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그리운 섬 '관매도'
설레고 그리운 섬 '관매도'
  • 김민수
  • 승인 2020.06.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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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섬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해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난 지금 떠나는 섬이 가장 설레고, 바로 떠나온 섬이 가장 그립다. 
지금은 그 섬이 관매도다.
 

양덕기미 쉼터에서 바라본 꽁돌과 하늘다리 탐방로
양덕기미 쉼터에서 바라본 꽁돌과 하늘다리 탐방로

●이름에만 있는 매화


미세먼지 하나 없는 모처럼의 파란 하늘, 여객선은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갔다. 하조도, 라배도, 관사도, 소마도, 모도, 대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은 마치 바다의 정류장과 같았다. 선장은 자상하게도 큰 배를 멈춰 세우고는 고작 한두 명을 내려 주었다. 가까워지고 멀어질 때마다 섬의 모습이 정성스럽게 다가온 까닭이다. 섬들을 하나씩 섭렵해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오전 11시50분, 여객선이 관매도에 도착했다. 진도항(팽목항)을 떠난 지 두 시간 만이다. 

감성 섬여행의 관문, 관매도 선착장
감성 섬여행의 관문, 관매도 선착장

오래전 제주도로 귀양을 가던 선비가 이곳 섬에 당도했을 때 마침 매화가 많이 피어난 것을 보았다. 그래서 ‘매화도’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매화를 본다’라는 뜻의 ‘관매도’란 이름을 붙였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섬에는 매화가 없다. 관매도는 2011년 TV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면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립공원 1호 명품 마을 관매도’라는 영농조합을 만들어 주민이 협심, 섬 여행의 명소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면서 더욱 단단한 관광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곰솔 숲 아래 펼쳐진 초록의 낙원 국립공원 관매도 야영장
곰솔 숲 아래 펼쳐진 초록의 낙원 국립공원 관매도 야영장

●곰솔 숲 가득, 그윽한 커피 향을


관매도 역시 식후경, 야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버너와 코펠을 꺼내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진도 수산시장에서 사 온 생굴을 한 움큼 넣으니 굴라면이 완성됐다. 국물맛은 결코 시장했던 탓이 아니라 우겨도 될 만큼 기가 막혔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설영을 했다. 라면이 허기를 치워 버리기 위함이었다면 커피만큼은 분위기 있게 마시고 싶었다. 체어에 앉아 원두를 갈고 드리퍼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는데 그윽한 커피 향이 곰솔 숲 가득 퍼져 간다. 관매도 야영장은 국립공원 시설답게 매우 관리가 잘 되어 있다. 화장실과 개수대도 깨끗하고 야영데크도 갖추고 있어 캠핑 자체로도, 섬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로도 그만이다.

해가 저물면 또 다른 색으로 하루를 이야기하는 섬
해가 저물면 또 다른 색으로 하루를 이야기하는 섬

두 번째 배는 여러 섬을 거치지 않고 조도를 거쳐 곧바로 들어오는, 말하자면 직항노선이다. 꽤 많은 민박객과 캠퍼들이 동시에 섬으로 왔다. 야영장도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들어서자 활기가 넘쳤다. 10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야영장과 해변 사이에는 데크 길이 놓였었고 섬 곳곳에는 여행객 개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데크 길은 태풍에, 음악 장치는 사람들 손에 의해 각각 파손되어 사라졌다. 대신 그사이 섬 도서관과 자전거 대여시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온갖 풍파를 이겨 낸 섬 허리도 가끔은 위로를 받고 싶다
온갖 풍파를 이겨 낸 섬 허리도 가끔은 위로를 받고 싶다

●관매도의 세 마을


관매도에는 총 3개의 마을이 있다. 선착장을 기준으로 좌측의 관매마을, 그리고 우측으로 잘록한 섬 능선을 타고 오른 관호마을, 섬 뒤편 들판의 장산편마을이 그것이다. 섬의 마을들은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직접 잡아 말린 생선은 관매도 짜장면집의 숨은 판매 품목이다
직접 잡아 말린 생선은 관매도 짜장면집의 숨은 판매 품목이다

섬의 숙식은 주로 관매마을에서 이뤄진다. 주민들은 가옥 전체 혹은 일부를 개조, 민박과 식당을 운영한다. 게다가 국립공원 야영장까지 들어서 있으니 먹고 자는 모든 테마가 하나의 마을에서 모두 이뤄지는 셈이다. 길이 3km의 관매도 해수욕장은 서남해의 바다치고는 모래가 곱고 물색이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해 질 무렵, 섬과 노을이 어우러진 호젓한 정취는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해변 뒤로 들어선 곰솔 숲은 수령만도 평균 300년에 이르는 등, 빼어난 자연미로 2010년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숲’ 경연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관호마을에선 ‘시간’이 흐른다. 시간은 때론 남겨지게도 하지만 결국 변하게 한다. 섬의 상징인 꽁돌과 하늘다리를 만나려면 낡고 빛바랜 어촌 가옥과 세월 때가 거칠게 쌓인 돌담길을 따라 오르고, 능선 위 우실(바람박이벽)을 넘어야 한다. 자연은 남고 사람은 변한다고 했던가? 섬 트레킹은 순수 자연과 사람 사는 마을을 두루 거쳐야 재미도 있고 그 의미도 배가 된다. 마을 내에는 섬의 특산물 톳으로 만든 부침개와 쑥막걸리를 파는 집이 몇 군데 있다. 재료가 주는 맛도 맛이거니와 무엇보다 섬 삶에 녹아드는 특별한 정취가 있어 좋다. 

5월에도 화창해 ‘참, 좋다’를 100번쯤 되뇐 장산편마을 유채들판
5월에도 화창해 ‘참, 좋다’를 100번쯤 되뇐 장산편마을 유채들판

장산편마을은 마치 여정의 덤과 같은 곳이다. 며칠을 머무르고도 없는 듯 지나쳐 버리기 쉬웠던 장산평. 10여 가구 남짓한 마을 앞 너른 들판은 사실 관매도의 숨겨진 보석이다. 섬을 대표하는 비경으로 관매팔경을 꼽는다. 하지만 봄철 관매도를 찾았던 사람들은 그 계절 섬에 머물렀던 숨 막히는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들판을 가득 메운 노란 유채꽃이 그것이다. 옴폭 들어간 들판을 섬과는 또 다른 신비한 장소이다. 파도 소리와 바람에서조차 독립된 공간에는 새소리만 가득하다. 그 들판은 산책하는 일은 너무도 서정적인 것이어서 되도록 천천히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절정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장산편 들판은 때론 억새의 낙원이며 또 다른 해변으로, 혹은 곰솔 길로 그리고 방아 섬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목이다.

없을 것 같은 품목도 의외로 잘 갖춰 놓은 관매마을 구멍슈퍼
없을 것 같은 품목도 의외로 잘 갖춰 놓은 관매마을 구멍슈퍼
젊었을 때는 한 미모 하셨을 조도 면장댁 따님, 장영자 할머니
젊었을 때는 한 미모 하셨을 조도 면장댁 따님, 장영자 할머니

●장영자 할머니는 섬의 역사


관매마을 한복판에는 자그마한 시골 슈퍼가 있다. 블랙커피나 물티슈는 없지만 그래도 생활에 꼭 필요한 부침가루나 라면에다 냉동 삼겹살도 있다. 일반적으로 외지인에게 적용되는 섬의 물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다녀왔던 어떤 섬에서의 맥주 한 병값은 무려 4,000원이었다. 관매마을 슈퍼는 87세의 장영자 할머니가 운영한다. 할머니는 맥주를 2,500원에 판다. 말만 잘하면 말린 생선을 식칼로 뚝뚝 잘라 직접 담근 고추장과 함께 안주로 내어주기도 한다. 몇 년 전 섬을 찾았을 때는 미역귀를 얻어 먹었으니 할머니 인심은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

누구든 걷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관매도 해변
누구든 걷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관매도 해변

맥주를 마시는 동안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도 면장 따님이었던 할머니는 쪽배를 타고 관매도로 시집왔다. “내가 젊었을 때는 좀 예뻤지.” 당시에는 조도와 제일 가까운 방아섬으로 배가 다녔고 해변과 숲속의 학교가 있는 관매도는 너무도 아름다웠던 섬으로 기억한단다. 일본 강점기에 교육을 받아 주판 할머니로 불렸던 기억을 뒤로하고 이젠 귀가 어둡다. “난 감옥에 간 장영자하고 이름은 같아도 사기를 치고 살지는 않았당께.” 사기 안 치고 순박하게 살아온 할머니의 삶이 곧 관매도의 산 역사가 아닐까?  


●관매도 진도 Place


▼관매도

꽁돌
관매8경 중 하나로 섬 남쪽 해안에 하늘에서 떨어진 듯 댕그라니 자리하고 있는 직경 7~8m 의 커다란 바위다. 지상에 떨어진 옥황상제의 공깃돌이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부근에 공깃돌을 찾아 나섰던 하늘장사와 꽁돌을 가로챈 사자들이 묻혔다는 돌묘가 있으며 파도에 침식된 해안지형을 관찰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하늘다리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두 개를 연결해 놓은 다리. 다리의 한가운데 투명창을 설치해 놓아 아찔함을 더하였다. 아래로 돌을 던지면 3~4초 후에야 바다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 그 높이가 가늠된다. 관매8경의 하나로 최근, 탐방로 종점부에 주민과 탐방객을 위한 쉼터를 조성했다.

추억의 이발관
관매마을에 위치한 재래식 이발관으로 50년째 운영 중이다. 아직도 바리깡과 가위로 머리를 깎아 주며 비누거품을 내어 수염에 듬뿍 바르고 가죽띠에 면도칼을 쓱쓱 문질러 면도를 해준다. 사장님이 탐방객들에 친절해 쾌히 모델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 찾아야 한다. 

톳 짜장면
섬마다 짜장면집이 생겨나고 인기를 얻고 있다. 관매도 짜장면집은 역사만으로도 그 원조 격에 속한다. 톳 짜장면은 맛이 고소하고 면의 부드러움 속에 오독거리는 톳의 식감이 새롭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과 탕수육도 평균 이상이다. 이 집에서 직접 잡아 말려 파는 반건조 생선을 사서 쪄 먹는 것 또한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쑥 막걸리 
과거 관매도 섬 막걸리는 봄철에 캐어 두었던 쑥을 넣어 만들었다. 그래서 쑥 향이 매우 강했다, 봄철에는 신선도가 좋았지만, 계절이 지나면 냉동 쑥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관호마을 선미네집 할아버지는 한약재로 쓰이는 당삽주의 뿌리 ‘창출’을 재료로 쓰기 시작했다. 막걸리의 쓴맛이 덜해지고 감칠맛이 훨씬 좋아졌다. 강추! 


▼진도

세월호 팽목 기억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벌써 6년이 흘렀다. 그사이 배는 인양되어 목포신항에 전시되고, 희생자분향소가 있던 자리에는 기억관이 들어섰지만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약속은 꾸준한 발길로 이어지고 있다. 

임하기사식당 
진도 섬을 오갈 때 반드시 들르는 필자의 단골집이라 뜬금없이 추천한다. 전라도식 백반집으로 진도대교를 오가는 기사님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맛은 기본인 데다 제육볶음에 쌈이 풍성하게 제공되고 반찬의 가짓수가 많았다. 최근 8,000원의 백반 가격에 뷔페식으로 운영방식을 전환, 국수에 후식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꼭 한 번 들러 보시길. 061 535 3121

 

▼여객선(하절기)
*여름 휴가철 운항노선 증편  
 

진도 팽목항→ 관매도   
1항차 09:50  (한림페리 11호) | 2시간 | 1만3,000원                
항차 12:11  (새섬두레) | 1시간 20분 | 1만1,000원


관매도→진도 팽목항  
1항차 13:30  (새섬두레) | 1시간 20분 | 1만1,000원
2항차 14:20  (한림페리 11호) | 2시간 | 1만3,000원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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