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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항 옆 숲길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0.08.03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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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기운을 품은 제주시의 숲길
청량한 기운을 품은 제주시의 숲길

제주 여행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 줄 
마지막 목적지로 숲은 어떨까? 
공항까지 30여 분 거리에 있는 
제주시의 숲길 다섯 곳을 소개한다. 

 

●자박자박 호젓한 산책길
한라수목원

#한라수목원 #자연생태체험학습관 #난전시실 #한란 #죽림원

유리 온실과 이국적인 정취의 야자수 나무
유리 온실과 이국적인 정취의 야자수 나무

호젓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한라수목원을 추천한다. 혼자여도, 연인이나 친구와 걸어도 좋은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숲길이다. 


수목원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금세 아담한 유리온실에 닿는다. 만년콩과 구상나무, 제주고사리삼 등 제주도에 자생하는 희귀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난 전시실에는 천연기념물 191호인 한란을 비롯해 풍란과 춘란이 전시되어 있다. 난과 더불어 전시관을 빼곡하게 메운 독특한 용암석들이 볼거리를 더하는 곳이다. 

두 손을 힘껏 벌려도 맞잡기 힘든 죽림원의 대나무
두 손을 힘껏 벌려도 맞잡기 힘든 죽림원의 대나무

난 전시관을 나서면 죽림원이 이어진다.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왕대와 신이대, 제주조릿대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사계절 푸른 대나무들이 청량한 기운을 내뿜는다. 죽림원을 빠져나오면 사방이 푸른 융단으로 덮여 있는 듯한 이끼원과 만나게 된다. 우산이끼, 큰솔이끼, 양탄자이끼 등 자세히 보면 이끼들도 형태가 제각각이다. 이곳에서는 작은 이끼들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담한 연못과 너른 들판이 펼쳐진 수생식물원
아담한 연못과 너른 들판이 펼쳐진 수생식물원

한라수목원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구석구석 둘러보려면 1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30~40분 이내로 가볍게 둘러보려면 온실과 난 전시실을 감상하고 죽림원과 이끼원을 거쳐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관목원과 수생식물원도 둘러보면 좋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수목원길 72  
전화: 064 710 7575  
*난 전시실, 제주희귀식물 전시실 등 일부 시설과 체험프로그램 운영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짐

 

●도심 속에 가꿔진 푸른 공간
신산공원 

#신산공원 #도심공원 #국수거리 #무궁화동산 #민속자연사박물관

열대우림에라도 온 듯 키 큰 야자수 나무들이 가득하다
열대우림에라도 온 듯 키 큰 야자수 나무들이 가득하다

제주시 구도심 가운데 자리한 신산공원은 제주도민은 물론 여행자에게도 좋은 휴식처다. 삼성혈, 민속자연사박물관 등 관광지와 가까워 여행하기 편한 데다 맞은편에 국수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출출한 배를 달래기도 좋다.

공원 안에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터가 있다
공원 안에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터가 있다

신산공원으로 통하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중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이어진 길이 무척 운치 있다. 커다란 잎을 늘어뜨린 야자수 길이 레드카펫보다 더 근사한 추억을 안겨준다. 공원 안쪽에는 키가 큰 워싱턴 야자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 서면 화보처럼 느낌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신산공원 한쪽에는 우리나라 국화(國花)인 무궁화꽃 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무궁화 꽃은 7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매일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공원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들도 소소한 볼거리가 된다. 그중에서 삼신인 신화가 새겨진 조각상이 가장 눈길을 끈다. 삼신인 신화가 궁금하다면 삼성혈을 함께 둘러보기를 권한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이동 913번지 일대

 

●숲길 따라 숨은 보물찾기
사라봉

#사라봉 #보림사 #산지등대 #아름다운숲전국대회 #제주시전망

사라봉은 제주시 일몰 명소 가운데 하나다
사라봉은 제주시 일몰 명소 가운데 하나다

제주도민들이 자주 찾는 사라봉은 여행자에게도 편안한 휴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사랑스러운 오름이다. 오름 주변이 공원처럼 꾸며져 있고 국립제주박물관을 비롯해 보림사, 산지등대 등 인근에 볼거리도 많아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산지등대에서 제주항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산지등대에서 제주항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사라봉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야자수 나무와 단아한 목탁 소리가 가장 먼저 반긴다. 솔숲이 우거진 사라봉 기슭 아래 자리한 보림사는 속세와 단절되어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 신비롭다. 특히 대웅전 단청에 매달린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머리 형상이 인상적이다. 보림사를 지나면 사라봉과 별도봉을 잇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 사이에 난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제주에서 오래된 등대 가운데 하나인 산지등대를 볼 수 있다. 제주 앞바다를 지키는 산지등대는 1916년 처음 불을 밝힌 후 지금까지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등탑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항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사라봉 기슭 아래 작고 아담한 보림사가 세워져 있다
사라봉 기슭 아래 작고 아담한 보림사가 세워져 있다

사라봉 정상까지 이어진 숲길은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잘 가꿔져 있다. 다소 오르막 구간이지만 걷기 편하게 정비되어 있어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정상에 세워진 팔각 정자에 앉아 있으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덕에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번화한 제주 시내와 분주한 제주항, 멀리 한라산까지 파노라마와 같은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정자 주변에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늦은 저녁에도 마실 나온 도민들을 만날 수 있다. 반대쪽 길로 내려가다 보면 일본군이 구축한 동굴진지를 볼 수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사라봉동길 74

 

●섬세한 손길로 복원된 힐링 숲
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연리목 #양치식물원 #한라산전망 #제주도생태

황폐해진 이곳에 다시 풀과 나무들이 울창해지고 새 소리가 들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황폐해진 이곳에 다시 풀과 나무들이 울창해지고 새 소리가 들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행기 탑승 때까지 시간 여유가 넉넉하다면 한라생태숲 탐방을 추천한다. 한라산 중턱에 조성된 한라생태숲은 난대부터 고산 지대 식물까지 다채로운 제주도의 생태계를 고루 체험하는 공간이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풀향기와 새소리에 취할 수 있다. 

양치식물원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고사리들을 볼 수 있다
양치식물원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고사리들을 볼 수 있다

한때 목장 부지였던 이곳은 훼손되고 황폐해진 자연을 오랜 시간 공들여 복원했다. 다행히 수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초목과 식생이 옛 모습을 회복하고 사라졌던 동물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숲이 제자리를 잡아 가면서 2009년부터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입구에 전시된 사진을 비교해 보면 숲 조성 전후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한라생태숲의 명물인 연리목. 볼수록 신비롭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한라생태숲의 명물인 연리목. 볼수록 신비롭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숲이 넓고 깊으니 미리 탐방 코스를 정한 후 움직여야 한다. 테마에 따라 여러 갈래로 숲길이 나뉘어 있어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양치식물원 가는 길에 있는 연리목은 놓쳐선 안 될 이색 볼거리다. 두 개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연리목은 볼수록 신기하고 경이롭다. 온갖 고사리들이 파티를 연 양치식물원과 허리까지 자라난 조릿대밭도 산책하는 맛이 있다. 이곳에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권한다. 숲이 전하는 상쾌한 기운이 마음속까지 스민다. 걸을 때마다 사박거리는 화산송이와 숲 사이로 들려오는 딱따구리 소리도 귓가를 즐겁게 만든다. 주차장에 세워진 전망대에 올라 한라산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516로 2596
전화: 064 710 8688 

 

●한천 따라 걷는 신비로운 길
오라 올레

#오라올레 #창꼼소 #다람쥐궤 #한천 #한라도서관

제주시의 숨은 숲길인 오라 올레
제주시의 숨은 숲길인 오라 올레

제주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천을 따라 고지교부터 방선문 계곡까지 오라 올레가 이어져 있다. 방선문 계곡은 안전상 문제로 출입이 폐쇄되는 때가 많아 보통 고지교에서 한라도서관·제주아트센터 구간을 많이 이용한다. 한라도서관에서 고지교 쪽으로 동선을 잡으면 편하다. 


한라도서관 뒤편에 오라 올레와 맞닿아 있는 사잇길로 내려가면 주변이 금세 깊은 숲으로 변한다. 오라 올레는 나무와 수풀이 무성한 오솔길을 따라간다. 흙길 위에 야자 매트가 깔렸지만, 샌들이나 구두 차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울퉁불퉁한 바윗길 구간도 있어 가벼운 트레킹에 나선 느낌이다.

오라 올레의 대미를 장식하는 창꼼소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묘한 풍경을 품고 있다
오라 올레의 대미를 장식하는 창꼼소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묘한 풍경을 품고 있다

오라 올레에는 한천이 만들어 낸 특이한 소(沼)와 기암괴석들이 많다. 한천은 평소에는 말라 있다 비가 내려야 물이 고이는 건천이기 때문에 비 온 후에 찾으면 더욱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깅이(게)가 많았다고 해 ‘깅이소’라는 이름이 붙은 곳을 지나면 조선시대 관리와 기생의 슬픈 사랑이 서린 애기소가 나타난다. 이들의 애절한 사연을 곱씹으며 한참을 걷다 보면 절벽과 바위가 뒤엉켜 마치 동굴처럼 보이는 다람쥐궤가 나타난다. 자연이 빚은 웅장한 풍경에 한참 동안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오라 올레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창꼼소다. 기묘한 바위들이 크고 작은 소를 이룬 모습이 기이하기까지 하다. 그곳에 서 있으면 차원이 다른 공간에 떨어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남로 221(한라도서관)

 

글 정은주  사진 김도형  에디터 천소현 기자  자료제공 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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