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억새가 아름다운 산
그 가을, 억새가 아름다운 산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0.09.01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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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니 은빛 파도가 일렁인다.
억새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pixabay

●경남 창녕군
갈대와 억새, 화왕산 


강가에는 금빛 갈대가, 정상에는 은빛 억새가 춤을 춰야 가을이다. 갈대와 억새는 엄연히 다르다. 갈대는 주로 물가에서 자란다. 반면 억새는 산이나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화왕산은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어 갈대와 억새를 모두 볼 수 있다. 화왕산은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해 ‘큰불뫼’라고 불리기도 했다. 화왕산에서는 매년 10월 초 화왕산 갈대제가 열린다. 하지만 정상부 17만 평방미터가량의 밭을 뒤덮은 것은 갈대가 아니라 억새다. 오래 전부터 억새를 갈대로 불러 왔던 전통에 따라 여전히 갈대제로 부르고 있단다. 화왕산의 가을 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는 창녕여자중학교를 거쳐 도성암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가 있다. 왕복 4시간 안팎이면 오를 수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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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궁예의 흔적, 명성산 


명성산은 ‘울음산’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과거 궁예는 왕건에게 쫓겨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궁예가 죽고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을 울릴 정도로 울었다는 전설에 의해 붙은 이름이다. 명성산 정상 동쪽 부근에 위치한 평원에는 억새 군락이 조성되어 있다. 과거 이곳은 울창한 수림지대였는데, 6·25 전쟁을 치르며 울창했던 나무들이 전부 다 사라지게 되고 그 자리에 억새가 자라게 되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 물결이 그러하듯 억새가 하얀 파도로 평원 가득 가을의 바람을 그린다. 추천 등산로는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출발해 책바위 능선을 지나 정상에 도착하는 코스다, 능선을 따라 춤추는 억새를 만끽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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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애월읍
금성을 닮은 곳, 새별오름 


허허벌판에 봉긋하게 솟아 있는 작은 오름, 그 모습이 초저녁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아 ‘새별’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샛별은 금성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른 아침 새별오름을 찾으면 금성의 빛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새별오름의 형세는 크고 작은 5개의 둥그런 봉우리가 별 모양을 이루고 있다. 오래전 새별오름에서는 가축을 방목했으며 겨울이면 들불을 놓았다. 덕분에 오름은 무성한 풀숲 하나 없이 보드랍다. 가을이면 화려한 억새가 오름을 감싼다. 새별오름의 정상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왼쪽 탐방로와 오른쪽 탐방로 중 선택해야 한다. 왼쪽 탐방로는 탐방로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지만, 올라가며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추천한다. 쉬엄쉬엄 3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동쪽으로는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과거 몽골군과 최영 장군이 격전을 벌였다는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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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군
억세 사이로 스미는 가을, 민둥산


정상이 매끈하고 둥글다. 제대로 이름값 하는 민둥산의 능선에는 나무 대신 억새가 가득하다. 민둥산 정상에 억새 군락이 자리 잡게 된 것은 과거 산나물 채취를 위해 이곳에 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불에 타 버린 나무와 풀이 재가 되어 비료를 대신하게 되면 이듬해 봄, 산 정상의 땅에서 산나물이 가득 올라왔다고 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그 자리에 억새가 가득 피어나는 것이다. 억새에 얽힌 재밌는 일화도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며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산을 헤맸는데, 그때부터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났다고 전해진다. 가장 사랑받는 등산로는 증산초등학교 앞부터 시작하는 코스다. 약 800m에 위치한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왼쪽 등산로를 오르게 되면 은빛으로 물든 가을 억새 사이를 누빌 수 있다. 

©장흥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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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호남의 명산, 천관산 


호남지방에는 5개의 명산이 있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 그리고 천관산. 천관산은 수십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 모습이 면류관(왕의 정복에 갖추어 쓰는 예모)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전설에 따르면 김유신 장군과 사랑한 천관녀가 이곳에 숨어 살았다고 한다. 천관산은 봄과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개한다. 정상인 연대봉에서 장천재까지 매끈하게 뻗어 있는 능선 전체가 분홍빛으로 뒤덮인다. 가을이면 그 능선에 은빛 파도가 인다.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억새와 평생 흔들릴 일 없는 기암괴석이 닮았다. 가장 인기 등산로는 산 동쪽 봉황봉 능선 코스다.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도해, 영암 월출산, 광주 무등산은 물론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보인다. 

 

글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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