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여름의 청도
알록달록 여름의 청도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0.06.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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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밟는 페달과 알록달록 바람개비가 함께 돌아간다
힘차게 밟는 페달과 알록달록 바람개비가 함께 돌아간다

스쳐 지나기만 했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초록빛 녹음과 알싸한 와인향이 감도는 곳.
오감이 솔직해지는 계절, 오색빛 청도로 향했다.

 

●푸른 산 맑은 물, 레저의 명소


산과 시내가 맑고 아름다우며 큰 길이 사방으로 통한다. 이름 뜻에 걸맞게 슬로건도 ‘푸른 산, 맑은 물 살기 좋은 청도’다. 대구와 부산 사이 어딘가. 무궁화호를 타고 조금은 느리게 경상도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곳이다.

청도 레일바이크 포토존 우산 터널
청도 레일바이크 포토존 우산 터널

2차선 도로를 따라 초록 옷을 입은 나무들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커다란 소가 올라타고 있는 다리를 만났다면 제대로 찾아온 셈이다. 오리배가 둥둥 떠다니는 청도천 위로 세워진 다리를 지나면 청도 레일바이크가 나온다. 이곳은 다양한 레저시설이 자리한 대규모 레저촌이다.

어린이부터 전문가까지 모두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MTB 코스는 물론 목재데크 18면을 갖춘 캠핑장도 마련돼 있다. 32인승 미니기차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에 좋다. 기차가 뿜어내는 증기 소리에 어른들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아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증기 소리가 울려퍼지는 미니 기차
증기 소리가 울려퍼지는 미니 기차

누가 뭐래도 꽃은 레일바이크다. 가볍게 봤더니 왕복 5km의 제법 긴 코스로, 50분이 소요된다. 4인승으로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일반 자전거도 대여해서 즐길 수 있는데, 철로를 따라 나란히 자리한 자전거길에는 경쟁하듯 페달을 밟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갓진 풍경을 벗 삼아 나아가다 보면 푸른 넝쿨이 가득한 터널과 바람개비 동산을 지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포토존은 알록달록 우산이 가득한 터널로, 휑하니 뚫린 레일바이크 사방으로 인공 빗물이 안개처럼 촉촉하게 흩뿌려진다. 깨끗한 지하수를 이용하니 위생 걱정은 접어둘 것. 한여름 더위에 페달을 밟느라 지친 몸과 마음도 시원하게 씻겨 내려간다.

청도에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청도에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알싸하고 달콤한


와인터널은 청도의 대표 관광지다. 굽이굽이 좁은 마을 길을 지나다 보면 청도 특산물인 감식초, 감말랭이를 파는 노점들을 만나게 된다.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면 파란색 대형 와인 모형이 우뚝 세워져 있는데, 이곳이 바로 와인터널의 입구다.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철길이 발아래 펼쳐져 있고, 머리 위로는 초록빛 녹음이 우거진다. 장난스레 손을 잡고 철길을 나란히 걷는 연인과 친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손 잡고 와인터널 앞 철로를 걷는 자매
손 잡고 와인터널 앞 철로를 걷는 자매

와인터널은 1905년에 개통된 옛 경부선 열차 터널을 정비해 2006년에 개장한 와인 숙성고다. 연중 15도의 온도와 60~7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는 서늘하니 시원한 기운을, 겨울에는 다소 포근한 온도를 선물한다. 총 길이 1km의 내부에 청도 특산물인 감와인 숙성고, 시음장, 전시, 판매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많으니 조금 넉넉히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시음장에서 맛보는 와인
시음장에서 맛보는 와인

터널 내부로 들어서니 벽과 천장 곳곳에 때가 묻어있다. 증기기관차가 내뿜었던 매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했다고 하니 꼭 100년 전으로 돌아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와인숙성고에는 와인 3만 병이 숨 쉬고 있는데,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소음과 진동도 없어야 한다고. 한 병의 와인을 맛보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의 벽돌에서는 음이온이 방출돼 그 맛을 더한다. 평소에 와인을 즐기지 않더라도 이곳에 왔으면 한 잔 곁들일 수밖에. 시음장에서 감와인 한 잔을 시켰다. 알싸하게 알코올 향이 돌면서도 달큼 쌉싸름한 맛이 감 본연의 향과 맛을 담았다.

와인 숙성고를 나란히 걷는 연인
와인 숙성고를 나란히 걷는 연인

목을 축였으니 이제 눈이 호강할 차례다. 장미, 에펠탑, 미니기차 등 추억을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이 곳곳에 자리한다. 이어 화려한 빛의 세계로 진입한다. 위를 올려다보면 야광 별이 둥둥 떠있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야광 물고기들이 터널을 헤엄친다. 황금박쥐 조형물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소원 터널에서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종이가 열매처럼 영글어 있다.

소싸움경기장 앞 포효하는 소 조형물
소싸움경기장 앞 포효하는 소 조형물

●정이 가는 예스러움


청도하면 소싸움이다. 전문 경기장에서 연중 매주 주말에 대회가 열린다. 1990년 영남 소싸움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봄 개최되던 것이 점차 규모가 커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두 마리의 황소가 맞붙어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소가 머리를 돌려 도망가거나 상대 소가 위로 올라타면 지는 방식이다. 입장료가 없으니 부담 없이 편하게 둘러보기 좋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절로 두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 마냥 구경하기만은 아쉽다면 직접 베팅을 할 수도 있다. 보다 가까이서 현장감 있게 경기를 지켜보고 싶다면 1층 관중석을, 시원하고 쾌적하게 즐기고 싶다면 2~3층 실내 관람석을 이용하면 된다. 돔 형식으로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경기를 즐길 수 있으며, 소싸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관, 영상관 등 경기장 내 테마파크에 다양한 시설도 마련돼 있다.

청도역에 마련된 생활 문화 전시관
청도역에 마련된 생활 문화 전시관
돔 형식의 청도 소싸움 경기장
돔 형식의 청도 소싸움 경기장

슬슬 배가 출출해진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4일이었다. 청도시장은 4일과 9일에 열리는 전통 5일장이다. 전통시장 현대화로 장날이 아니더라도 문을 연 상점이 많으니 아쉬워하지 말 것. 일자로 펼쳐진 시장 메인 통로를 따라 청도 반시, 복숭아, 미나리 등 제철 과일과 특산물이 판매되고 있고, 다양한 생필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재래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정겨운 물품들을 눈에 담는 것도 재미.

청도시장은 4일과 9일 문을 연다
청도시장은 4일과 9일 문을 연다

짧지만 알찼던 일정을 마무리하고 청도역으로 향한다. 바삐 승강장으로 향할까 했더니 작은 생활 문화 전시관이 눈길을 끌었다. 외할배, 외할매 장승이 지키고 있는 전통 초가집이다. 우물, 텃밭, 물레 등의 때 묻은 물품이 있으니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둘러보기 좋다. 철길에 새로운 추억이 하나 깃들었다.

 

글·사진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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