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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상의 항공 이야기] 비행기만 타면 아프다고요? 당신의 귀는 무죄!

  • Editor. 유호상
  • 입력 2020.06.01 09:35
  • 수정 2020.06.0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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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이 세상은 늘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는 사실을. 
비행기에 탈 때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여압되지 않은 비행기는 상상할 수 없다 ©pixabay
오늘날 여압되지 않은 비행기는 상상할 수 없다 ©pixabay

●이퀼라이징이 뭔가요?

세계 최고의 스쿠버 다이빙 명소라는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보초). 이곳에서 다이빙 체험을 해 본다는 흥분도 잠시, 그녀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귀가 아파 연이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하강에 실패했고, 결국 ‘피눈물’을 흘리며 다이빙을 포기해야 했다. ‘눈물’에 ‘피’까지 추가된 건, 다이빙 불발도 속이 쓰린데 환불마저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녀는 귀가 그토록 아팠던 이유를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당시 영어와 스쿠버 다이빙 용어 모두 완전 초보였던 그녀는 다이빙 가이드가 사전에 설명한 ‘이퀄라이징(Equalization)’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고, 물에 들어가자마자 그냥 하강하려고 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물속에 들어갈 때 이 이퀄라이징이라는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몸은 안팎의 압력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물 밑으로 내려갈수록 외부 압력이 급속히 늘어나서 고막이 몸 안쪽으로 압력을 받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코를 막고 공기를 불어넣어 몸 안쪽에서 압력을 넣어주면 안팎의 평형이 이뤄지게 된다. 


비행기를 탈 때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증상은 이와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늘로 높이 오를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외부 압력은 낮아지고 몸속 압력은 반대로 높아진다. 이때도 코를 쥐고 숨을 불어넣어 힘을 주면 귀 안쪽 공기가 빠져나가 압력이 맞춰진다. 반대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다시 몸 외부 압력이 높아지면 다시 반대로 이를 맞춰 줘야 한다. 그런데 비행기를 탄다고 이런 증상이 항상 생기지도 그리고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 같지도 않다. 왜 그럴까? 

최초의 여압식 여객기 보잉 모델 307 ©Wikipedia
최초의 여압식 여객기 보잉 모델 307 ©Wikipedia

●여압을 주세요


비행기가 비바람 등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날아가려면 구름 위로 높이 올라가야 한다. 그럴 때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산소는 희박해지며 특히, 기압이 낮아져서 사람이 버티기 힘들어진다. 초창기 비행기는 성능이 떨어져서 그렇게 높이 올라갈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높이 올라가도 괜찮을까? 고도가 해발 약 3,000m(10,000ft) 이상이면 승객과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압의 조절이 필요해진다. 실제로 하와이 마우이섬에 있는 3,000m 높이의 할레아칼라산을 오른 적이 있는데, 별생각 없이 올라갔다가 정신이 몽롱해지고 숨이 차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여압(Pressurization)’이라는 기술이다. 생각보다 여압 기술은 일찍 등장했다. 1938년 세계 최초의 여압이 적용된 프로펠러 여객기 보잉 모델 307 스트라토라이너가 등장했다. 덕분에 비바람을 피해 구름 위 약 6,000m(20,000ft) 상공으로 올라가 순항할 수 있었다. 이 비행기는 약 4,480m 높이에 있을 때 기내의 기압을 지상 2,440m 높이 수준으로 낮춰 줬다. 현재 미국에서 운항하는 개인 항공기의 경우, 고도 3,800m 이상에서 30분 이상 비행하거나 4,300m 이상으로 올라갈 때 승무원은 무조건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4,600m(15,000ft) 이상 고도에서는 승객에게도 산소마스크를 제공해야 한다. 

한결 우아한 여행이 가능해졌다  ©Wikipedia
한결 우아한 여행이 가능해졌다 ©Wikipedia

그렇다면 기내 압력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 줄까? 비행기 엔진은 가동(연소)을 위해서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해 주는 단계가 있다. 여기에 연료를 섞어 불을 붙이고, 그 폭발력으로 추진력을 얻는데, 이때 압축해 준 공기 일부를 빼서 쓰는 것이다. 즉 엔진에서 만들어지는 압축공기를 비행기 객실에 넣어 지상과 비슷하게 대기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은 ‘똑같이’가 아니라 ‘비슷하게’라는 말이다. 당연히 지상과 같은 수준의 대기압은 만들어 줄 수가 없다. 내부 기압이 외부 기압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비행기가 과하게 부푼 풍선처럼 터져 버릴 테니까 말이다. 상업용 항공기의 경우 객실 고도는 보통 2,440m(8,000ft) 이하 수준으로 유지한다. 


이렇게 지상과 기내 간 생기는 공기압 차이로 인해서 이착륙 단계에서 불쾌한 기압 변화가 생겼던 것인데, 최근의 비행기는 지상 대기압에 보다 근접한 수준으로 여압의 실현이 가능해졌다. 일등 공신은 복합소재 기술이다. 그렇다고 해도 앞서 설명한 이유로 기내 기압을 마냥 높일 수는 없기에 지상의 75% 정도가 적정 한도다. 덕분에 기압이 바뀌는 환경에서 혹사당하던 우리 몸이 조금은 편해졌다. 착륙할 때 기압 변화로 인해 귀가 아픈 현상이 크게 줄어든 이유다. 참고로 비행기들이 예전보다 더 커진 창문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복합소재 덕분이다. 창문을 크게 만들려면 힘을 지지해야 할 비행기 구조물이 그만큼 줄어들어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 역시 가볍고 강한 복합소재다. 

비행기의 여압 장치 ©Wikipedia
비행기의 여압 장치 ©Wikipedia

●많이 안 타 봐서 그렇다고?

누군가 귀가 아프다고 하면, ‘비행기를 많이 안 타 봐서 그렇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반응이다. 대부분 비행기의 문제다. 여압을 잘 맞추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차도 있다. 잠수할 때 이퀄라이징이 잘 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퀄라이징이 안 된다고 촌스러운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자면, 앞서 설명한 이유로 비행기는 착륙하면 기체 안팎의 기압을 맞춰 준 후 문을 열어야 한다. 문을 그냥 열다간 비행기 안팎의 압력 차로 ‘펑’ 튕기는 비행기 문에 맞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빨리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어도 승무원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비행기 탈 때마다 새삼 느끼게 된다. 세상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든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oxenholm


글 유호상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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