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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살아가기

  • Editor. 최갑수
  • 입력 2020.05.01 16:37
  • 수정 2020.05.1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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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포르투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왔습니다. 벌써 15년이 됐네요. 프리랜서로 살아오는 동안 원고를 쓰고 사진을 찍는 일 외에 다른 일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작가로 살아가며 어떻게 생활을 해나가는지 궁금해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원고료만으로도 정말 생활이 가능한지 등등. 사석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돌이켜보니 그다지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패한 인생도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난 15년 동안 작가로 생활하며 지금까지 버텨 왔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작가로 살아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지면사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말씀드릴 순 없고, 다만 제가 지금까지 지켜 온 몇 가지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15년 동안 마감을 하며 살아온 어느 여행작가의 ‘누구나 다 아는 노하우’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틴에 대하여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꼭 만들어야 할 것이 루틴이라고 생각합니다. 루틴(routine)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입니다.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쓰죠. 쉽게 말하자면 습관이나 패턴입니다.

운동선수들이 특히 루틴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테니스 선수 나달은 서브를 넣을 때 땅을 고른 뒤, 두 번 정도 라켓을 치고 귀와 코를 만집니다. 그 다음 공을 튕긴 뒤에 서브를 넣죠. 야구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서 땅에 배트를 두세 번 치고 헬멧을 한 번 흔들어 고쳐쓰고 타격 자세를 잡는 것도 루틴입니다. 그러니까 루틴은 일을 실행하기 위한 규칙적인 방법과 순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루틴으로 유명한 선수는 야구선수 이치로입니다. 그의 루틴은 경이롭기까지 하죠. 경기장 도착부터 욕실 이용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배팅 훈련 방식과 스윙을 하는 횟수도 같고 늘 정해진 시간에 똑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그는 루틴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나는 똑같은 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은 매일 변합니다. 수천만원짜리 악기도 습도, 온도 등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소리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튜닝을 해줘야 하죠. 그 악기가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에요.” 프리랜서는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클라이언트는 프리랜서에게 결코 너그럽지 않습니다. 프리랜서에게 실수는 곧 실력입니다. 루틴은 일정 이상의 컨디션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죠. 지금까지 20년 동안 여행작가로 살아왔습니다. 출장이 잦은 탓에 일정한 생활패턴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장 지키려고 한 것이 루틴이었습니다. 저의 루틴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새벽 4시에 일어난다.
2 그라인더에 커피를 갈며 잠에서 깬다.
3 모카포트로 커피를 끓인다(커피가 끓는 동안 서재로 가 컴퓨터를 켠다).
4 커피와 함께 초콜릿 두 조각을 먹는다.
5 10분 동안 책을 읽는다.

 

이 5단계 행위는 잠든 뇌를 깨우기 위한 루틴입니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적정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루틴이기도 하죠. 이 5단계를 거친 뒤 문서 프로그램을 켜고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립니다. 자, 오늘을 뭘 써 볼까. 그리고 제 작업은 오전 6시 30분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오전 4시부터 6시까지 1차 작업시간이 되는 겁니다.

이 생활을 십 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아, 물론 이 루틴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오랜 출장 또는 저녁의 술 약속이 며칠 계속 이어지면 ‘새벽 네시의 루틴’을 이어가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루틴의 힘의 생각보다 강하더군요. 무너지다가도 어느 지점에 이르면 제 등에 묶어 놓은 줄을 잡아당깁니다. 이봐, 이제 정신 차려야지. 내일부터 다시 새벽 4시의 생활을 이어가자구. 프리랜서는 언제나 일정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컨디션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루틴입니다.

일본 후쿠오카
일본 후쿠오카

●스타일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지금까지 해 온 작업이 세상에 인정받고 있고 일정 이상의 수준을 갖추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흔히들 스타일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흔쾌히 동의합니다.

마흔 살이 넘은 이들에겐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마흔 넘은 사람은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 직업, 취향, 생활방식, 말투,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이 어우러져 그 사람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스타일이 있다’는 건 작업을 성실하게 해오며 스스로 토대를 마련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업자의 시선이 갖추어져 있으며 취향과 기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구요. 창작자가 시선과 취향 그리고 기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입니다. 이것들이 없는 사람처럼 무기력한 존재도 없을 겁니다. 일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타인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겠죠. 일 잘하는 사람 치고 스타일이 나쁜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 오해 마세요. 그렇다고 스타일이 좋은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타일이 좋다는 건 유난스럽게 튀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값비싼 옷과 장신구로 요란하게 치장해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죠. 머리를 염색하지 않아도 되고 비싼 명품 가방을 들 필요는 없습니다. 잘 정돈된 머리, 세련된 검은테 안경, 재킷과 청바지, 스니커즈 정도로 완성할 수 있는 게 스타일이죠.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요란한 장식과 과도한 액션, 현란한 문체가 오히려 스타일을 망쳐 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아 왔습니다. 어쨌든 스타일리시하게 보여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작업을 해오다 보니 스타일은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스타일은 조금씩 변하고 바뀌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작업을 성실하게 계속할수록 스타일은 점점 더 나아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책을 읽고 미술관을 들락거리고 여행을 다니고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겠죠. 스타일이 평범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작업도 평범하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일을 잘해야만 합니다만 멋지게 보이기도 해야죠.

일본 후쿠오카
일본 후쿠오카

●노히트 노런보다는 높은 승률

해외 취재를 가서는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웁니다. 고양이처럼 예민해지죠. 매체용 사진도 만들어야 하지만 제 작업을 위한 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하루종일 긴장합니다.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대상을 탐색하고 피사체의 동선을 예상하고 빛을 가늠하죠. 여기에 여행지에 맞는 감정을 더해야 합니다.

그 감정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합니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끌어올리듯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정을 잡습니다. 그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작가가 외로워야 외로운 장면이 보이고 작가가 슬퍼야 슬픈 장면이 보입니다. 음악, 독서, 혼자 있기 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죠. 술을 끊을 때도, 많이 마실 때도 있습니다.

취재여행을 다녀오면 한동안 감정적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음식조절도 합니다. 배탈이라도 나거나 아프면 일정을 진행할 수가 없으니까요. 출장지에서는 평소 음식 섭취량의 70%만 먹습니다. 과식은 많은 경우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부족한 열량은 비스킷이나 초콜릿, 콜라, 포카리 스웨트 등 포장을 뜯거나 뚜껑을 따는 음식으로 대체합니다. 손 소독제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부탄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가기 어려운 곳이라 기대도 많이 했고 그만큼 긴장감도 컸습니다. 처음 써보는 렌즈를 두 개나 가지고 갔습니다. 여느 때 같았다면 첫날 찍은 사진을 노트북에 다운로드 받은 후 렌즈의 이런저런 특성을 점검했을 텐데 이번 출장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그러질 못했습니다. 사진을 열어 보니 여러 실수가 있었는데, 첫날의 실수가 마지막 날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더군요.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지금까지 아쉽지 않은 출장은 없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 실수를 다음에 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다음에는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한 건 노히트 노런이 아니라 높은 승률입니다.

홍콩 초이홍 에스테이트
홍콩 초이홍 에스테이트

●실력자는 계량한다

과거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몇몇 이름난 요리사와 동행했습니다. 파스타를 만드는 요리사도 있었고 스테이크를 굽는 요리사도 있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맛기행’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베트남 현지 기업의 급식 현장을 돌아보고 기존 메뉴 개선과 새 메뉴 개발 등 급식과 관련한 여러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박 3일 동안 머물며 현지 조리사, 영양사들과 만나 음식과 요리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행작가는 이런 일도 한답니다. 


이번 출장을 통해 급식은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과는 그 조리법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 끼에 적게는 500인분, 많게는 3,000인분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그렇겠죠. 요리와 음식에 대한 접근방식조차 달랐습니다. 급식은 맛이 좋아야 하지만, 맛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단가를 맞추어야 하고, 배식 시간을 조절해야 하고, 메뉴의 양을 예측하고 조절해야 합니다. 노동에 필요한 양의 칼로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도 급식의 중요한 임무죠. 음식이 남아도 문제고 모자라면 사고인 것이 급식이더군요.


현장 견학을 마치고 셰프들과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현지 조리사가 파스타를 만드는 셰프에게 물었다. “같은 레시피를 가지고도 각 사업장마다 맛이 다 달라요. 이유가 뭘까요?” 그가 대답했다. “저울과 타이머를 준비하세요. 정확한 양의 물을 부어 정확한 시간 동안 면을 삶으세요.” 스테이크를 굽는 셰프가 옆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실력자는 계량합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경계하게 되는 말이 ‘알아서’ ‘대충’이라는 말입니다. “원고는 어떤 방향으로 쓰면 될까요?”라고 물었을 때 “작가님께서 적당히 알아서 잘 써 주세요”라는 대답을 들으면 조금 난감합니다. 저는 그럴 재주가 없습니다. “휴식을 주제로 원고지 10매 분량의 에세이를 써 주세요”라는 주문이 더 좋습니다. 그래야 원고를 설계하고 문장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고기를 구울 때도 “알아서 구워 주세요”라는 말이 어렵겠죠. 죄송하지만 저는 고기에 대한 당신의 취향이 미디엄인지 웰던인지 모른다구요. 


일을 마치고 저녁으로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국물을 후루룩 한 모금 마시고 파스타 셰프가 말했습니다. “이 육수를 1인분 뽑으려면 양지머리 200g, 생강 1톨, 대파 1/2개, 물 1.5L, 다시마 사방 5cm 2장, 통마늘 2쪽, 팔각 2알, 통후추 8알, 통계피 1조각이 필요하겠지.” 그는 계량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요리를 하면서 쌓아 올린 자기만의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고 그 데이터가 바로 우리가 내공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알아서 해주세요.” 당신에게 이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이해가 부족하고 실력이 없다는 것을 들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

봄이 왔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을 가는데 개나리 목련 매화 진달래가 피었더군요. 개나리는 더 짙어져 있었고 매화나무의 환한 빛도 한결 풍성해져 있었습니다. 진달래는 막 피어나고 있었고 목련은 어느새 지고 있었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와 요즘 작업하는 카페로 갔습니다. 오전 일을 끝내고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직장인들이 종종걸음으로 출근을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 맛에 프리랜서 하는 거지. 프리랜서로 살다 보면 가끔 이런 기분을 느끼고는 스스로 뿌듯해합니다. 프리랜서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몇 안 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음, 이야기가 살짝 샛길로 빠졌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는 겁니다. 회사원은 회사원의 속도로 걸어가고 축구선수는 축구선수의 속도로 걸어갑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속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를 유지하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죠. 어떤 이는 4분의 2박자로 걸어가고, 어떤 이는 4분의 4박자로 걸어갑니다. 일을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리듬을 찾게 되는 날이 옵니다. 그 속도와 리듬에 따라 누구는 일찍 성공하기도 하고 누구는 한참 늦게 유명해지기도 하더군요. 젊은 시절 잘 나갔던 작가들이 지금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이 오버페이스한 것일 수도 있겠죠. 재능을 너무 빨리 써 버렸거나요. 싫증이 났을 수도 있고, 미래를 발견하지 못해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그들의 속도와 리듬으로 살아간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남들의 성공을 질투할 일도 아닙니다.


저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정도죠. 한때는 이런 제 삶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아니 도대체 나는 지금까지 뭘 하며 살아왔던 거지 자책하며 스스로에게 화를 냈죠. 하지만 그런 자책은 일을 하고 살아가는 데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어떤 이에게 일은 한 번에 해치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 일이란 매일매일 야금야금 해치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참을 올라온 것 같아 뒤돌아보니 겨우 몇십 미터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일은 상당히 느린 속도로 완성되어 갑니다. 


생각해 봅시다. 우린 ‘이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몇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의욕과 열정은 이미 사라져 버렸죠. 하지만 일은 의욕과 열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계획과 임기응변, 체력, 이메일, 끊임없는 수정으로 하는 것이죠. 자기에게는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개나리는 개나리의 속도로, 벚꽃의 벚꽃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꽃을 피우잖아요.


커다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긴 활주로가 필요한 법입니다.


●재택근무

프리랜서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점이죠. 아침 늦게 일어나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편한 복장으로 책상 앞으로 가 음악을 켜고 일하는 거죠. 하지만 말입니다. 일주일 이상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소파에 눕게 되고, 휴대폰으로 넷플릭스나 보며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마감이 다가오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죠. 어떡하지?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어.

오랫동안 재택근무를 해온 사람으로 말씀드리자면, 우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아침 루틴을 만듭니다. 커피를 마셔도 되고 국민체조를 해도 좋습니다.

둘째, 취침공간과 작업공간을 분리합니다. 일은 반드시 작업공간에서 합니다. 셋째, 반바지와 티셔츠는 사절. 청바지에 셔츠는 입고 작업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연락도 없이 집 앞으로 왔다면 바로 나갈 수 있는 복장이면 좋습니다.

넷째, 일과 관련한 클라이언트와의 약속이 아니라면 점심 먹으러 멀리 가지 않기. 하루가 날아갑니다. 다섯째, 점심은 요리해서 먹지 않습니다. 전자렌지를 이용한 음식이나 간단한 샐러드를 먹습니다. 샌드위치를 미리 만들어 둬도 좋습니다. 점심은 차려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끼를 때우는 것’입니다.

여섯째, 작업시간을 정하고 퇴근시간을 지킵니다. 일곱째, 운동시간을 정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덟째, 매일매일 체중을 기록합니다. 먹을 것을 쟁여두지도 않습니다. 자기 관리의 기본은 체중입니다.

아홉째, 작업공간 정리정돈을 잘 합니다. 자기 가방에, 책상 서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도 모를 확률이 높습니다. 일은 창작이기도 하지만 편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믿고 사랑합니다.  
 

글·사진  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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