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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음은 있잖아요? 여행기자의 첫 서핑 도전기

  • Editor. 손고은 기자
  • 입력 2020.06.22 16:00
  • 수정 2020.06.24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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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하늘 아래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양양으로 떠났다.

양양에는 서피비치, 설악해수욕장, 하조대해수욕장 등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스폿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소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죽도해변을 찾았다
양양에는 서피비치, 설악해수욕장, 하조대해수욕장 등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스폿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소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죽도해변을 찾았다

●서핑에 대한 오해 셋 


요즘의 나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평소 좋아하는 와인과 위스키를 공부하고 주식과 관련된 책도 읽는 중이다.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그 어려운 일주일 금주도 성공했다. 이른 봄에는 집 앞에 방치된 노지를 다독여 작은 텃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상추며 딸기, 감자 등을 심었는데 첫 농사치고는 수확이 좋다. 가끔 쉬는 날에는 큰맘 먹고 산 정상에도 오른다. ‘고작?’ 일지도 모르는 소소한 성공이지만 성취감은 생각보다 크다. 실패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에 도전했더니 어느새 성공에 익숙해진 것만 같다. 

서프오션은 죽도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서핑 숍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프오션은 죽도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서핑 숍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덕분에 자신감이 커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서핑이다. 그동안 서핑에 대해 벽을 세운 이유는 이렇다. 하나. 서핑은 10~20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나이는 밝히지 않겠으나 20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서핑과 관련된 사진 속에는 죄다 젊은이들뿐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칠 위험이 높은 레포츠일 것만 같았다. 20m 키의 파도를 타는 서퍼 영상을 봐서 그랬다. 셋. 혼자가 어색했다. 밥도 혼자 먹고 술도 혼자 마시고, 영화도 혼자 잘만 보면서 서핑 앞에서는 괜한 쑥스러움을 끄집어낸 거다. 서핑 천국 발리에 가서도 신나게 보드를 타는 서퍼들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왔던 나다. 

죽도해변 앞 벤치. 서핑 후 맥주 한 잔을 부르는 풍경이다
죽도해변 앞 벤치. 서핑 후 맥주 한 잔을 부르는 풍경이다

그러나 성공의 연속에 핑계를 거두는 일에도 익숙해진 나는 여름을 길목에 두고 양양으로 향했다. 서핑과의 오해도 풀고 싶었다. 양양은 제주도와 부산에 이어 동해안을 대표하는 서핑 스폿으로 알려졌다. 서퍼들은 파도를 따라 다닌다고 했다. 언제, 어디든 파도가 좋은 곳에는 서퍼들이 모인다. 사실 양양에서 서핑을 하기에 좋은 계절은 여름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이다. 여름에는 파도가 없고 잔잔하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하는 동해바다의 거친 파도는 가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초보 서퍼 딱지를 떼기에는 이보다 더 안전하고 적당한 곳이 없다. 수심도 얕은 편이라 어린 아이들이 즐기기에 좋고 수영을 잘 못해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2시간30분 거리로 부담도 적다. 

서프오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 여름, 죽도해변의 파도는 사진처럼 거세지 않다
서프오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 여름, 죽도해변의 파도는 사진처럼 거세지 않다

양양에는 죽도해변을 비롯해 서피비치, 설악해수욕장, 하조대해수욕장 등 서핑 스폿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주저 없이 죽도해변을 택했다. 소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지인의 추천을 믿었던 거다. 아담한 만이 형성돼 있는 해변 앞으로 그 흔한 횟집이나 조개구이 가게는 찾아보기 어렵고 서핑 숍과 게스트하우스, 카페, 맥줏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형성한 동네답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 온 사람들의 얼굴은 언제나 밝다. 그 안에서 내 도전은 꽤나 거창해보였다. 

죽도해변의 거리 풍경. 여러 서핑 숍과 게스트하우스, 펍 등을 만날 수 있다
죽도해변의 거리 풍경. 여러 서핑 숍과 게스트하우스, 펍 등을 만날 수 있다

 

●죽도해변 프리뷰 


죽도해변에도 여러 서핑 숍이 있었지만 해변과 가장 가까운 서프오션을 찾았다. 오픈한지 3년차 된 숍으로 유기견 출신 ‘오션’이가 격하게 꼬리치며 반긴다. 미리 예약을 해도 되지만 죽도해변에 왔다가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숍을 찾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시기에 따라 강습은 하루 2~3회 진행된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준비 운동과 함께 기본 동작을 연습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준비 운동과 함께 기본 동작을 연습해야 한다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한 법이다. 바닷가에 나가기 전 사전 교육이 진행됐다. 서핑 포인트로서의 죽도해변에 대한 이야기와 서핑 장비, 자세, 각종 규칙들이 나열됐다. 서핑 경력 6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임기남 강사는 시작에 앞서 오해부터 풀어줬다. 그에 따르면 4~5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서핑 붐이 일면서 이제는 강습이 필요한 초보자들은 줄었고, 오히려 슈트와 보드를 빌려 서핑을 즐기고 가는 아마추어 서퍼는 늘어났단다. 또 요즘에는 어린이들도 서핑을 배우고,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한 40~50대 부모들도 함께 서핑을 배운다고 했다. 그만큼 이제 국내에서도 서핑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레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혼자라고 쭈뼛거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서핑은 혼자 하는 레포츠다. 

보드 위에 두 발로 올라서는 동작을 ‘테이크 오프(Take off)’라고 한다. 서핑의 가장 기본 동작이다
보드 위에 두 발로 올라서는 동작을 ‘테이크 오프(Take off)’라고 한다. 서핑의 가장 기본 동작이다

몸에 딱 맞는 웨트 슈트를 입고 롱보드를 가지고 바닷가로 나갔다. 길이에 따라 롱보드와 숏보드, 펀보드로 나뉘는데, 초보자들에게는 부력이 높은 롱보드가 적합하다. 한 손으로 보드를 들고 걷는 멋을 부려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무거워 실패했다. 스펀지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소프트 형태의 롱보드는 7~8kg에 달한다. 여성 초보자들이여, 보드는 양손으로 단단히 들고 걷길!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들 


서핑 초보자가 기억해야할 동작은 세 가지다. 엎드리기, 패들링하기, 일어서기(테이크 오프). 보드 가운데에 엎드려 양 팔을 번갈아가며 휘저어 속도를 낸 다음 양손으로 보드를 집고 한발, 한발씩 일어나 중심을 잡는 것이 기본 동작이다. 보드와 몸을 연결해주는 리시를 한쪽 발목과 보드 테일에 고정하는 것은 필수다. 

막상 바닷물에 들어가니 물은 차고 수심은 깊어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열심히 패들링해 앞으로 나아갔는데 두려움이 엄습했다. 선생님이 직접 보드에서 내려와 수심이 가슴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해주고 난 다음에서야 일어서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바다를 등지고 해변을 바라보며 있는 힘껏 팔을 저어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어라? 신기하게도 단번에 보드 위에 일어서 물결(파도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을 따라 모래사장까지 착륙한 것이다. 함께 강습에 참여한 이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왜 초여름의 죽도해변이 서핑 초보자들에게 제격인지 격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파도를 타기 전 기본적인 동작을 익히기에 죽도해변의 파도는 너그럽다.  


물론 매번 일어서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바닷물에 풍덩 빠진 횟수가 더 많았을 거다. 그래도 이날 나는 여러 번 실패하고 여러 번 성공을 맛봤다. 그 희열에는 중독성도 꽤나 강해 그만 주말 계획을 다시 양양으로 돌려버렸다. 왜 서퍼들이 틈만 나면 파도를 찾아다니는지, 해 봐야 안다. 

 

●초보를 위한 ‘서핑언어’

▼장비

노즈Nose  보드의 앞쪽 끝 부분. 속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레일Rail  보드의 옆면. 
테일Tail  보드의 뒤쪽 끝 부분. 회전 등 퍼포먼스에 영향을 준다. 
핀Fin  보드 바닥에 장착하는 장비. 파도를 탈 때 저항력을 만들어 미끄러지지 않고 서퍼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돕는다. 핀의 크기와 개수에 따라 다른 느낌의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리시Leash  보드와 신체를 이어주는 끈. 한쪽은 보드 레일에, 한쪽은 발목에 묶는다. 보드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거나 파도에 휩쓸려도 바다에 빠지지 않게 돕는 안전장치로 ‘생명줄’이라 불린다. 

웨트 슈트Wet suit  장시간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옷이다. 몸에 딱 맞는 사이즈를 착용해야 한다.

 

▼동작

패들링Paddling  보드에 엎드린 채 양팔을 번갈아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 패들링 속도가 빠를수록 안정적으로 일어설 수 있다. 

테이크 오프Take off  패들링 이후 보드에 일어서는 동작. 
피크The Peak  파도가 부서질 때 가장 높은 부분. 
라이딩Riding  파도를 타는 행위.

 

▶Travel info 

양양 서프오션
죽도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3년차 서핑 숍이다. 1:1부터 6~7인 그룹까지 인원과 목적에 맞게 강습한다. 강습은 매일 오전10시, 오후1시, 3시에 시작한다. 슈트와 보드 렌탈이 가능하며 샤워실이 구비되어 있다. 숙박시설은 운영하지 않지만 가까운 곳에 서프오션과 연계된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을 추천해준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새나루길 43
문의: surfocean.modoo.at
가격: 그룹강습 8만원, 4:1 10만원, 2:1 12만원, 1:1 15만원 

버거 스테이지

죽도해변 근처에는 수제버거나 피자, 포케 등 간편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다. 당연히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말이다. 버거 스테이지는 죽도해변 초입에 위치한 수제버거 가게다. 머쉬룸 베이컨버거와 에그 베이컨버거가 시그니처 메뉴다. 100% 소고기로 패티를 만들고 감자튀김은 두툼한 편이다. 수제맥주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중앙길 103-2
문의: 070-8807-5940
가격: 머쉬룸 베이컨버거 1만500원, 에그 베이컨버거 9,500원


글·사진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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