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하나, 충청남도
쉼표 하나, 충청남도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0.07.2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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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기로 마음먹은 날, 충청남도에 쉼표 하나를 찍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소나무, 그 사이로 바람이 스민다
하늘을 가득 메운 소나무, 그 사이로 바람이 스민다

●Yesan 예산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 황새공원


황새는 우아하다. 검고 긴 부리, 그 옆으로 붉게 물든 눈 주변. 날개를 활짝 펴면 그 길이가 270cm에 달한다.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황새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충남 예산군은 삽교천,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범람원 습지가 형성돼 최적의 황새 서식지로 손꼽혔다.

하지만 195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황새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들녘은 농약으로 뒤덮였고 하늘은 전선으로 엉켜 갔다. 1971년 충북 음성, 우리나라에 남은 단 한 쌍의 황새. 밀렵꾼의 총알 한 발에 수컷 황새가 저물었다. 게다가 암컷이 둥지에서 품고 있던 알은 도둑맞는 일이 흔했다.

황새는 울지 못한다. 그저 애타는 마음에 부리를 부딪혀 소리를 낼 뿐이다. 한 번 맺은 황새의 연은 죽는 순간까지 함께한다. 짝과 아이를 잃은 암컷 황새는 울지 못했다. 그렇게 홀로 살아가다 농약 중독으로 숨을 거뒀다. 1994년, 우리나라 텃새인 황새는 그렇게 멸종됐다. 

푸릇하게 익어 가는 여름
푸릇하게 익어 가는 여름
토종 황새는 검고 긴 부리, 붉게 물든 눈 주변이 특징이다
토종 황새는 검고 긴 부리, 붉게 물든 눈 주변이 특징이다

소를 잃어야만 외양간을 고친다. 그 후 다시 이 땅에서 황새가 살아갈 수 있도록 복원을 시도했고 2014년 6월, 60마리의 황새가 예산 황새공원에 둥지를 틀게 된다. 예산 황새공원은 황새 문화관, 황새 오픈장, 생태습지, 사육장을 갖추었다. 황새 오픈장은 황새를 관찰할 수 있는 데크가 구비되어 있다.

방사된 황새가 자연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생태환경을 조성했다. 생태습지는 미꾸라지, 붕어, 개구리 등 다양한 수중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황새들의 먹이터이자 생활 공간이다. 사계절 물이 얼지 않게 하여 황새들이 일년 내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봄, 14마리의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났고 같은 해 9월, 8마리의 황새가 자연으로 방사되었다. 예산의 하늘에서는 볼 수 없지만 사라지지 않은 황새가 여전히 날고 있다.

 

예산 황새공원
주소: 충남 예산군 광시면 시목대리길 62-19 예산 황새공원
운영시간: 매일 09:00~18:00(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 041 339 8271
홈페이지: www.yesanstork.net

예산을 대표하는 사과, 그 뒤로 보이는 출렁다리
예산을 대표하는 사과, 그 뒤로 보이는 출렁다리

사과를 마시며 사과처럼, 은성농원 


술은 당과 수분으로 만든다.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사탕수수로 럼을 만든다. 쌀로 막걸리를 만들고 보리로 맥주를 만든다. 곡물 역시 전분이라는 복합당을 가지고 있다. 당이 효모에 의해 발효가 시작되면 알코올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식전에 시드르(Cidre)라는 술을 마신다. 시드르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사과주다. 장마와 추위에 약한 포도는 북부 지역에서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대신 사과를 재배해 술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의 사과는 포도보다 당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와인처럼 도수가 높게 나오진 않는다. 그러니까 사과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도가 높은 사과가 필요하다는 소리. 예산 사과처럼.

은성농원의 자랑, 추사 사과와인
은성농원의 자랑, 추사 사과와인
예산 사과는 유난히 붉고 달다
예산 사과는 유난히 붉고 달다

예산 사과는 빨갛고 벌겋고 붉다. 몇 번을 다르게 강조해도 그 도발적인 매력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치밀한 과육을 베어 물면 과즙이 사방으로 튄다. 단맛과 신맛은 나란히 평행을 이룬다. 비결은 적당한 일교차와 풍부한 강수량. 그러니까 충남 예산의 모나지 않은 기후 덕분이다.

예산에서 사과가 처음 재배되었던 지역은 예산군 고덕면이다. 그곳에 은성농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추사 사과와인’이 생산된다. 추사라는 이름은 예산이 고향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삶과 기품을 반영한 것이다. ‘추사’는 물이나 주정을 첨가하지 않고 한 달간 저온 발효시켜 1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친 정통 와인이다. 차갑게 마시는 아이스와인이기 때문에 달콤하며 산미가 길게 남는다. 몇 잔을 연이어 시음했더니, 선선한 바람이 고프다.

오크통에서는 ‘추사40’이 익어 간다
오크통에서는 ‘추사40’이 익어 간다

오크통이 가득한 숙성 창고로 발길을 옮긴다. 평균 15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숙성실에선 ‘추사40’이 익어 간다. 직접 재배한 사과를 증류하여 프랑스 칼바도스와 동일한 방법으로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시킨 사과증류주다. 향과 보디감은 묵직한 편이지만 포도로 만든 브랜디에 비해서는 목 넘김이 부드럽다. 사과의 향기를 즐기고 싶다면 상온의 온도로 즐기는 것이 좋다. 그렇게 붉어지는 것이다. 사과를 마시며 사과처럼.

 

은성농원
주소: 충남 예산군 고덕면 대몽로 107-38
운영시간: 평일 09:00~18:00
가격: 추사 사과와인 2만원
전화: 042 337 9585
홈페이지: eunsungapple.mysoho.com

죽도 상화원에서 만날 수 있는 한옥마을
죽도 상화원에서 만날 수 있는 한옥마을

 

●Boryeong 보령

섬에 담긴 한국식 정원, 죽도 상화원 


그러고 보니 회랑이 참 길다. 보령 죽도 상화원을 거닐 때다. 상화원은 보령 죽도에 위치한 한국식 정원이다. 죽도 전체를 둘러싼 2km 구간의 지붕형 회랑은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길이란다. 멀리 바다가, 하늘이, 해송이 보인다. 쪽빛 바다 앞으로 구간마다 다른 테마로 조성된 정원이 등장한다. 어제 저녁 내린 부슬비에 살짝 젖은 벤치를 벅벅 닦곤 잠시 쉬어 간다. 바다 바람은 소나무 껍질처럼 거칠다. 바위에 부서지는 물보라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그렇게 커피 한 모금. 상화원 입장시 쉼터에서 커피와 달걀, 떡을 무료로 나눠 준다. 

보령 죽도 상화원의 전경, 외로운 의자
보령 죽도 상화원의 전경, 외로운 의자
길게 늘어선 지붕형 회랑
길게 늘어선 지붕형 회랑

다시 회랑길에 오른다. 한옥과 연못을 만났다. 고창, 청양 등 전국 각지에서 옮겨 온 전통 가옥과 낙안읍성, 복원 한옥이 가득하다. 상화원의 연못은 총 33개다. 33살에 이 땅에서 떠난 예수의 나이와 연관시킨 것이다. 석양정원은 상화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다. 108개의 나무 벤치가 모두 바다를 향해 이어져 있다. 그저 앉아 보는 것이 최선이고, 최고라는 의미다. 

한국의 바다, 한국의 소나무, 한국의 문양
한국의 바다, 한국의 소나무, 한국의 문양

죽도 상화원
주소: 충남 보령시 남포면 남포방조제로 408-52
운영시간: 4~11월 금~일요일(법정공휴일 포함) 10:00~17:00
입장권: 6,000원
전화: 041 933 4750
홈페이지: www.sanghwawon.com

 

●Hongseong 홍성

짭짤한 시간의 맛, 광천 토굴 체험


새우젓은 육젓이 제일이다. 육젓은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새우젓이다. 이 무렵 새우가 가장 살이 올라 통통하다. 육젓이라면 충남 홍성군 광천 토굴을 빼놓을 수 없다. 홍성 광천은 바다가 육지 안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지역으로 이런 지리적 이점 덕분에 수많은 새우잡이 배가 광천에 위치한 옹암포 포구로 유입되었다. 또한 과거 광천에는 금광이 있어 시장도 무척 활기 있었다.

광천 중앙토굴 입구, 시원함이 감돈다
광천 중앙토굴 입구, 시원함이 감돈다
영롱한 육젓의 자태, 새우가 통통하다
영롱한 육젓의 자태, 새우가 통통하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포구의 수위가 낮아지며 더 이상 어선의 접근이 힘들어지고 광산도 폐광하기 시작한다. 당시 상인들은 어선에 실려오는 새우를 좀 더 싱싱하게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뿌려 연중 시원한 폐광에 옮겨 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토굴에서 숙성, 발효된 광천 새우젓은 전국적으로 맛을 인정받는다.

이끼는 토굴이 살아 숨 쉰다는 의미다
이끼는 토굴이 살아 숨 쉰다는 의미다

광천 토굴 내부는 1년 내내 10도 전후의 선선한 기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신선식품을 완벽하게 보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온도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염도 유지가 생명이다. 현재는 냉장 기술이 좋아 비교적 염도가 낮은 새우젓을 생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로지 토굴에 의지한 새우젓이라면 염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토굴 벽면에는 푸른빛의 이끼가 가득하다. 보석처럼 이끼에 맺혀 있는 물방울은 토굴이 살아 숨 쉰다는 증거다. 새우젓은 1년 정도 묵혀야 제대로 된 맛이 나기 시작한다. 새우젓을 넣은 계란찜, 순대국, 두부찌개. 은은하고 잔잔하다. 시간은 그런 맛이다.  

 

▶광천 맛집은 여기, 청하횟집
바삭하게 구워낸 자반 고등어. 새우장, 간장게장, 청국장.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의 대미를 장식할 영양돌솥밥까지. 홍성 광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푸짐한 식사다.

주소: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광천로 195 청화횟집 
영업시간: 매일 11:30~21:30
가격: 영양돌솥밥 1만3,000원, 게장 추가 1만5,000원
전화: 041 641 2535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충청남도 관광진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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