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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상의 항공 이야기] 미래의 여객기? ‘난 이 비행기 반댈세!’

  • Editor. 유호상
  • 입력 2020.07.01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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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형제의 첫 동력 비행 이래 120여 년간 비행기는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요즘의 ‘신상’ 비행기를 보면 더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정체된 것은 아니다. 그 방향이 살짝 달라졌을 뿐이다.

앞으로는 ‘창문’의 역할이 다양해질 것 같다 ©airbus
앞으로는 ‘창문’의 역할이 다양해질 것 같다 ©airbus

●괴물의 등장

1783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들판, 밭을 갈던 한 농부가 갑작스레 나타난 시커먼 물체에 혼비백산해 집으로 도망쳤다. 잠시 후 마을 사람들이 무리 지어 쟁기, 곡괭이, 삽 등을 손에 쥐고 밖으로 나왔다. 이 ‘괴물’을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리라. 이들을 놀라게 했던 괴물은 다름 아닌 인류 최초의 수소기구였다. 몽골피에(Montgolfier) 형제의 첫 열기구 이후 물리학자 샤를이 수소가스를 넣어 띄운 이 기구가 파리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무인 비행’을 하다가 외곽에 불시착한 것이었다. 낯선 비행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1936년 뉴욕. “아니 도대체 언제 출발할 생각이에요?” 대서양 횡단 체펠린 비행선에 탑승한 한 귀부인이 승무원을 불러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자 승무원은 답했다. “창문을 보시지요, 부인. 우리는 이미 이륙했습니다.” 비행선이 어찌나 조용하고 흔들림 없었는지를 말해 준 에피소드였다.

비슷한 시기 시코르스키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헬리콥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이후 20여 년이 흐른 1950년대 제트여객기에 오른 승객들은 또다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프로펠러기는 내연기관 엔진이라 진동과 소음이 요란했다. ‘이게 왜 있지?’ 싶을 정도로 지금은 쓸 일 없는 구토봉투가 생겨난 이유였다.

당시 승객들에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제트여객기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특히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처음 제트여객기 캬라벨을 시승한 후 큰 충격을 받은 소련의 흐루쇼프 수상은 자국의 과학자들에게 당장 제트여객기를 만들라고 다그쳤고, 그다음 서방국가 방문 때는 기어코 소련제 제트여객기를 타고 갔다. 1960년대 말에는 소리보다도 빨리 날아 뉴욕-파리를 단 3시간 만에 횡단하는 초음속기 콩코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에어버스가 구상하는 매버릭 ©airbus
에어버스가 구상하는 매버릭 ©airbus
축소 모형으로 시험 중인 보잉의 X-46 ©Boeing
축소 모형으로 시험 중인 보잉의 X-46 ©Boeing

●그런데 지금은?

 

이처럼 항공기는 짧은 기간 혁신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아쉽게도 오늘날에는 드라마틱한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흥행’의 주요인은 경쟁이었다. 효율은 알 바 아니고 경쟁에서 상대를 앞서는 것이 우선이었다. 특히 전쟁과 체제 경쟁이 불을 붙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키워드는 그저 ‘비용’이다. 실속이 우선인 시대가 된 것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맞춰지면서 표준을 벗어난 시도는 말 그대로 ‘모험’이 되었다. 오늘날 항공사나 항공기 제조사가 가장 원하는 신상의 방향은 전혀 새로운 혁신보다는 기존 체계에 살짝 변화만 줘서 비용을 절약하고 돈을 벌게 해주는 비행기다. 영화에서나 나올 수직 이착륙 여객기라든가 우주에도 들락날락하는 비행접시 같은 여객기는 당분간 꿈에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동안은 기술을 위한 기술 발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기술의 발전이다. 더 나은 기술 진보의 여지가 없어진 면도 있지만 효율성과 환경 문제가 더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960년대 제트여객기가 등장한 이래 반세기가 흘렀지만 비행기 모양은 달라진 게 뭔가 싶을 정도다. 대부분의 신기술은 보이지 않는 부분, 예를 들어 안전과 경제성에 도움이 되는 전자장비, 소재 등에서 진화했다.

이쯤 되면 좌석 찾아가는 것도 일! ©Wikipedia
이쯤 되면 좌석 찾아가는 것도 일! ©Wikipedia

●창문이 바뀐다고?

그런데 최근 가까운 미래의 여객기 콘셉트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축소 모형기로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어 실용화될 가능성도 크다. 우선 가오리 같은 외형부터 눈길을 확 끈다. ‘블렌디드 윙(Blended Wing) 타입’의 비행기다. 쉽게 말해 동체가 날개 역할도 하는 전익기와 현재의 비행기가 합쳐진 형태다. 이 디자인의 장점은 기름값이 적게 들고 기내 공간이 확 늘어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형태의 비행기가 최종적으로 도입된다면 향후 공항 풍경은 물론 객실 풍경도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지금까지는 보통 1~2개의 복도에 좌석이 3열 정도로 있었지만, 앞으로는 객실의 폭이 넓어지면서 마치 극장 같은 느낌이 될 것 같다. 물론 항공사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창의성이 발휘될 여지가 많아진다는 건 분명 좋은 뉴스다.

반면 비행기에서 창밖 풍경 감상이 ‘소확행’인 여행자에게는 최악의 소식이 될 것이다. 비행기 구조상 창가 좌석은 확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이 ‘꽉 막힌’ 좌석에 가상의 창문을 만들어 준다는데, 과연 실제 창의 느낌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는지 의심 반, 기대 반이다. 그래도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살짝 기대해 볼까?’ 싶었는데, 겨우 잡은 마음에 비수가 하나 꽂힌다. 가상 창문은 일등석에만 붙여 준단다.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oxenholm

글 유호상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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