 지어진 성 베드로와 바울 요새의 상층에 자리한다. 웅장한 규모의 정원은 아니지만 절벽에 자리하는 탓에 발레타에서 가장 멋진 포인트로 손꼽힌다.

한눈에 담기 힘든 지중해 너머, 기사단이 최초로 만든 3개의 도시가 눈에 담긴다. 여행객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이 광경을 뒤로하고 보통의 몰티즈(몰타에서 사는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떤다. 아무래도 그들에겐 꽃의 생기로움이 더욱 매력적인가 보다. 매일 정오, 오후 4시에는 대포를 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약 3유로면 좀 더 가까이에서 대포가 발사되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주소: 292 Triq Sant' Orsla, Il-Belt Valletta, Malta  
운영시간: 매일 10:00~22:00

●전투적으로 꽃을 키운 이유 
베트남 달랏 꽃정원 Dalat Flower Park


서늘한 기온 덕분에 일찌감치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던 달랏은 이제 모두를 위한 리조트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방문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정원이 1986년에 오픈한 달랏 꽃정원(Dalat Flower Park)이다. 달랏이 ‘꽃의 도시’로도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커피 농사의 쇠퇴와 그 대안으로 떠오른 고랭지 채소와 화초 재배가 있다.

전략적으로 꽃 산업을 육성한 결과 달랏이 속한 람동성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12월10~18일 사이에 10만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꽃축제가 벌어진다. 이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 꽃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많은데, 인공호수인 ‘쓰언흐엉(春香湖)’의 주변을 밝히는 가로등의 디자인도 꽃모양이다. 한국으로 치면 고양꽃박람회의 연중 버전쯤 되는 공원에는 장미, 베트남 토종 야생화, 네덜란드의 튤립, 일본 벚꽃 나무, 카멜리아 등 300여 종의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다.

한 가지 팁이라면 공원이 생각보다 넓고, 곳곳에 포토 스폿들이 많으니 특별히 허니무너들이 집착하는 장소는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스폿들을 충분히 활용할 것. 


주소: Bà Huyện Thanh Quan, Phường 8, Thành phố Đà Lạt, Lâm Đồng, Vietnam
운영시간: 07:30~16:00
입장료: 5만동 

●선인장을 사랑하게 될 가능성 
인도 파인뷰 식물원 Pineview Nursery


랜선 가든 여행에 진정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이곳이다. 인도 웨스트벵갈 북부 지역에 있는 칼림퐁(Kalimpong)을 방문할 여행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해발고도 1,250m에 자리잡은 이 도시에서는 히말라야의 고봉 중 하나인 칸첸중가(Kanchenjunga)도 볼 수 있다. 칼림퐁 시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파인뷰 식물원(Pineview Nursery)은, 정확히는 선인장 품종 보호소 겸 판매소다.

1971년에 설립된 사립 식물원으로 남북 아메리카에서 온 1,500여 종 이상의 희귀한 선인장을 키우는 곳이다. 설립자 스리 모한 삼세르씨는 동상으로 만날 수 있다. 사설 식물원이기에 편의 시설 같은 걸 기대하는 것은 금물. 하지만 오로지 선인장에만 헌정된 식물원의 존재는 귀한 선인장만큼 희귀하다.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선인장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대를 이어 식물원을 운영 중인 딸의 성격이 엿보이는 주방 내부. 질서 정연하게 찬장을 가득 채운 스테인리스 식기가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위생은 물론이고 맛있는 음식을 내기로 유명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차라도 마셔야 한다. 밀크티 맛집이다. 


주소: Kalimpong Khasmahal, Kalimpong, West Bengal 734301, India
운영시간: 8:30~16:30(일요일 휴무)
입장료: 20루피  
전화: +91 99322 01932

●유네스코가 인정한 최고의 유산
캐나다 부차트 가든 Butchart Gardens


캐나다 BC주를 여행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게 되는 곳이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s)이다. 가 보면 안다. 왜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이 정원에 열광하는지. 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100년 전 로버트 부차트와 제니 부차트 부부는 황폐한 채석장에 나무와 꽃을 심기 시작했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수목들을 조화롭게 가꾸어 선큰 가든(Sunken Garden)을 조성했다. 이후 조금씩 이탈리아 정원, 장미 정원, 일본 정원 등으로 차츰 규모를 늘려 22만 평방미터에 이르렀고, 지금은 후손들이 정원 내 사택에 살면서 유산을 훌륭하게 관리하고 있다.

부차트 가든의 특징은 꽃과 나무에 이름표가 전혀 없다는 것.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면 직원들에게 문의하거나 사진을 찍어 온라인으로 질문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시즌별로 불꽃놀이, 크리스마스 조명 등의 이벤트를 준비하기 때문에 캐나다 사람들은 시즌 입장권을 구입할 정도다. 다른 것을 몰라도 꼭 예약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우아한 애프터눈 티다.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본고장인 영국이 무색할 만큼 격식을 갖춘 티세트가 나온다. 


주소: 800 Benvenuto Ave, Brentwood Bay, BC V8M 1J8, Canada
전화: +1 250 652 4422  
입장료: 성인 33CAD, 애프터눈 티 1인당 47CAD 
홈페이지:  www.butchartgardens.com

 

글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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