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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상의 항공 이야기] 사람이 먼저다?

  • Editor. 유호상
  • 입력 2020.09.0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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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줄의 공항 검색대에 설 때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는 보안 검색…,
과연 진짜 테러리스트는 잡아낼 수 있는 걸까?

겉으론 평온하지만 , 세계 최고로 검색 이 엄격한 벤구리온 공항 ©Wikicommons
겉으론 평온하지만 , 세계 최고로 검색 이 엄격한 벤구리온 공항 ©Wikicommons

●옵션의 이유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출국장. 그가 하는 말을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네?” 한 번 더 묻자 그는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반복한다. 그제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아듣지 못한 말이 뭔가 찾아보니 ‘팻다운(Pat Down)’이란 단어였다. 즉 그의 질문은 전신 검색기와 몸을 더듬는 검색 방식 중 어느 쪽을 택하겠는지 묻는 것이었다.


전신 검색기는 사용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승객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문제와 X선의 유해성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2013년 미국 공항의 X선 방식 전신 검색기를 모두 교체했다. 새 검색기는 초음파의 반사 굴곡을 통해 물체를 감지한다. 모니터상의 ‘아바타’는 누가 들어가도 두리뭉실한 이미지로 감지된 물체의 위치만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유해성은 스마트폰의 1만분의 1 수준이라고.

인천공항 역시 제2터미널부터 신형 검색기를 들여왔다. 새 기기는 대당 가격이 2억원이 넘으며 이래저래 운영에 돈이 들어간다. 반면, 사람이 직접 검색하는 팻다운 방식은 원시적이지만 확실하다. 하지만 불쾌함을 표시하는 승객이 있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주는 것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선호할까? 개인적으로는 상관없다. 빨리만 보내 준다면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현재의 검색은 효과 대비 비용도 많이 들고, 특히 시간 낭비가 크다. 

보안 검색 도 기계와 사람이 할 일은 다른 듯하다 ©Wikipedia
보안 검색 도 기계와 사람이 할 일은 다른 듯하다 ©Wikipedia

●검색대의 구멍


보안 검색은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연 프로급 테러리스트들이 작정하고 나타난다면 이런 정도로 걸러 낼 수 있는 걸까? 이런 의심을 바탕으로 미 TSA에서 정밀 조사를 시행했었다. 그 결과 보안 검색의 성과가 의외로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중반, 한창 테러와 항공기 납치에 민감하던 때에도 미 국방부 대테러국에서 분해한 권총을 워싱턴 공항 검색대를 통해 그대로 갖고 들어갈 수 있음을 실례로 보여 줘 한동안 미국이 떠들썩했다. 지금도 실수로 칼을 소지한 채 그냥 통과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9·11 이래 강화된 보안 조치로 항공 관련 테러가 없다고 하지만, 이것이 곧 보안 검색 덕분이라고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수하물에 무기를 분해하거나 위장해서 통과시키거나, 내부에 심어 놓은 사람을 이용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검색 절차는 실효성보다는 잠재적 테러범에게 긴장감을 주는 목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렇다 보니 위험물보다는 근본적으로 테러를 일으킬 사람을 먼저 걸러 내 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뮌헨공항에 설치된 전신 검색기  ©HosangYou
뮌헨공항에 설치된 전신 검색기 ©HosangYou

●사람이 먼저다!


이 방법의 선구자는 이스라엘이다.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테러에 극도로 민감한 나라다. 긴 시간 동안 온갖 테러 및 테러미수를 겪어 왔다. 그런데 정말 위험할 것 같은 이스라엘의 항공사나 관련 시설들이 요즘은 의외로 안전하다. 그 비결은 국적항공사인 이스라엘항공(El Al-Israel)항공과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의 보안 검색 방식에 있다.

보안 검색의 초점은 철저히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승객은 심지어 공항에 발을 들여놓기 한참 전부터 이미 관찰되고 있다. 공항청사 1km 밖에서 차를 타고 올 때부터 이미 감시 대상이다. 티켓 카운터 주변에는 일반 경찰뿐 아니라 사복요원들도 곳곳에서 거동수상자들을 감시한다. 하이라이트는 1:1 인터뷰다. 승객이 불안하게 뭔가를 숨기는지 여부는 이때 알 수 있다고.

그리고 인터뷰 후에는 바코드 도장이 찍히는데, 여기에서 번호가 매겨진다. 높은 번호는 요주의 인물임을 나타낸다고. 이 승객을 또 집중 감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적 검색은 기내까지 이어진다. 무장한 사복 안전요원(marshal)이 승객 사이에서 계속 감시한다. 지금까지 큰 공항 테러 사건 없이 그 효과도 입증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고민은 있는데 바로 ‘비용’이다. 미국도 한동안 자국행 비행기 탑승 전 이스라엘식으로 인터뷰를 실시해 봤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이고 또 그 어디보다 상황이 절박하다. 시간적 효율이나 비용이 큰 문제는 안 되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스라엘 못지않게 테러에 예민한 미국조차도 따라하지 못하는 이유다. 

 

무슨 일이든 대처는 초동에 그리고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옳다. 그런 점에서 인적요인에 초점을 맞춘 이스라엘식 보안 검색은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늘 이렇게 노심초사하며 경계심을 갖고 모든 이를 잠재적 테러범으로 보며 살다간 노이로제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기왕이면 조금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애초부터 테러범이 노리지 않는 사회 혹은 테러범이 생겨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보다 현명한 대응이 아닐까?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 유호상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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